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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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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칼럼] 위기 때마다 등장하는 TK 흑기사론
격동의 시기는 구원자적 인물을 갈구한다. 그 갈망은 가끔 스타 탄생을 예고한다. '킹 메이커' 김종인의 말을 빌리면 그게 '별의 순간'이다. 김부겸, 유승민, 이준석, 주호영, 추미애, 홍준표.(가나다순) 4·10 총선과 혼돈의 정국 속에 '화려한 복귀'에 성공한 TK 인사들이다. 새롭다고는 할 수 없는 올드보이지만, 짧지 않은 정치 이력에서 이들의 배역은 늘 질풍노도의 위기 속 '흑기사'였다.김부겸이 내리 3번 뽑아준 군포를 떠나 2016년 대구에서 민주당계 후보로 당선된 건 '신도환' 이후 31년 만의 기적이었다. 주변의 만류에도 참패 위기에 몰린 민주당의 선대위원장직 요청을 수락한 이유도 10여 년 전 굳이 험지 대구로 '귀향'할 때의 각오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김부겸 왔다 가면 분위기 달라졌다"는 소리를 들었으니 압승의 공신이 분명하다. 총리설은 용산에서 실제 검토한 듯하지만, 곧 닥칠 진보의 리더십 위기의 '대안'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늘었다는 점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국민의힘 당 대표 적합도 1위(한동훈 제외 여론조사·29.8%·한길리서치)에 오른 유승민. 보수가 어려울 때 어김없이 나오는 게 '유승민 역할론'이지만 한 번도 성사가 안 된 건 불가사의다. 그저께 "전당대회 출마를 고민 중"이라고 했다. '중·수·청'에 강점 있지만 늘 당심이 문제다. '당원 100%' 전당대회 룰이 여하히 바뀌느냐에 따라 그의 선택은 조율될 것이다. 유승민이 당 대표 되면 기적이다. "국민의힘은 지금 기적이 필요한 때"라고 한다.(진수희 전 의원) '라이언 일병' 이준석의 기사회생은 극적이다. 당장 김종인은 "국민의힘, 이준석에 견줄 대권 주자 없다"며 또 별의 순간을 점쳤다. 그의 위상은 총선을 계기로 단숨에 '차기' 반열로 수직 상승 중이다. 그는 분명 '미리 보는 대한민국의 미래'다.국민의힘 내 유일한 6선 주호영. 선수에 걸맞게 당 대표, 총리 모두 하마평에 올랐다. 그는 '흑기사' 역에 특화된 인물이다. 직무대행만 6번. 계파색이 옅은 합리적 품성과 관록의 노련미, 안정감이 특장이다. 수성갑은 김부겸에 이어 두 번째 총리를 배출할 수 있을까. 대구의 세탁소집 딸 추미애는 국회의장 적합도 조사에서 압도적 1위.(40.3%·미디어토마토) 그의 부상은 조국 등장 장면과 흡사하다. 선명한 반윤(反尹) 반검(反檢)의 기치다. TK 출신 '첫 여성 국회의장'의 탄생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홍준표의 페이스북은 한동훈 공격으로 도배되고 있다. '철부지 정치 초년생'이라며 왜 한동훈을 타깃으로 삼나. 이유는 하나, 대권! 그는 타이밍을 읽는 천부(天賦)의 승부사다. 보수 '리더십 공백'의 순간을 놓칠 리 없다. '한동훈이 전당대회에 나오면'이란 전제가 붙지만, 그의 전대 등판설은 흥미롭다. 고생한 한동훈 대신 총선 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가장 먼저 만난 홍준표. 총리도 사양했다니 그의 목표는 더 뚜렷해졌다.TK목장의 6인. 닮은 곳이 많다. 모두 전투력 갑이지만 주류는 아니다. 일정 기간 '정치적 수난기'를 겪었다는 공통점도 있다. 모두 총리 아니면 당 대표 출신이니 중량감에서도 갑이다. 만만찮은 팬덤도 있다. 부침의 관록이 진퇴를 여의(如意)하게 한 저력일까. 'TK 흑기사'들을 다시 주목할 시간이다. 누가 '별의 순간'을 잡을까. 논설위원논설위원
[이재윤 칼럼] Never the same again
먼 곳의 지인이 세례식 장면을 사진으로 보내왔다. '세례(洗禮)'는 옛사람은 죽고 그리스도 안에서 다시 태어남을 상징하는 기독교 의식이다. 세례식장의 배경 현수막 글이 눈에 들어왔다. 'Never the same again.'#4년 전 '멸절'='우파 보수 세력은 멸절 위기에 처한 것 같았고, 좌파 진보 세력은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다.…석패가 아닌 참패로 변화를 위해 더 다행스러운 계기를 맞게 되었다. 신승이나 분패였으면 과거의 행태를 계속하면서 변화의 채찍을 가하지 못했을 터이다. 폭망한 게 어떤 면에서는 더 낫다. 시간은 충분하다. 오히려 잘 됐다.' 이번 총선 얘기가 아니다. 4년 전 21대 총선이 보수 참패로 끝난 뒤 한 언론인이 쓴 '한국 정치를 낙관하는 이유'란 글 일부이다. 그는 주로 우파 매체 필진이다. 참패를 낙관의 눈으로 바라본 건 특별하다. 분노를 꾹꾹 누른 절치부심의 기개가 느껴진다. 바닥을 보고야 얻게 되는 또 다른 세상이 있을 터이다. 4년 전 백서를 쓰고도 필패 공식을 재연한 여당. Never the same again. '결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리라'는 절규를 되뇌며 다시 시련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보수는 과거로부터 대체 얼마나 멀리 달음질쳐야 할까.#또 비대위?='목련 피는 봄'을 기약했던 한동훈의 봄은 오지 않았다. "결과에 대해 충분히 실망합시다"라는 그의 작별 인사는 또 다른 어법의 절규다. 어떤 불행도 당연한 건 없다. '절규'도 반복하면 습관이 된다. 습관은 내가 만들지만, 습관도 나를 만든다. 벌써 몇 번째 비대위인가. '국민의힘' 당명이 탄생한 것도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서다. 모태가 '비대위'여서일까. 윤석열 정부 출범 2년도 안 돼 4번째다. 한동훈 비대위가 해산한 지 한 주 만에 또 비대위 우산 아래 피신을 도모한다. 비대위의 반복은 무엇을 뜻하나. 그간의 '비상 대책'이 모두 헛수고였다는 방증이다.#진심(眞心)과 진심(盡心)=대통령의 총선 반성문은 안타까웠다. '반성'은 최소한의 구색을 갖춰야 한다. 선명하지도 구체적이지도 않고, '사후 조치'도 없는 반성은 진실하지 않다. 대리 사과도 아니고, 4시간 뒤 부랴부랴 '비공개회의'에서 대통령이 "죄송하다"는 표현을 썼다고 '이름을 밝히지 않은 대통령실 관계자'가 부연 설명한 건 황당하다. 다음 날 새벽 댓바람을 탄 뉴스는 더 당황스러웠다. 