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 지하통로 공사 현장. 최시웅기자
대구시와 동구청이 오는 11월 입주를 앞둔 동대구역 앞 A아파트의 준공 승인을 놓고 큰 고민에 빠졌다. 시행사는 아파트와 지하통로 공사를 같이 완료하는 조건으로 사업 승인을 받았지만, 아파트와 달리 지하통로는 입주가 끝나고 1년 뒤에야 마무리될 예정이다. 문제는 아파트 준공 승인 이후에는 지하통로 공사를 촉구할 이행 강제 수단이 마땅히 없다는 점이다. 지하통로 공사가 몇 년째 지체된 탓에 '만촌역 트라우마'가 있는 대구시로서는 신경을 곧추 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5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동대구역 건너편에 위치한 A아파트(322세대)는 오는 11월 중 입주를 시작한다.
이 아파트의 사업 초기, 대구시는 교통약자 보행환경 개선, 도시철도 이용 편의 증진 등 공공기여시설 확보 차원에서 동대구역과 연결될 지하통로 및 지하철 출입구 추가 설치 공사를 요구했다. 이에 A아파트 측은 110억원을 들여 기부채납 방식으로 동대구역 지하통로를 조성하기로 했다.
다소 우려되는 것은 A아파트 지하통로 조성 공사는 아파트 준공 시점과 달리 내년 말쯤 완공된다는 점이다. 시행사 측은 당초 지하통로 준공 예정일로 올해 8월을 염두에 뒀지만, 추가 공사 등 사업계획 변경 논의 과정에서 2026년 12월로 정했다. 공사는 지난 7월쯤 시작했고, 현재는 출입구 설치만 완료된 상태다. 아파트 입주 시기보다 1년여 늦게 지하통로가 완공 예정이어서 대구시는 적잖이 고민하고 있다.
대구시와 동구청이 이 같은 딜레마에 빠진 근본적인 원인은 '주택법 제49조'에 숨어 있다. 현행 주택법상 아파트 건축이 완료됐으나 기부채납 등 부대조건이 이행되지 않았을 경우, 해당 지자체는 입주민의 피해를 막기 위해 '동별 사용검사'나 '임시 사용승인'을 내줄 수 있다.
문제는 일단 주민 입주가 이뤄지고 시행사가 분양 대금을 모두 회수하고 나면, 수백억원이 드는 기부채납 시설의 준공을 서둘러야 할 동력이 많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행정당국이 시공사를 압박할 가장 강력한 무기인 '준공 승인권'을 스스로 내려놓게 되는 셈이다.
14일 대구 수성구 만촌네거리 지하통로 공사 현장. 최시웅기자
◆ 만촌네거리 늑장 지하통로 공사와 상황 비슷해
실제 만촌역에 위치한 B아파트는 도시철도 역사 지하통로 연결 공사를 기부채납하기로 약속했다. 본래는 아파트 준공 시점과 지하통로 공사 종료 시점이 같았다. 그러나 지하통로 공사가 내년 말까지 늦어지면서 입주민과 행정당국의 빈축을 사고 있다. 당초 2022년 11월에서 올해 말로 연기됐다가, 다시 사업 마무리 시점이 내년 말로 변경됐다. 올해 9월 중순 현재 만촌네거리 지하통로 공사는 아직도 하세월이다.
특히, 만촌역 B아파트는 결과적으로 지하통로 확보에 앞서 기초단체(수성구청)의 준공 승인이 먼저 이뤄졌다. 아파트 입주는 무사히 마쳤지만 시행사가 담당하는 지하통로 공사는 암반 발견 등을 이유로 수년째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아파트 인·허가는 수성구청이, 지하통로 관리는 대구시가 맡는 '이원화된 행정 시스템'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 때문에 강력한 제재도 제대로 가하지 못한 채 시민들만 교통 체증과 안전사고 위험에 방치되고 있다.
B아파트 상가의 한 업주는 "약속한 날짜가 한참이 지났는데 아직도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람들이 이동이 불편하게 만들어 놨으니 장사가 되겠나. 공사하는 소리도 이젠 지긋지긋하다"고 하소연했다. 공사장 인근을 지나던 시민 김현동(53)씨도 "공사장 때문에 인도가 제대로 확보돼 있지 않으니 길을 건너기가 무섭다. 차를 몰고 만촌네거리를 지날 때가 있는데, 차선이 너무 복잡해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러하자, 대구시와 동구청은 A아파트 준공 승인 시점을 놓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한쪽에선 만촌네거리 공사 상황을 고려하면 준공 승인을 내줘서는 곤란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준공 승인은 시행사와 시공사를 압박할 카드로 남겨둬야 한다는 의견이다.
