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대구시장이 취임 후 첫 도시락 간부회의를 주재하며 주요 현안과 시정 운영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대구시 제공>
민선 9기에 들어서면서 대구시장 관사가 사라졌다. 시장 일정을 따라다니는 전담 수행비서도 두지 않았다. 앞서 시장직 인수위원회는 역대 최소인 6명으로 꾸렸다. 대신 시장이 직접 업무보고를 받고 비상경제회의도 주재했다. 중앙정부 예산 실무자를 찾아 국비 사업을 설명하고, 시민 불편을 호소하는 현장에선 즉석에서 개선책을 주문했다.
추경호 대구시장이 취임 한 달을 맞았다. 정책 성패를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첫 한달간 목도된 시정운영 방향은 선명했다. 형식과 의전을 걷어내고 경제와 민생, 현장과 실행을 앞세우는 '실무형 시정'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이다.
경제부총리와 기획재정부 1차관, 국무조정실장,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추 시장은 취임 첫날부터 경제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기업이 앞다퉈 투자하고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난 청년들이 다시 돌아오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신념이 확고해 보인다.
◆권위부터 내려놨다
추 시장의 업무 방식은 당선 직후부터 기존과는 달랐다. 통상 수십 명이 참여하는 시장직 인수위원회를 곽대훈(2·28기념사업회장) 위원장을 포함한 6명으로 단촐하게 꾸렸다. 조례상 최대 20명까지 둘 수 있다. 별도 분과위원회도 만들지 않았다.
당선 다음 날부터 대구경북신공항과 취수원, 재정, 산업, 재난·안전 등 주요 현안을 직접 보고받았다. 인수위원들이 당선인을 대신해 업무보고를 받는 방식에서 벗어나 취임 전부터 시정 전반을 파악하는 데 집중했다. 선거 과정에서 경쟁했던 후보들 공약도 시민 생활과 대구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시정에 반영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취임 전에는 77년간 이어진 시장 관사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전담 수행비서도 두지 않았다. 추 시장은 "한 명이라도 더 시민을 위한 실무에 투입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검은색 백팩을 직접 메고 출퇴근했고, 구내식당에선 직원들과 같이 줄을 섰다.
관사와 수행비서 폐지는 절감되는 예산보다 상징적 의미가 크다. 공직사회에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기에 앞서 시장부터 권위적인 관행과 불필요한 의전을 내려놓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회의와 보고 방식은 확 바뀌었다. 취임 첫날 도시락 간부회의를 연 데 이어 매주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종이 서류를 없애고 핵심 내용을 2분 내 보고하도록 했다. 보고보다 토론과 대책 마련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실·국장에겐 업무를 정확히 파악하고 언제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특별주문을 했다. 여러 단계를 거쳐 정제된 문서보다 책임자가 직접 설명하고 시장이 곧바로 질문하고 판단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보고를 위한 보고'를 없애고, 결정과 실행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경제회의 두 차례…예산 실무진까지 직접 설득
취임 첫 달 시정의 중심에는 경제 이슈가 있다. 추 시장은 제조업 경쟁력 약화와 청년 인구 유출, 취약한 산업구조를 대구 경제의 구조적 위기로 보고 있다. 단기적 소비 진작뿐 아니라 산업구조와 기업 환경을 함께 바꿔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취임 8일 만인 지난달 9일 첫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했다. 기업과 대학, 경제기관, 산업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해 민생경제와 투자, 일자리 문제를 논의했다. 같은 달 23일 열린 두 번째 회의에선 수십 년간 묶여 있던 노후 산업단지 입주 업종 규제를 개편하기로 했다.
비상경제대책회의는 시장이 경제 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민간 전문가들과 해법을 논의하는 회의체다. 일회성 대책 발표가 아니라 기업 현장의 애로와 산업 현안을 지속적으로 시정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지난달 13일에는 기업 민원을 한곳에서 처리하는 '규제&기업애로 119 통합지원센터'를 출범시켰다. 기업 애로사항과 규제 민원을 하나의 창구로 통합하고, 접수 후 3일 안에 진행 상황을 알리도록 했다. 기업들이 여러 부서를 찾아다니지 않도록 처리 절차와 책임 주체를 분명히 한 것.
첫 조직개편에선 경제 중심 기조를 확실히 반영했다. 인공지능정책관을 신설하고 기업 투자와 대구경북신공항, 미래산업 기능을 강화했다. 원스톱기업투자센터 규모도 확대했다.
추 시장의 산업 전략은 전통산업과 신산업을 함께 키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섬유와 차부품, 기계산업에 AI와 로봇,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고 반도체와 미래 모빌리티, 의료·바이오를 육성한다는 복안이다. 청년 유출 문제도 정주 지원에만 국한하지 않고, 청년이 일하고 성장할 기업과 일자리를 만드는 데서 큰 공을 들이고 있다.
국비 확보전엔 직접 뛰어들었다. 지난달 9일 지역 국회의원 14명과 예산정책협의회를 열었고, 13일엔 중앙부처 차관들을 만났다. 20일에는 기획예산처를 찾아 차관과 사업별 심의관, 담당 과장에게 대구 사업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후 기획예산처 장관과 국회 주요 상임위원장들도 잇달아 만났다.
고위 관계자만 접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사업을 검토하는 실무자까지 설득하는 행보를 보였다. 대구 사업이 국가 성장 및 균형발전에 꼭 필요하다는 당위성을 적극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경북신공항 문제에서도 군공항 이전은 지자체의 개발사업이 아니라 국가안보 및 국방정책 영역인 만큼 정부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여기고 있다. 취임 초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만나 신공항과 광역교통, 산업 협력 등 공동 현안을 논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추경호 대구시장이 민선 9기 시정 운영 방향과 경제 활성화 구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임대료·주차장 민원 즉시 개선…기업 약속엔 책임 요구
추 시장은 대규모 사업뿐 아니라 생활 현장도 직접 챙겼다. 지난달 10일 열린 경제동향보고회에서 한 창업기업 대표가 임대료 일시 납부 부담을 호소하자, 분납 방안을 검토하라고 곧바로 지시했다. 대구시는 열흘 만에 분할 납부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바꿨다.
수성구 팔현파크골프장 주차 문제도 현장 민원이 정책으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다. 팔현빗물펌프장 유수지 주차장은 방재시설이라는 이유로 우수기에 폐쇄돼 이용객 불편이 컸다. 하루 평균 1천여명이 찾지만 주차 공간이 부족해 주변 불법 주정차와 보행 안전 문제가 반복됐다. 추 시장은 지난달 25일 현장을 찾아 호우 예보와 금호강 수위 등을 종합해 유수지 내 주차장 130면을 개방할 것을 지시했다. 당초 오전 9시였던 개방 시간도 현장 건의를 받아들여 오전 8시로 앞당겼다.
창업기업 임대료 분납과 유수지 주차장 개방은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은 아니다. 그러나 시민과 기업 불편사항을 현장에서 듣고 행정 관행을 실제 바꿨다는 점에서 추 시장이 강조하는 현장 행정의 성격을 보여준다.
기업 투자에는 지원과 함께 책임도 강하게 요구했다. SK 측이 2023년 대구시와 협약한 수성알파시티 AI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을 철회하자, 추 시장은 "대구시와 시민의 신뢰를 저버렸다"며 철회 경위와 대안을 시민에게 직접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대구의 정치적 위상은 쪼그라들었지만 '지역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할말은 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대구시 산격청사 전경.<대구시 제공>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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