박영선 총리·양정철 비서실장 설(說)은 여권을 멘붕 상태로 몰아넣었다.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국정운영, 왜 이럴까. '반성'의 수사(修辭)만 있고 '진심'이 없기 때문이다. '비대위 반복'의 인과(因果)와도 상통한다. 사흘 전 대통령과 저녁 식사를 했다는 홍준표 대구시장. '정치는 진심(眞心)과 진심(盡心)으로 하는 것'이란 평소 소신을 잘 전했을까.대통령의 진심은 앞으로 두 가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이재명을 만나느냐, 총리·비서실장에 누구를 앉히느냐이다. 비대위를 반복하고 비상 대책을 아무리 되풀이해도 변화가 없는 반성은 거짓이다. 거짓말쟁이 양치기 소년 이야기는 우화가 아니다. 늘 현실에 존재한다. '늑대다~'라고 절규해도 국민이 더는 반응하지 않는 순간이 온다. 그때 또 비대위에 몸을 의탁하려는가. Never the same again. 유승민의 말을 빌리자면 '불파불립(不破不立·깨뜨리지 않으면 세울 수 없다)'이다. 논설위원논설위원
[이재윤 칼럼] 투표율 50·70%가 만드는 전혀 다른 세상
#'D-30 다섯 장면'의 결말=4주 전 'D-30 다섯 장면'이란 글에서 투표일 30일 전 주목할 다섯 장면을 소개했다. 결말은 이렇다. 당시 민주당 공천 잡음에 힘 잃은 '정권 심판론'(1장면)은 완벽히 부활했다. 스스로 걸어 나와 정권 심판론에 불붙인 건 대통령이다. 이종섭·황상무 악재에도 마이웨이를 고집한 게 역전의 빌미를 줬다. 사퇴로 봉합을 시도했지만 제궤의혈(堤潰蟻穴), 개미굴이 둑을 무너뜨린 뒤였다. '민주당 분열'(2장면)이 대형 악재가 되리란 예상은 진보의 기우로 끝났다. 이낙연도, 조응천·김영주도 위협적 존재가 되지 못했다. '조국 신당'(3장면)은 최대 돌발 변수가 됐다. 윤석열도 이재명도 싫어 망설이던 유권자들이 목을 적실 시원한 우물이 돼 부동층을 가두고 있다. 피의자 조국의 부활은 양가적(兩價的)이지만, 그가 지지율을 다 까먹던 민주당에 기사회생의 일등 공신이 된 건 전적으로 '세렌디피티(serendipity·뜻밖의 행운)'의 요행이다. '조국 현상'은 조국의 공(功)이기보다 윤 정부에 대한 응축된 실망과 분노의 결과다.한때 국정 지지율 도약의 제1 지렛대였던 '의대 증원'(4장면)은 '의·정 갈등'으로 프레임 전환돼 여당에 부메랑 되어 돌아왔다. 대통령의 느닷없는 대국민 담화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보수 일각에서 '존재하는지조차 애매한 중도층'(5장면)이라 폄훼한 건 완전 오판이다. 여론조사에서 4%포인트 내 접전지가 전국 16곳(조선일보), 박빙 경합지가 49(민주당)~55곳(국민의힘)이나 된다. 4년 전에도 5% 내 승패가 난 게 40곳, 10% 내로 넓히면 79곳이었다. 야당에 경도된 중도층의 존재를 부인하고 싶겠지만, 살얼음판의 캐스팅보터는 늘 그들이었다.#D-5 마지막 변수=모든 변수가 소진된 지금, 남은 건 '투표율'이다. '반드시 투표'(77.7%), '가급적 투표'(17.3%·미디어토마토·4월2일 발표)를 합쳐 무려 95%가 투표 의향을 가졌다는 건 현실적이진 않다. 다만 그 열기만큼은 심상찮다. 가장 높았던 21대 투표율(66.2%)은 깨질까. 오늘, 내일의 사전투표율이 30%(21대 26.7%)를 넘기면 70% 초반도 넘볼 수 있다고 한다. '샤이 보수'가 많은 건 위기에 처한 보수의 기회 요인이다. '간절함'이 승패를 가른다.민주당이 승리한 2004년(투표율 60.6%·152석), 2016년(58.0%·123석), 2020년(66.2%·180석) 모두 60% 안팎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보수 정당이 이긴 2008년(46.1%·153석), 2012년(54.2%·152석)은 50% 안팎에 머물렀다. 민주당은 매직넘버를 '65%'로 잡았다. '투표율이 63∼65% 나오면 정권 심판론이 힘을 받고, 53% 안팎에 그치면 여당 의석이 늘어날 것'(이강윤 전 KSOI 소장)이라 한다. '투표율 68% 넘으면 여당 100석 아래로 떨어진다'(김준일 시사평론가)는 근거가 궁금한 논평도 등장한다. 반론이 만만찮다. 마음 못 정한 유보층 비율의 경우 교차투표에 익숙한 2030이 다른 연령층보다 2~5배 많다. 여당이 만회할 유일한 변수는 '60대 이상의 아주 높은 투표율이다.'(김진·보수 패널) 2030 유권자를 합친 것보다 60대 이상 유권자 수가 더 많아진 첫 선거. 단순 투표율보다 세대별 투표율에 더 주목할 이유다.논설위원논설위원
[사설] 醫·政, 대화 하나 안 하나…지방 목소리를 경청하라
전공의 면허정지 행정처분 시한이 오늘이다. 이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하라"고 한 그저께만 해도 기대감이 컸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전국의대교수협 관계자들을 만난 뒤 '유연 처리'를 건의한 것을 수용하는 모양새도 갖췄다.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다. 대한의사협회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는 정부와의 대화는 필요하지 않다"며 다시 문을 닫았다. 전의교협과 전국의대교수 비대위도 어제 '교수 사직'과 '진료 시간 축소'를 강행했다. "입학 정원과 배정은 논의 대상도 아니며, (한 위원장과) 대화하지도 않았다"는 전의교협의 주장은 혼란만 키웠다. 손 내민 정부가 먼저 진정성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 대화하겠다며 이에 걸맞은 상황 관리를 못 한 건 전적으로 정부 탓이다. 선거용 '대화 국면' 전환은 상대를 더 화나게 할 뿐이다.의정 갈등만 부각되니 의대 증원 마스터플랜에 대한 종합적 검토가 미비하다. 그중 하나가 '지역의료'다. 정부의 제안은 '계약형 필수 의사제'다. '의무 근무' 조건이 빠졌다. '지역 의료'를 살리겠다는 의대 증원의 효과가 의문시되는 대목이다. 당연히 '지역 의사제'를 도입해야 한다. 매년 지역 정원제로 정원을 늘리는 일본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80개 의대 중 71개 대학이 지역 정원제를 채택한다. 이 전형으로 입학하면 최소 6년에서 9년 이상 지역 의료기관에 의무 종사해야 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의대 증원 발표 직후 대구·경북 5대 대학에 '의과대학 지역인재 전형 선발 비율'을 정원의 80% 이상으로 확대해 줄 것을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늬만 지역 의대'로 만들어선 안 된다.
