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오후 DRT 차량이 대구 북구 연암공원 일대를 통과하고 있다. 박영민 기자.

12일 오후 DRT 차량이 대구 북구 연암공원 일대를 통과하고 있다. 박영민 기자.
12일 오후 대구 북구 산격동 연암서당골 문화센터. 70대 주민 김모씨는 도착한 '대형 승합차' 쏠라티를 반갑게 맞았다. 좁고 가파른 골목을 오가는 13인승 차량은 이제 노인들의 일상에 스며들었다. 주민들 요구대로 안내판도 정거장마다 설치됐다. 김 씨는 "가파른 경사 때문에 걸어 다니기조차 힘든 곳이었는데, DRT가 시장과 병원까지 가주니 너무 좋다"고 말했다.
지난 6월 10일 대구 교통취약지역에 도입된 수요응답형 교통체계(DRT·Demand Responsive Transit)가 3개월을 맞았다. 북구 연암서당골 노선은 '마을버스'로 자리매김하며 주민들의 호응을 얻었지만, 수성구 범물동 노선은 기대에 못 미쳤다.
연암서당골은 고령층이 많아 대표적인 교통 취약지로 꼽힌다. 현재는 DRT 차량이 문화센터와 경로당, 시장, 병원 등 주요 생활거점을 촘촘하게 연결하면서 교통 편의가 크게 향상됐다. 출퇴근 시간대에는 10분 간격으로 운행돼 접근성이 강화됐고, 과거 버스정류장까지 20분가량 걸어야 했던 불편도 해소됐다.
연암서당골 노선은 3개월간 하루 평균 134명이 이용해 누적 이용객이 8천465명에 달했다. 월별 일평균 이용객 역시 6월 96명, 7월 127.7명, 8월 164명으로 꾸준히 상승하며 지역민의 '발'로 자리잡았다.
반면, 범물동 노선은 주민 수요와 어긋나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하루 평균 71명, 누적 4천463명으로 연암서당골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월별 일평균도 6월 40.8명, 7월 71.2명, 8월 89명으로 증가세는 보였으나 여전히 제한적이었다.
범물동 노선은 범물맨션에서 출발해 행정복지센터와 범물역 등을 거쳐 도시철도와 연계되도록 설계됐다. 출퇴근 시간대에는 10곳에 정차하고, 비혼잡 시간대에는 탄력배차를 통해 하루 4회 용지역·청소년수련원 구간을 운행한다. 그러나 실제 주민 이동 패턴과는 차이가 있어 이용이 저조하다는 평가다.
DRT 사업은 구청이 교통 취약지역을 신청하면 대구교통공사와 대구시가 협의해 최종 노선을 선정하는 구조다. 운영비는 시비와 구비로 충당된다. 대구시는 올해 각 구청으로부터 추가 노선 신청을 받아 내년 중 신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대구교통공사 측은 "그동안 도시철도와 버스에 국한됐던 대중교통 영역이 교통취약지역까지 확장됐다는 점에서 DRT 도입의 의미가 크다"며 "연암 서당골 사례를 추후 운영에 참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 측은 "범물동노선은 일부에서 변경 이야기가 있었지만 현재까지 정식 건의는 없었다"며 "주거지역 중심의 취약 교통수요를 반영해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연암서당골은 주민 반응이 좋아 앞으로 이런 모델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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