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윤 칼럼] 균형발전 4가지 제언(中)

  • 이재윤
  • |
  • 입력 2026-01-09 06:00  |  발행일 2026-01-08
이재윤 논설위원

이재윤 논설위원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대기업과 목숨 걸고 가야 할 대학들이 서울에 몰려 있는 한 그 어떤 균형발전 정책도 말짱 헛수고라는 게 '균형발전 4가지 제언(上)'의 요지였다. 헛돈 헛심 쓰지 말고 균형발전의 핵심 열쇠, 대기업과 대학의 지방 분산·이전에 집중할 것을 제안했다. 여기에다 권력 3부(대통령실·국회·대법원)의 과감한 지방 이전까지 덧보탰다. 그래야 '수도권 집중'이란 오랜 관성을 깨고, 비로소 '한국병' 치유의 길을 연다고 강조했다.


많은 독자 제현께서 공감은 하면서도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거냐"라고 되물었다. 심지어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수긍한다. 기업과 대학을 (강제적이든 유인으로든) 지방으로 분산시킬 마땅한 수단이 없다.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권력 3부' 이전 또한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러나 어떡하랴. 아무리 철옹성이라도 이를 넘지 못하면 균형발전도, 한국병 치유도 불가능하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 피할 수 없는 외통수 길이다.


제언 1. '남방한계선' 뭉개기='남방한계선'의 함의는 꽤 비장하다. 수도권 청년, 대입 수험생, 취준생, 전문직 종사자, 대기업, 첨단기술기업이 더는 남쪽으로 내려가길 꺼리는 심리적·지리적 마지노선을 말한다. 수도권 1극주의를 상징하는 유행어이자, 비수도권엔 불행과 차별을 응축한 절망의 경계선이다. 사무·연구직은 성남, 기술직은 용인쯤이라고 한다. 억측을 보태면, 대한민국 1등 국민과 2등 국민을 가르는 분리선이다. '1등 시민'에서 낙오하지 않으려면 기를 쓰고 지켜야 할 마지막 저지선인 셈이다. 이게 단순히 심리 현상에 그치지 않는다. 현실에 고스란히 조응한다. 우리나라 500대 기업 본사 중 무려 385곳(77%)이 수도권에 쏠려있다.(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2025년 기준) 서울만 284곳(56.8%)이다. 대구·경북은 초라하다. 23곳(4.6%)뿐이다. 전북(2곳), 세종·강원(각 1곳)은 발설조차 조심스럽다.


세계 10대 기업의 본사는 어디에 있을까. 7일 현재 시가총액 세계 1위 엔비디아(시총 약 4.59조 달러)는 워싱턴D.C에서 4천km 떨어진 산타클라라에 있다. 실리콘밸리의 중심지 산타클라라는 인구 10만 중소도시에 불과하다. 애플은 이름도 생소한 쿠퍼티노, 구글과 알파벳 본사는 7만 안팎인구의 마운틴 뷰에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시애틀에서 동쪽으로 16마일 떨어진 5만 남짓 작은 도시 레드먼드에 있다. 아마존은 시애틀, 메타 플랫폼은 멘로파크에 각각 본사를 두고 있다. 테슬라는 오스틴, 버크셔해서웨이는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있다. 사우디 아람코는 수도 리야드가 아닌 동부의 소도시 다란, 인도 타타그룹 본사는 뉴델리에서 1천km 이상 떨어진 뭄바이의 아름다운 해변에 있다.


1천만 거대도시 서울과 인근에 대기업의 77%가 초밀집한 경우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수도권론자들이 소위 '남방한계선'을 넘으면 기업이 망하는 것처럼 말하는 건 억지고 견강부회(牽強附會)다. 그 주장대로라면 세계 10대 기업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남방한계선 너머 인재가 오지 않는다는 것도 새빨간 거짓말이다. 그런 심리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가고 싶은 기업이 한계선 밖에 있어도 조금 불편할 뿐 그들은 결국 그곳에 갈 수밖에 없다. 그 약간의 불편만 참으면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가보면 지방에 '값싸게 얻는 소중한 행복'이 있음을 알게 된다. 안 해 보고 지레 겁먹거나 겁주지 말라.



기자 이미지

이재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