[이재윤 칼럼] TK, 또 잡은 물고기 신세인가
#초장 끗발 파장 맷감= 공식 선거기간 개시(28일)도 전에 대구경북은 조기 개점휴업에 들어갔다. 본선 같은 공천 싸움이 끝난 탓이다. 수도권·PK·충청권에선 하루가 다르게 지지율이 출렁이는데, TK 25개 선거구 중 한두 곳 빼곤 다 '빼박'이니 흥행 실패를 피할 수 없다.국민의힘의 TK 공천을 평한다면 '초장 끗발 파장 맷감'이다. 지역구 국회의원 25명 중 9명이 탈락했다. 교체율 36%, 역대 최소 폭이다. 직전 총선 교체율 64%에 크게 밑돈다. 경선 16곳 중 12곳에서 현역이 이겼다. 현역 불패 공식이 깨진 건 단 4곳. 뚜껑 열기 전엔 '역대급 교체' 공포감이 팽배했다. '90% 물갈이설'까지 돌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특이 상황'을 만든 제1 원인은 '김건희 특검법'이다. 현역 의원을 최대한 추슬러 표 단속할 필요가 있었을 터이다. 10명 중 3, 4명꼴 생존이 힘든 대구경북에서 재공천이란 좁은 문을 대거 통과한 TK 의원들은 김건희 여사에게 엎드려 절이라도 해야 한다. 대구의 3선 이상 중진, 경북의 재선 의원 모두 생존했다. 다 '영부인 덕'이다. 대통령실 출신 중 경선을 거쳐 공천장을 거머쥔 후보는 단 1명. 그게 '김건희 특검법' 때문인 건 역설적이다. 물갈이 갈증이 있었지만 '조용한 공천'은 대체로 후한 평가는 받았다. 뒤가 말썽이었다. 막판 내리꽂다시피 한 3, 4개 선거구의 물갈이는 특검법 부결 후 '국민추천 프로젝트'란 그럴싸한 이름으로 단행됐다. 뒷간 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달랐던 걸까. 명칭의 모호함 속에 공관위 측근, 서울 TK 내리꽂기 꼼수가 숨어 있었다. 목적한 바를 다 이룬 후의 일탈이 비겁했다.#공천 끝, 총선 파장= 선거는 정점을 향해 치닫는데, 대구경북은 파장 분위기다. 선거 사이클의 괴이한 불일치는 TK의 고질적 핸디캡이다. 신줏단지 모시듯 매번 '묻지마 투표'로 지역민 무시 공천을 자초했으니 누굴 탓하겠는가. 물갈이가 문제? 실은 어장의 난부(爛腐)가 심각하다. 자업자득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다. 자부심 가득했던 '보수의 심장'은 그걸 교묘히 부추기는 이들에 의해 '보수의 섬'으로 고립 중이다. '컬러풀(colorful)'도, '파워풀(powerful)'도 가슴만 뛰게 할 뿐 한갓 신기루. "무슨 공당의 공천이 호떡 뒤집기 판인가"(홍준표 대구시장)라고 힐책해도 모두 데면데면하고 처연한 척이다.#TK 공약 실종= 열기가 식은 곳, 잡은 물고기만 득실대는 곳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TK 공약 실종'이 반복되는 이유다. 이번도 같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어제 대구와 경산을 찾았지만, 특별한 정책이나 공약을 내놨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대구에서 "저의 정치적 출생지"라 추켜세웠던 게 새해 벽두, 두 달이 훌쩍 넘었다. '심장'이고 '텃밭'보다 '격전지'가 더 중했을 터이다. 홍 시장의 일침에는 불편한 심기가 읽힌다. "중요 국가정책 발표는 하나도 없고 새털처럼 가볍게 처신하면서 매일 하는 쇼는 셀카 찍는 일뿐이니 그리해서 선거 되겠나."연애 시절 달달했던 남녀가 결혼 후 왜 싸우고 냉랭해지겠나? 독점 때문이다. 경쟁이 사라진 거다. 격전지 수도권, 부산에선 선심 공약이 쏟아지는데, 역대급 조용한 텃밭 본선에선 공약이 사라졌다. 정치적 독점의 폐해다. 텃밭이라 지나쳐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역차별당해서도 안 된다. 논설위원이재윤 (논설위원)
[이재윤 칼럼] D-30 다섯 장면
하나. 한동훈이 이재명에게 TV 토론을 제안했다. "원하는 시간, 원하는 방송사에서 김어준 사회도 상관없다"는 도발적 제안이다. 대통령은 감추고 '이재명 vs 한동훈' 구도로 선거에 임할 의도다.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이슈화하면서 정권 심판론을 무력화하는 양수겸장의 수다. 제안은 거절됐다. 되받아친 '정청래-김건희 1대 1 토론'은 설익은 장난기가 다분하다. 조국이 숟가락을 얹었다. 한동훈 만남을 요청했다. "따님 입시 비리 11개가 모두 무혐의 처리된 것에 관해 물을 것"이라 했다. 민주당의 표적은 분명하다. 숨은 대통령을 여하히 재소환해 국정 심판대에 올려놓는 일이다. 과연 '정권 심판론'이 다시 작동할까. 곡돌사신(曲突徙薪), 화를 막기 위해 아궁이 근처 나무를 이미 딴 곳으로 옮긴 뒤다. 그렇다고 정권심판론이 사라진 건 아니다. 후보들은 한동훈과 찍은 사진을 더 선호한다. 예전만 못하지만 '정권 심판론'은 여전히 총선 제1 승부처다.둘. "160석"이라 호언한 후보를 엄중 경고한 한동훈, 공천 반발에 "탈당하든 입당하든 자유"라고 한 이재명. 오만하면 진다. 공천 국면에선 '갈등 관리'가 중요한데 '나갈 테면 나가라'는 식으로 아픈 곳을 헤집으면 어떡하나. 보수조차 한동훈이 꺼낸 '운동권 청산'을 이재명이 앞장서고 있다고 빈정댄다. 탈당파가 박빙의 지역에서 3자 구도를 만들면 민주당은 필패다. 임종석 잔류로 한숨 돌렸지만 바닥은 멀었다.셋. 이재명이 마주한 '조국신당' 고차방정식. 거리를 두던 민주당이 입장을 선회했다. 조국신당 지지율이 예사롭지 않다. 최고 21.0%까지 떴다.(미디어토마토·5일) 두 사람이 만나 "윤 정부 심판에 한 뜻"이라 외쳤다. 시너지가 클까 리스크가 클까. 조국 신당의 존재는 윤(尹)도 싫고 이(李)도 싫어 투표를 포기할 사람들을 투표소로 향하게 한다. 예기치 않은 변수다. 이재명 가고 조국 온다? 대체재로서, 미래권력으로서 입지 하기엔 조국의 강이 간단치 않다.넷. '의대 증원'에 국민 80% 가까이 찬성하더라도, 이게 국정 수행 '긍정' 평가 이유 1위에 등극한 건 뜻밖이다. 기존 1위 '외교 안보'를 2배 차 이상 따돌렸다. 화물연대 파업 때 그랬다. 2022년 8월 24%까지 떨어진 대통령 지지율이 12월 36%까지 올랐다.(한국갤럽) 작금의 변화도 경이롭다. 한 달 만에 29%(2월)→39%(3월)로 치솟았다. 후퇴 없는 전진? 피해가 국민 개개인의 것이 되는 순간 모든 게 달라진다. 국민 고통을 담보로 한 호재는 지속적이지 않다. 리스크가 큰 모험을 선거 앞두고 마냥 즐길 수 없다.다섯. 대선 후 24개월 이전 선거 모두 여당이 승리했다. 이번엔 '3년 차' 마법이 걸렸다. 25개월 차 총선. 2년 차에 가까운 3년 차다. 이 정도면 여당 밀어주기 여론이 작동한다. '국힘 상승' '민주 하락'은 부정할 수 없는 추세다. 강서구청장 보선도 여론조사와 달랐다고? '개딸'의 공상이다. 다만 주목할 게 있다. 중도층 여론이다.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에서 중도층의 긍정 응답은 20%대, 부정 60%대가 오랫동안 유지한다. 중도층, 청년층에서의 지지율 반향 부재가 상승 고점에 제동을 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리얼미터 분석)4년 전 선거 당시 5% 내 승패가 난 게 40곳, 10% 내는 39곳이었다. 79곳이 10% 미만으로 명암이 갈렸다는 의미다. 남은 한 달, 10% 정도는 왔다 갔다 할 넉넉한 시간이다. 선거는 지금부터다. 논설위원논설위원