반면 준공 승인이 늦춰지면 주민들의 금전적 피해가 우려된다. 아파트 준공 승인이 나야 입주민들이 잔금을 치르기 위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어서다. 승인이 늦어지면, 기존 중도금 대출의 만기를 연장하거나 개인 대출로 잔금을 조달해야 해 금융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
취재 결과, 해당 아파트 시행사는 중도금과 잔금 납부 지연 시 계약자들에게 연체료를 부과한다. 분양대금이 3개월 이상 연체될 경우, 계약 자체가 해제될 수 있는 엄격한 조항도 포함돼 있다. 특히 준공 승인이 나지 않아 시중은행 등 제1금융권 담보대출 전환이 막힐 경우, 입주민들은 연 10%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되는 고금리 연체료를 부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잔금 대금이 약 2억원(전체 분양가의 35% 수준)일 경우, 한 달만 납부가 지연돼도 가구당 약 160만원에서 200만원에 달하는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더욱이 공고문에는 정부 정책이나 법령 변경 등으로 인한 입주 지연 시,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까지 있다. 행정적 판단 미비에 따른 피해를 시민들이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14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 지하통로 공사 현장. 최시웅기자
◆ "기부채납 지연 막을 안전장치 마련해야"
주택건설사업에 있어 '기부채납'은 주택건설사업자가 승인권자에게 토지 등 재산의 소유권을 무상으로 이전해 승인권자가 이를 취득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반시설 기부채납은 주택건설사업을 시행함에 있어 공공성을 확보하고 원활한 주택건설사업을 저해하지 않는 적정한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부담 수준의 결정 시기를 명확히 해 주택건설사업의 예측가능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이 같은 기부채납의 지연을 막기 위해 다른 지자체들은 안전장치를 가동 중이다. 서울시의 경우 '도시계획 조례'를 통해 개발행위허가 시 총 공사비의 20% 이내를 이행보증금으로 예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한 내 공사를 마치지 않으면 예치된 보증금으로 행정대집행을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대구시와 동구청 역시 A아파트의 임시 사용승인을 내주기 전, 시행사로부터 실효성 있는 이행보증금을 예치받거나 미분양 자산에 대한 담보를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경북대 하혜수 교수(행정학과)는 "과거 경기 파주시의 한 아파트와 군 당국의 분쟁을 조정한 사례가 있다. 당시 아파트 시공사에선 파주시가 허가를 내줬다는 이유로 고도제한보다 60m가량 더 높게 건축을 진행 중이었다. 원칙대로라면 아파트를 더 낮게 짓도록 설계를 변경해야 했지만 이미 분양이 이뤄진 탓에 결국엔 군사계획을 일부 조정해야만 했다. 그만큼 '주민'이 생기면 사태 해결이 더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주민이 입주하기 전에 시공사 등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를 행정적인 차원에서 확보해야 한다. 또는, 시공사 등이 자발적으로 이러한 노력을 하도록 압박하는 방법이 있다. 이를테면 기부채납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다면 해당 시공사의 다음 공사에 대한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식으로 제재를 가한다면 시공사 입장에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구시도 관련 조례(도시계획 조례 제30조)에 기반시설 설치를 담보하기 위한 이행보증금 예치 규정을 갖고 있다. 하지만 주택건설사업에 따른 기부채납 시설의 경우, 아파트 인·허가는 구청이, 지하통로 관리는 시청이 맡는 등 부서가 이원화돼 있어 강력한 이행 강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시 철도시설과 직원은 영남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아파트와 지하통로 완공 시점이 서로 다르지만 만촌네거리의 나쁜 선례가 있다 보니 이번 동대구역 상황도 행여 주민 피해가 생길까 우려하고 있다"며 "상황이 매끄럽게 처리되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아파트 시행사 측은 사업 일정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시행사의 임원은 "만촌네거리 지하통로와 달리 우리는 아파트와 지하통로 사업계획 승인을 따로 받았다. 지하통로 건설이 아파트 준공 승인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하통로 사업계획은 올해 4월 최초 승인 당시 내년 말 준공 예정으로 이미 결정된 사항"이라며 "입주민에게 더 편리한 환경을 제공하고, 상가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겠다"고 부연했다.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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