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릉도 도동 여객선터미널 인근에 설치된 울릉역.<김기태 기자>
울릉군 도동 여객선터미널 인근에 세워진 '울릉역' 표지판이 최근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섬 한가운데서 기차역 간판을 만난다는 사실만으로도 이색적이기 때문이다. 터미널로 향하던 여행객들은 '울릉역'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카메라를 꺼내든다.
울릉역은 실제 열차가 정차하지는 않지만, '수서–울릉–독도'를 잇는 가상의 노선 상징물로 세워졌다. 철도 교통이 없는 울릉도에서 육지와 섬을 이어주는 가상의 철도망을 표현함으로써 '대한민국 영토'라는 의미를 강조한다. 마치 섬과 본토가 선로로 이어져 있다는 상징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셈이다.
또한 지난 6월 울릉군 사동항 인근에 조성된 '사동역' 역시 눈길을 끈다. 사동항은 울릉도의 또다른 관문 역할을 하는 곳으로, 여객선으로 들어선 여행객들은 항구와 맞닿은 기차역 간판 앞에서 이색적인 기념사진을 남기곤 한다. 두 역 모두 실제 운행은 없지만, 울릉도의 새로운 관광 자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재미있는 반응도 이어진다. "울릉도에서 열차를 탈 수는 없지만, 역 간판을 보는 순간 본토와 연결된 느낌을 받는다"는 평가와 함께, 독도로 이어지는 노선 표기에는 "영토 수호의 의지를 표현한 상징물 같다"는 반응도 나온다. 단순한 간판을 넘어 울릉도의 역사·지리적 의미를 담은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기차가 달리지 않는 섬 울릉도. 그러나 울릉역과 사동역은 육지와 바다를 잇는 상상의 철도 노선으로,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여행의 즐거움과 영토 수호의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하고 있다. 실제 열차가 없어도 '역'이 존재하는 풍경은 울릉도의 특별함을 증명하는 또 하나의 상징으로 남고 있다. 바다 위 섬에서만 볼 수 있는 기차역 간판은 오늘도 여행객들의 웃음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울릉도의 새로운 문화 자산으로 자리잡고 있다.
울릉군 관계자는 "울릉역과 사동역은 단순한 표지판이 아니라 섬의 교통 현실과 상징성을 함께 담아낸 장치"라며 "앞으로도 지역 특색을 살린 소소한 아이디어를 통해 관광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기태기자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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