[이재윤 칼럼] 민주당, 이러다 바닥 간다
#151석?=신년 벽두만 해도 '민주당 과반 이상 확보'에 별 이견이 없었다. 이재명 대표가 '목표 151석'이라 할 때 '부자 몸조심' 정도로 이해했다. 전문가연하는 진보 유튜버들이 '200석'이라 교만을 떨 때도 짐짓 그러려니 했다. 총선 D-50 현재, 그 꿈은 턱도 없다. 선거가 코앞인 어제 민주당 선관위원장과 위원들이 줄사퇴했다. 사달 나기 일보 직전이다.#판세 요동=지난 18일 공개된 여론조사(KSOI) 결과는 변곡점이다. 국민의힘 지지율 44.3%, 민주당 37.2%. 격차 7.1%포인트가 오차범위 밖이다. 지역구 투표에선 44.3 vs 35.9%로 더 벌어졌다. 비례대표 투표에선 무려 12.7%포인트 차가 났다. 민주당이 의지했던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조차 44.7%로 치솟고, 정권심판론(45.9%)도 국정안정론(46.3%)에 역전당했다. 야 편향이라 오해(?)받는 한 여론조사(20일)조차 2주 전보다 국민의힘 5.0%포인트 상승, 민주당 2.1%포인트 하락했다. 뚜렷한 판세 변화다. 두 달 전만 해도 한동훈 위원장은 국민의힘의 절망적 처지를 '9회 말 2아웃 투스트라이크'에 빗댔다. 그사이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뒤늦게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성원과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사죄했지만(20일 국회 연설) 울림이 없었다. '성원에 부응 못 한' 진짜 이유를 알고 있긴 한가. 남의 다리 긁지 말고 당장 그 '진짜 이유'에 메스를 대지 않으면 민주당은 희망 없다.# 韓, I'm still hungry?=국민은 '태도'를 본다. 한동훈 위원장은 "아직도 어렵고 쫓는 처지다. 우린 아직 멀었다"고 했다. '추월'을 '추격'으로 변착(變着)한 한동훈의 레토릭이 돋보인다. 히딩크 마법(I'm still hungry)을 연상시키면서 한때 민주당 주변의 '200석' 호언과 대비됐다. 매끄럽기는 공천도 매한가지. 심각한 갈등 없이 할 건 다 하고 있다. 이삭줍기에 목매던 이준석 신당이 답답해졌다. '오렌지색 점퍼'로 갈아입고 이준석에게 갈 이가 몇이나 될까. 민주당의 '김건희 특검법 재투표' 전략도 낭패다. 미루고 미루다 남은 마지막 화약고 TK 공천만 잘하면 유종의 미를 거둘 것 같다.'대통령-한동훈' 디커플링(비동조화) 현상이 뚜렷한 건 성공한 '박근혜 대비위'(19대 총선)와 데칼코마니다. 한동훈 나오면 '땡큐'라더니 양당 간판(한동훈-이재명) 간 지지도 격차가 10~20%포인트 정도 나는 건 민주당에 치명적이다. '정권 심판론'에서 '여야 모두 심판론'으로 프레임이 바뀐 것과 무관치 않다.#120석?=그저께 민주당 의총에선 내부 불만이 폭발했다. 정작 이재명 대표는 불참했고, 정청래 수석 최고위원마저 자리를 떴다. 저간의 민주당 사정은 "일부러 지려 하지 않는 한 저럴 수 없다"(송갑석 의원)라고 비판받아 족하다. '지지율 2월 크로스'는 2012년 총선(4월11일) 때와 흡사하다. 그때도 질 수 없는 선거를 졌다. 야당과 싸우는 한동훈, 친문과 싸우는 이재명. '문명(문재인·이재명) 파괴는 총선 폭망'(최재성 전 의원)의 길이다. 당 핵심 관계자조차 "이런 추세라면 120석도 못 건질 것"이라 한다. 답답했던지 김부겸·정세균 전 총리가 또 나서 '이재명의 결자해지'를 촉구했다. 사실 '마지막 경고'로 들린다. 3월 꽃바람 불면 백약이 무효다. 논설위원이재윤 논설위원
[사설] 결국 시작된 의료대란, "환자 곁 지켜달라"
이른바 '빅5' 병원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를 낸 뒤 오늘 병원을 떠난다. 전국 의대생들 역시 '선배'들이 병원을 떠나는 것에 맞춰 동맹휴학에 들어갔다. 전공의 중 700명 넘게 사직서를 제출했다는데, 점점 확산하는 게 걱정이다. '사직 행렬'은 대구도 예외 아니다. 응급 당직의 핵심인 전공의들이 한꺼번에 빠지면 혼란은 피할 수 없다. 정부가 어제 전체 수련병원 전공의를 대상으로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할 정도로 상황이 다급해지고 있다. 암 수술이 무기한 늦어지고 쌍둥이 출산이 연기되고 있다는 소식이 모두를 안타깝게 한다.한덕수 국무총리가 어제 △공공병원 평일 진료 확대 및 주말·공휴일 진료 △국군병원 응급실 민간 개방 및 외래진료 확대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 △상황 악화 시 공보의·군의관 투입 등 긴급 대응 방안을 내놨다. 다 적절한 조치들이다. 효과를 거두려면 간과해선 안 될 게 있다. 국민이 어디에서 어떻게 긴급 의료 서비스를 받는지를 모르면 효과가 반감된다. 긴급 의료 체계에 접근하는 데 국민이 불편함이 없도록 이를 잘 알리고 이해시켜야 한다.의료계와의 대화도 멈출 수 없다. 우리보다 국민 1인당 임상의사 숫자가 더 많은 선진국도 우리보다 먼저, 큰 규모로 의사를 증원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급격하게 고령화가 진행되어 의료 수요가 가파르게 치솟는 상황에서 의사들이 충분히 증원되지 못한다면, 지역·필수의료 분야는 버티지 못한다. 의료 현장 최일선에서 뛰는 전공의들의 노고를 모르지 않는다. "국민의 마음과 믿음에 상처를 내지 말아달라. 부디 의료현장과 환자의 곁을 지켜주시기를 부탁드린다"는 한 총리의 당부가 국민 모두의 마음이다.
