
대구 중구 동성로 로데오거리 상가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있다. 영남일보 DB
대구 수성구에서 10년째 중식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이모(56)씨는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매출은 호황기 대비 반토막났지만 임대료와 인건비·재료비와 같은 고정지출은 오히려 늘었다. 매달 빠져나가는 대출 이자를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다. 이씨는 "2년째 돈을 벌어도 손에 잡히는 게 없다. 벌수록 더 쪼들린다"며 "폐업이 옳은 선택인지 손익 계산도 쉽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번듯한 직장을 그만두고 대구 동구에서 카페를 차린 김모(33)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사장님' 소리를 듣는 게 소원이었다는 그는 퇴직금에 대출을 보태 동네 골목상권에 카페를 열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냉혹했다. 금리 인하기에도 대출 금리는 내려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원리금 상환에 허덕이다 결국 창업 3년 만에 폐업을 선택했다. 김씨는 "내수경기가 바닥을 찍었을 것이라고 생각해 창업했는데, '지하'가 있는 줄은 몰랐다"며 "'내년은 나아지겠지'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며 버텼지만 한계에 이르렀다"고 했다.
최악의 내수경기 침체 속에 대구경북 자영업자들에게 폐업의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 가게 문을 닫은 소상공인에게 지급되는 '폐업 공제금'이 매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30일 중소기업중앙회 대구경북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 소상공인에게 지급된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은 4천915건, 655억원이다. 건수와 금액 모두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5년 전(2019년)과 비교하면 2배 넘게 폭증(242억원→558억원)했다.
경북의 작년 폐업 공제금은 전년(525억원)보다 33억원 늘어난 558억원으로 역시 역대 최고치다. 다만 건수는 4천513건으로 전년(4천641건) 대비 소폭 감소했다.
올해도 폐업 공제금 증가세는 이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1~6월) 대구경북 폐업 공제금은 71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68억원을 훌쩍 넘었다. 이 추세라면 역대 최고치인 지난해 1천213억원(4천986건)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은 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노후 보장을 위해 중기중앙회가 운영하는 퇴직금 성격의 자금이다. 폐업 사유로 공제금 지급액이 늘었다는 건 퇴직금을 깰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자영업자들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대구경북 폐업 사업자 수는 증가세다. 지난해 대구지역 폐업자 수는 4만918명으로 2023년(4만537명)보다 소폭 늘었다. 코로나19가 본격 창궐한 2020년(3만6천386명)부터 꾸준한 증가세다. 경북의 폐업 사업자는 지난해 4만2천198명으로 2020년(3만8천533명), 2021년(3만7천129명), 2022년(3만7천298명), 2023년(4만2천829명) 등 계속 늘고 있다.
폐업이 늘면서 덩달아 노란우산 가입자도 급등세를 보인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폐업 공포가 늘면서 최소한의 안전망을 찾으려는 취지로 보인다. 지난 6월 말 기준 대구경북지역 노란우산 가입자는 17만713명으로, 2019년(11만171명)보다 약 36% 늘었다.
중기중앙회 대구경북본부 관계자는 "장기간 이어지는 내수 부진과 경기 침체로 매출 타격을 견디지 못하고 가게 문을 닫는 자영업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노란우산 가입자가 는 것도 폐업 공제금 증가의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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