[이재윤 칼럼] 아마겟돈 선거
2024년 눈여겨봐야 할 것은 '선거'다. 전 세계에서 70건이 넘는 선거가 치러진다. 그 나라 인구를 다 합치면 지구촌 인구 절반이 넘는다. 인류 역사상 최대 선거의 해다. "2024년은 인류 역사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해가 될 것"(에이미 제가트·스탠퍼드대 교수)이라 한다. 한국무역협회가 올해를 '슈퍼 선거의 해'로 규정한 이유는? 최대 최다 선거가 기존 게임의 룰을 바꾸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와 동맹 지형의 새판을 짜는 미증유의 변화가 기다린다.출발선을 끊은 건 대만 총통선거. 판세를 결정한 중도층, 북풍과 유사한 중풍(中風), 특히 대만 내 불거진 '미국 출병 회의론' 등은 우리에게 시사점을 던진다. '한반도 위기 시 미국의 선택은?'이란 질문과 맞닿아 있다. 닷새 후면 머잖아 10대 경제 강국으로 부상할 인도네시아에서 대선이 열린다. 2억 유권자가 참여하는, 대통령이 야당 후보를 미는, 대통령 아들이 야당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나선 이상한 선거다. 한 달 뒤 러 대선에는 '월드 빌런' 푸틴의 5선 도전이 화제다. 러시아와 동시에 우크라이나 대선이 열리는 건 전쟁의 신 '아레스'의 짓궂은 장난인가. 5월 세계의 공장 인도 하원 선거, 6월 유럽의회 선거, 9월에는 기시다 일본 총리 교체 가능성이 크다.가장 중요한 선거는 미 대선(11월5일). '미 대선이 있는 2024년은 1945년 이후 세계 질서의 성패가 좌우될 결정적 해'(패트릭 파울리스·이코노미스트 외신부장)로 규정된다. 1945년 전과 후를 갈랐듯 역사학자들은 '2025년 이후의 신질서'라는 역사 구획 짓기에 분주할 것이다. 도약과 퇴보의 분수령, 이런 결정적 선거를 '아마겟돈 선거'라 칭한다. 확연한 변곡점을 거치면 변화한 세상의 새 기준, '뉴노멀'이 등장한다.다수 여론조사는 '트럼프 승리'를 가리킨다. 더 센 트럼프가 온다. 미 연방 대법원이 트럼프의 출마 자격을 결정하는 재판을 오늘 시작하는 게 유일한 변수다. 트럼프의 뉴노멀. "모두 안전벨트를 꽉 매야 할 때"(그레이엄 앨리슨·하버드대 교수)이다. 한국도 예외 없다. 인플레이션감축법이 폐기되면 미국 내 투자한 한국 기업은 낙동강 오리알이 된다. 다시 방위비 분담금 요구, 한미 연합훈련 감축, 주한미군 철수 흥정도 시작된다. "대만에 관심 없기 때문에 중국이 원한다면 그러라고 할 수도 있다. 전쟁으로 이어질 가장 큰 위험요소"라는 앨리슨의 경고는 섬뜩하다. 청일전쟁, 러일전쟁 모두 한반도에서 일어났다. 21세기 미·중 충돌, 그 사이에 또 한반도가 끼었다.문재인이 2년 전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라고 했던가. 미증유의 변화가 예정돼 있음에도 작금 한국은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는 나라'처럼 보인다. 문재인이 상황을 오도했는가 2년 만에 뭔가 뒤틀렸는가. 한중 대외관계 기조가 다르지 않고 교역도 문제 없다?(그저께 대통령의 신년대담) 암울하지만 "미 대선에 따라 한미동맹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김성한·전 안보실장) "한국, 중국을 더 두려워하게 될 것"(로빈 니블렛·전 채텀하우스 소장)이란 전망이 더 진실에 가깝다. The president changes, but Congress stands still(대통령은 바뀌어도 의회는 그대로)? 미국 인사의 말을 대통령이 대신 전했지만 설마 그대로 믿진 않으리라. 일본은 벌써 트럼프와 접촉하고 있다.(로이터 통신) 논설위원이재윤 논설위원
[이재윤 칼럼] 구심력이 강하면 원심력도 강해진다
#주류 교체의 시간=22대 총선은 최소 4파전이다. 주요 정파만 따져도 그렇다. 왜 이렇게 확전됐을까. 이번 선거는 보수 대 진보 대결만이 아니다. 보수 대 보수, 진보 대 진보의 싸움이 동시에 펼쳐지고 있다. 그 요체는 진영별 '주류 교체의 싸움'이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당, 이재명 당으로의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공천 전쟁'이 내부 주도권 싸움의 클라이맥스다. 구심력이 강할수록 원심력도 강해진다. 조일수록 흩어지는 분열의 피크 타임, 그 절정의 시간을 지나고 있다.#비민주적 알고리즘=너무 세게 조였다. 한동훈 사퇴를 요구한 건 지나친 악력 행사다. 이준석은 '약속 대련'이라 했지만, 실전일 가능성이 크다. '기획'이라면 '윤-한' 듀오가 펼친 경이로운 '싱크로나이즈드 무대'에 찬사를 보낸다. 검검신공(檢劍神功)이란 일세의 비전술로 강호를 평정한 것도 모자라 설마 짜고 친 게 사실이라면 윤석열 사단은 만인을 속이는 절대심법마저 습득한 지략의 천재, 최고의 갬블러, 사마의의 화신, 마키아벨리즘의 권화(權化)라 칭할 만하다. 사실이어도 불행이고 사실이 아니어도 불행이다. 대통령이 가장 큰 피해자? 그렇다. 명분·세력·타이밍에서 밀렸고 이미지·리더십·민심을 잃었다. 이준석은 나갔고 김기현, 김무성의 조짐도 심상찮다. 보수 텃밭 'TK 민심'도 변했다. TK의원들이 모여 한동훈을 살짝 비토하려 했다가 흐지부지된 건 '변화한 민심'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머잖아 '한동훈 당'이 될 것이다. 임기 절반도 안 지났는데, 절대 권력을 나눠 가지는 불가능의 변검술이 무탈하게 시전될까. 용산 터를 봤다는 관상가가 "썩은 고기를 통째로 먹어 치워 강을 정화한다"고 한 전투력 갑(甲) '악어상(相)'에 대한 해석이 새삼 회상된다.민주당 사정도 피장파장이다. 비명계 최종윤이 불출마 선언하며 "우리가 하는 건 정치도 민주주의도 아니다"라고 자성했다. 이낙연의 경우 분당급 이탈이다. 청년 당원의 탈당 러시는 심각한 수준이다. 사당화 논란이 멈추지 않으면 추가 탈당을 막을 수 없다. 이재명을 금강불괴로 만드는 만독불침의 주문이 민주당의 오랜 가치와 비전을 허물고 있다. 서로 악마화하다가 둘 다 악마를 닮고 있다. 멀쩡하던 이들이 어느 날 광인(狂人)으로 돌변하는 세태가 비감하다.친윤·친명의 역주행. 트럼프가 홈그라운드 텍사스에서, 바이든이 표밭 캘리포니아에서 목숨 걸고 싸우는 격이다. 선거를 이기는 것보다 이 당을 내 당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더 강하다. 가야 할 곳 '중도'는 점점 멀어진다. 지지층만 강화하는 알고리즘은 민주주의 원리와 맞지 않는다.#역설(逆說)=순도 100% '윤심 당' '이재명 당'을 만들 욕심인가. 두 사람 다 선거에서 멀어질수록, 그립의 힘을 뺄수록 당의 승률은 높아진다. 22대 총선의 패러독스다. 치열한 주류 교체의 싸움은 혁신 공천을 망쳤다. '혁신'은 '내 편 심기'의 이어동의(異語同意)와 진배없다. 거짓 혁신보다 '통합'이 더 효과적이다. 지금이라도 뭉치면 이기고 흩어지면 진다. 어설픈 봉합이어도 당정 갈등을 삼일천하로 끝낸 건 다행이다. '한'이 굴복하면 총선을 지고, 이기면 '윤'의 레임덕이다. 이재명은 자신이 공천권을 다 행사하더라도 비대위만큼은 김부겸 같은 이에게 맡기는 게 현명하다. 김부겸은 "난 설거지만?" 하지 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짐을 지는 건 어떤가. 논설위원논설위원
[이재윤 칼럼] 法·檢·言 총선 직행 막을 방도 없나
#D-90=새해 벽두 쏟아진 여론조사에는 일정한 경향성이 있다. 첫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엎치락뒤치락 팽팽하다. 둘째, '정권심판론'과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 평가'는 여전히 높다. 셋째, 이준석 '개혁 신당'의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다. 정당 지지율과 정권심판론, 대통령 평가, 이 셋 중 가장 큰 변수는? 정당 지지율 < 대통령 평가 < 정권심판론 순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런 전제 아래 D-90 판세는 '민주당 박빙 우세'로 읽힌다. 오해는 금물. 이건 오로지 '현재' 상황이다. 매일 격랑이 휘몰아치는 싸움 판의 90일 뒤 미래를 어찌 짐작하겠는가. 다만 21대 총선의 해 2020년 1월1일 자 언론의 각종 여론조사 결과와 100여 일 뒤 총선(4월15일)의 의석수 비율이 비슷했다는 사실은 상기할 만하다. 부동층은 여전히 민주당을 대안 정당으로 생각지 않는다. 이낙연은 어제, '원칙과상식' 3인방은 그저께 뛰쳐나갔다. 이준석은 '탈당'이라 하지만, 이낙연은 왜 '분당'이라 불리나. '대분열'이란 의미다. 야당에 대한 누적된 실망감으로 승부처 서울에서 국민의힘이 한번 해볼 만하다는 지표가 속속 등장한다. 민주당이 심각히 받아들여야 하는데 앞으로도 뭔가 할 것 같지 않다. 비호감 여당, 역부족 야당, 가능성이 모호한 신당. 유권자 만족도가 매우 낮은 선거다. 지금의 국면이 변하지 않는다면? 구도와 정황이 닮은 2016년 총선을 회고해 보자. 박근혜 정부 심판론이 만만찮았지만, 민주당이 지금처럼 대안적 역할에 실패, 제3당 국민의당이 38석이나 건졌다. 민주당(123석)과 새누리당(122석)은 불과 1석 차. 의석수로는 민주당이 이겼지만, 피아(彼我)를 따지면 참패였다. 국민 기대를 저버린 제1, 2당 모두를 향한 민심의 절묘한 경고였다. 이번엔 어떤 경고일까? #판관(判官)은 정치 꿈나무?=선거 결과보다 더 엄중한 게 있다. 봇물 터진 현직 판·검사와 기자의 총선 직행. 지옥문을 열었다. 특정 집단의 과도한 정치 쏠림을 걱정하는 게 아니다. 지성이 매우 발달한 집단의 이너(inner) 세력화를 우려하는 바도 아니다. 판·검사, 기자는 우리 사회의 '판관'이다. 공정과 정치적 중립이 생명이다. 질서와 룰을 수호하는 심판관이 글러브 끼고 링 위에 올랐다. 굽은 율척(律尺)으로 어찌 측량이 가능하겠나. 판관을 신뢰 못 하는 사회, 위태하다. 신뢰를 쌓는 건 우공(愚公)이 산을 옮기는 것만큼 어려우나, 신뢰가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이원석 검찰총장) 권력에 밀착한 검찰, 사법부의 편향, 프로파간다가 된 언론이 정치권밖에서 정치를 움직인다. 민주주의를 좀먹는다. 개인 일탈로 치부할 일 아니다. #우상(偶像) 깨기=권력욕은 인간 본성이다. 허나 판·검사, 기자는 욕망을 절제해야 한다. 판관이 보편적 가치를 떠나 '내 편'을 찾는 순간, 정의의 칼은 흉기로 변한다. 규제와 감독을 거의 자율에 맡겨왔다. 이젠 그 독립성과 자유에 회의가 든다. 이들이 쌓아 올린 거대한 우상을 깰 때다. 책임 없는 자유를 누릴 자유는 어디에도 없다. 현직 판·검사, 기자의 총선 직행을 막을 제도가 필요하다. 최소 2년 정도 선출직·정무직 직행을 제한하는 건 어떤가. 위헌 소지? 국회가 법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논설위원 이재윤 논설위원
[이재윤 칼럼] 아듀 2023! 새해 벽두 TK서 벌어질 일
영화 '국제시장'의 한 장면으로 송년 인사를 대신하고자 한다. 덕수는 1·4 후퇴 때 여동생 막순을 업고 가족과 함께 흥남 부두 피란길에 올랐다. 북새통에 동생을 잃어버린다. 아버지는 "가족들을 잘 지키라"는 말을 남기고 배에서 내려 막순을 찾아 나섰다. 덕수는 졸지에 소년가장이 돼 부산 국제시장에 내던져졌다. 평생 한 번도 자신을 위해 살아본 적 없는 우리 시대의 아버지 덕수, 그리고 질곡의 피란 생활. '이산가족 찾기' 방송을 통해 동생 막순을 만나고 말년에 온 가족이 모여 잔치를 벌이는 날의 풍경이 가슴을 적신다.황혼의 덕수가 홀로 방안에서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이런 말을 한다. "아부지, 약속 참 잘 지켰지예. 막순이도 찾았고, 이만하면 나 잘 살았지예. 그런데…, 진짜 힘들었심더." 이때 아버지의 환영이 나타나 덕수를 안으며 말한다. "니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다 안다. 내가 못한 거 니가 다 해줘서 진짜 고맙다." 불황의 어두운 터널, '코로나' 시련의 끝자락에서 덕수 아버지의 말을 빌려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한 해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국제시장'은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우리의 일상에는 늘 '국제시장 2'가 기다린다. 갑진년 대구경북 정치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모든 변화는 새 일을 도모할 기회다. 기회는 균등하지 않으며 알고 준비하는 자의 몫이다. 새해 벽두 TK에 몰아칠 첫 화두는? '물갈이'다.#총선 물갈이 90%?='TK 물갈이 90%'란 흉흉한 소문이 전해진다.(장성철 공론센터소장) 이건 학살 수준이다. 이준석은 "영남 60명 중 40명을 칠 것"이라 했다. 대구에선 Y, C 의원만 안정권? 인요한이 콕 집은 '5선 주호영'의 거취부터 주목하시라. 물갈이 폭을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김기현의 퇴장과 한동훈 등판이 알리는 신호는 '보수 주류 교체'이고, TK에 던지는 메시지는 '물갈이'다. 한 발 더 나갔다. 한동훈의 '불출마' 선언이 무섭다.(홍석준 의원). TK에서의 새해 첫 행보(2일 대구)도 예사롭지 않다.#역설= 이준석 신당이 TK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작다. 대구 출마도 '안 한다'로 기운다. 단, 역전의 배 한 척이 남아있다. 신당의 성공 가능성은 국민의힘 물갈이 폭과 연동된다. 폭이 클수록 성공 가능성도 커진다. 물갈이의 역설이다. 벌써 지역 의원 2명이 이준석에게 전화했다는 소문이 돈다. 예상 못 했던 당 대표 경선 승리의 신화를 썼듯, 잘린 TK 현역이 우수수 뛰쳐나오면 이준석은 이준석을 다시 쓸 기회를 잡는다.#루빈의 꽃병= TK 물갈이는 '루빈의 꽃병'과 같다. 꽃병으로 보이기도 하고, 마주 보는 두 얼굴로도 보인다. 이 그림에는 특이점이 있다. '꽃병'과 '얼굴'이 함께 지각되지 않는다. TK 정치권을 신인으로 가득 채우는 것에 환호하면 물갈이에 숨겨진 다른 그림을 지각 못 한다. '세대교체'로 포장한 '텃밭 TK 힘 빼기'의 담합이 숨은 그림이다. 이런 담합이 박정희·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는 물론 이효상·박태준·이만섭·박준규·김윤환·정호용·박철언·강재섭·장영철·이상덕 같은 강한 리더십 소유자들을 TK에서 더는 볼 수 없게 만들었다. 허약체질 TK 정치, 이면엔 '물갈이'가 있다. 이번 총선은 '최후의 TK리더'에게마저 퇴장을 압박할 것이다. 호의가 계속되면 호구 된다. 나쁜 물갈이엔 저항하는 게 마땅하다.논설위원논설위원
[이재윤 칼럼] 이성이 작동되지 않는다
위기가 한 걸음씩 다가오니 선명히 보이는 게 있다. '90초 전'을 가리키는 '운명의 날 시계'는 핵 위기만을 경고하지 않는다. 세계 세 번째로 설치된 동대구역 '기후위기시계'는 10일 현재 '5년 224일'을 알리며 다급히 주의를 환기한다. 극단주의·자국 중심주의는 인류 최고의 정치 유산 '민주주의'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고 있다. 민주주의 보루 미국에서 위기 조짐이 뚜렷한 건 위험한 징후다. AGI(인공일반지능)는 '인간 영역 침범'이란 경고음을 울렸다. 이 단계의 AI부터는 '기술적 특이점', 인공지능이 인류 지능의 총합마저도 넘어서는 시점과 관련된 위험성을 의심해야 한다. 괜한 걱정이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인류는 서서히 데워지는 냄비 속 개구리와 다를 바 없게 된다. 불길한 전조는 매일 일어나지만 이성은 작동하지 않고 행동은 미뤄지고 있다.#5년 남은 거 아니었어?=기후위기시계로는 5년 이상 남았는데 '지구 기온 1.5℃ 상승'은 내년에 뚫린다. 일주일 전 영국 기상청의 예측이다. '1.5℃'는 재앙을 피할 마지노선이다. 열흘 전 로이터 통신은 지구 월평균 기온이 6개월 연속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10만 년 이래 가장 더운 해'란 기록도 덧붙였다. AFP는 사흘 전 북극은 지구 다른 곳보다 4배 빠른 속도로 기온이 올라가고 있다는 기사와 함께 "생태계와 인류가 가보지 않았던 미지의 영역으로 진입했다"고 우려했다.#부머의 승리=그저께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퇴출·복귀 사태 이후 처음 공개 석상에 나타났다. 일성이 섬뜩했다. "우리는 멈추지 않는 토네이도에 뛰어들었다." AI개발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이다. AI 부머(boomer·개발론자) vs AI 두머(doomer·파멸론자). 올트먼은 전자, 올트먼 해임을 주도한 수츠케버는 두머의 수장이다. 쿠데타는 실패했다. 실패한 쿠데타는 인류 미래에 불행일까 행운일까. "인간과의 대결에서 AI가 압도적으로 승리할 것"이란 대니얼 카너먼(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의 예언은 과장 아니다. 사람에 버금가는 대규모 언어모델이 벌써 출현했다. 구글이 6일 공개한 'Gemini'. 곧 인간 능력을 능가할 것이다. 맨해튼 프로젝트 딜레마가 소환된다. 우발적 핵전쟁의 위기가 어림잡아 150번 넘었다는데 진화한 AI의 일탈이라고 왜 없겠나.#트럼프 '승률 80%'=21세기 독일에서 폭력 쿠데타? 이를 모의한 극단주의자들이 이틀 전 대거 적발됐다. 구호가 끔찍하다. '민주주의를 전복하자.' 대부분 귀족 출신인 데다 380정의 화기와 14만8천 발의 탄약이 함께 발견돼 충격을 줬다. 독일의 징후는 극히 일부다.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닷새 전 취임한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이탈리아 집권당 FdI, 제1당으로 올라선 네덜란드의 자유당 외 숱하다. 극단주의의 세계화? 21세기 극단주의는 극우로 수렴된다. 트럼프가 정점에 있다. 지난달 이후 27회의 양자 대결 조사 중 22회 승리했다. 승률 80%다. 트럼프가 돌아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If I Knew.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라 후회하는 순간 늦다. '슬픔이 택배로 왔다'(정호승 詩)고 했던가. 슬픔에 잠기기 전 마지막 시간을 통과하고 있다. 반품할 새도 없이 거대한 슬픔의 그림자가 창밖까지 이르는 날, 슬피 울며 이를 간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 논설위원논설위원
[이재윤 칼럼] 한동훈·이준석에 대한 오해와 진실
마누라 빼고 다 바꾸라던 국민의힘 혁신위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고 조기 종료 수순에 들어갔다. 어제, 공천 키를 쥐게 될 공관위원장에 생뚱맞게도 인요한 스스로 자천하자 김기현이 이를 단칼에 거절하는 코미디 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대대적인 용산 개편으로 '윤의 사람'들도 속속 링 위로 오르고 있다. 바야흐로 한동훈과 이준석의 시간이 왔음을 알린다. #한동훈과 이준석=한동훈의 등장은 이준석이 지배하던 총선 지형을 재구성하고 있다. 한동훈 출마는 기정사실이 되고, 이준석 신당 가능성은 이제 80%를 넘어선 듯하다. 인요한이 아무렇게나 말하는 것 같지만, 윤심을 100% 대변한다는 걸 알아야 한다. 대놓고 "이준석이 도덕 없는 건 부모 잘못"이라 한 것은 차가운 이별을 마주한 발언이다.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 뒤늦게 사과한 건 이별의 책임을 전가하는 억지 애드리브(ad lib)에 불과하다. 이준석에겐 돌아갈 다리가 끊어졌고, 인요한은 이준석 품는 걸 포기한 것 같다. 한동훈의 등장은 이준석의 퇴장(탈당)을 앞당기는 계제가 됐다. 두 '미래 권력'의 운명에 혹 동지의 연(緣)이 있으려나 했는데, 아무리 봐도 보완재이기보다 대체재에 가깝다. 미래 권력도 권력이니 나눠 갖기가 싶지 않을 터이다. #승리의 방정식=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한동훈·이준석·이재명·이낙연 합종연횡의 방정식은 이렇다. (1)한동훈과 이준석이 손잡고 이재명과 이낙연이 등 돌리면(韓+李 vs 明≠洛) 국민의힘은 백전백승이다. 여당 압승의 구도다. '2차 명낙대전'이 야권에 더 치명적 패인이 될 것이다. (2)'韓≠李 vs 明+洛'은 더불어민주당의 신승이 예상되는 3파전 구도다. 신승? 인색한 점수를 준 이유는 한동훈 등장이 이준석 탈당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한동훈의 파괴력을 얕잡아보다간 큰코다친다. (3)한동훈과 이준석, 이재명과 이낙연 모두 갈라져(韓≠李 vs 明≠洛) 4파전으로 총선이 치러지면 어떻게 될까. 지지층이 딱 두 쪽 나는 민주당의 타격이 훨씬 크다. (4)'韓+李 vs 明+洛' 양당 구도는? 박빙의 승부다. 현실화 가능성은 이렇다. (2)>(3)>(1)=(4), 야 신승>여 유리>여 압승=박빙의 순이다. 승리 방정식은 명료하다. #승리 너머의 가치="이기는 게 선(善)"이란 이재명의 말은 공개적으로 뱉어선 안 될 금기어다. 룰을 무시하는 정글 속 언어다. 그는 벌써 당 대표직을 사퇴하거나 당무에서 물러나야 했다. 일탈 행위는 이뿐만 아니다. 모두가 외면하는 더 큰 문제가 있다. '한동훈의 등장'이다. 공동체의 성숙과 헌법 정신의 유지·보호, 민주주의 가치에 반한다. 검사의 권한은 통상의 권력과 다르다. 죄를 따져 최종 판단을 내리는 공동체 질서의 최상위 권력이다. 민주주의는 검사에게 '판관(判官)'이란 절대 반지를 줬다. '공정'과 '양심'에 따라 '정의'를 구현한다는 전제에서다. 판관이 외눈으로 세상을 보는 '정치'에 한눈파는 건 그런 전제에 위배 된다. 민주적 룰에 대한 사회적 약속을 훼손하는 일이다. 가뜩이나 검찰의 정치오염이 논란거리다. 일정 기간 공직선거 출마 및 정무직 취업 제한으로 자물쇠를 채우는 강한 조치가 필요할 정도다. 검찰의 정치 중립은 민주주의 동산을 수호하는 금단의 열매다. 따 먹는 즉시 욕망의 눈이 밝아진다.논설위원 논설위원
[이재윤 칼럼] 達句伐 大戰(달구벌 대전)
#이준석 신당 60%?=계묘년 남은 한두 달의 키워드는 두말없이 '이준석'이다. 혼자라도 신당을 만들 기세다.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지만, 창당은 아직 '글쎄'이다. '이준석 신당'이 간판을 걸려면 네이밍부터 고쳐 써야 한다. '이준석' 이름 아래 들어갈 중량급 정치인은 제한적이다. 아직 강력한 대권 주자도, 확고한 지역 기반도 없다. 선거가 코앞인데 유승민, 금태섭, 박원석, 천아용인 등과의 연합 구도도 잘 잡히지 않는다. 고무적인 지지율에도 허상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준석, 안 돌아온다"(홍준표 대구시장)라고 하지만, 조건이 갖춰지면 국민의힘에 안주할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한다. 그런데 이 '조건'이 난제다. '대통령의 반성과 변화'가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인가. 붙들려는 인요한의 삼고초려를 삼초고려(三秒顧廬)도 없이 면박 준 건 보기에도 민망했다. 괜한 '서울 환자' 운운으로 용산이 대로했다는 소문이 사실이면 이준석의 당 잔류는 물 건너갔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 "배신의 정치 심판"이 거대한 나비효과를 일으켜 20대 총선을 결딴낸 '패배의 레토릭'이었다면, "환자는 서울에 있다"는 22대 총선의 향배를 가르는 결정적 수사가 되기에 족하다. 이 역시 분열의 언어다. "하루마다 가능성이 올라간다"며 "창당 가능성이 59% 수준"이라 한 게 닷새 전이니, 지금쯤 60%대 중후반에 이르렀을까? #12월27일=결단의 데드라인을 왜 이날로 잡았나. 12년 전 박근혜 비대위에 임명돼 정치 입문한 자신의 사적 기념일을 공적 시간표에 대입한 건 조금 유치하다. '의미'를 중시하는 이준석에겐 다른 이유가 있을 터이다. 50억 클럽, 김건희 여사 의혹에 대한 '쌍특검' 표결과 '대통령 거부권'을 주목한 건가. 쌍특검 패스트트랙에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부가 끝날 즈음이 딱 그때다. 자신이 요구한 '대통령의 변화'를 최종 확인하는 순간이다. 주저앉을 명분도, 내칠 명분도 생긴다. 이준석 탈당의 책임은 이준석이 아니라 대통령에게 있다는 메시지를 공지한 셈이다. 김기현이든 한동훈이든 원희룡이든 '포스트 인요한' 체제의 정체도 드러나는 시점이다. 난도가 꽤 높은 보법이다. #달구벌 대전=이준석 신당이 뜨면 주전장(主戰場)은 TK다. 이준석도 싸움터로 이곳을 콕 찍었다. 보수의 심장 TK에서 찐보수를 가리자는 건 보수 기득권의 명치를 겨누는 승부수다. 달구벌 대전! 쌍수 들고 환영한다. 대구경북으로 다 모이시라. 이준석도 유승민도 천하람도 오고, 최경환, 우병우, 김문수, 이재오면 또 어떤가. 이재명, 김부겸, 추미애, 유시민, 홍의락도 환영한다. 민주당은 TK를 불모지라 하지 말라. 현역만도 3선 서영교·전혜숙, 재선 권칠승·박찬대·이재정·조응천, 초선 김병주·이동주 등 TK 출신 자원이 즐비하다. 당의 배려로 선수를 쌓았으니 험지 고향 출마로 보답하는 건 좋은 본이 된다. 물론 각 인물의 평가와는 별개의 문제다. TK는 소수의 양지(陽地)가 아니라 모두의 험지(險地)가 되면 좋겠다. 그래야 3무(역동성·다양성·리더십) 적폐를 딛고, 유권자가 갑이 되고 주인이 되는 옛 '정치 1번지'의 명예를 회복한다. 이게 침묵에 순치된 TK 정치의 온전한 물갈이다. 물갈이는 물을 갈지 물고기를 갈지 않는다. 달구벌은 비만 고양이의 사육장이기 싫다. 호랑이 새끼가 성장하는 야수의 정글이고 싶다.논설위원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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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권 의대 신입생 중 '지역 학생' 인원 현재보다 2배 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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