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윤 칼럼] 검찰은 자신을 스스로 보호하라
윤석열 정부가 빠른 속도로 안정되고 있다. '0.73%' 차 아슬한 출발에 대한 불안한 시선은 거의 불식한 듯하다. 내치는 물론 외교, 국방 분야의 활달한 행보에서 자신감이 느껴진다. 사회 전반적으로 보수적 가치의 회복 속도도 신속하다. 20년 집권을 장담하며 진보가 갈망했던 '대한민국 주류 교체'의 꿈은 '구 주류의 복귀'로 재바르게 대체 중이다. 닷새 뒤 지방권력 역시 보혁의 자리가 바뀔 것이다. 선거 앞 눈물로 호소하는 쪽이 늘 졌다.모든 긍정적 변화를 상쇄하고도 남을 우려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검찰의 급격한 정치 오염이다. 법무부 장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이 측근으로 새 정부를 구성한다는 데 뭐라 하겠는가. 수도권·50대·남자·서울대에 쏠렸더라도 토 달 일 아니다. 문제는 '검찰 편중'이다. 대통령도 특수통, 측근도 특수통, 검찰 간부도 특수통인 건 위험한 계통 질서다. 정치의 중심 청와대, 집행기관 법무부, 준사법기관 검찰이 한 몸 된다? 입법권, 사법권, 집행권은 견제와 균형을 이뤄야지 한 진영으로 움직이면 민주적 질서가 깨진다. 검찰의 정치 오염은 민주주의 가치와 시스템, 값비싼 대가를 치르며 지켜온 공동체 룰에 대한 심각한 파괴행위다. 검찰은 '심판자'라는 엄청난 지위를 누린다. 국가의 척추와 같고, 민주주의와 공화주의를 지탱하는 위계(hierarchy)의 맨 꼭짓점에 있다. 이런 특혜의 대가로 '절대 공정'을 약속했다. 일종의 사회적 계약이다. 윤석열 정부가 그토록 강조해온 법치와 공정, 자유민주주의가 윤석열 정부에 의해 흔들려서야 되겠는가.검찰은 벌써 꽤 공격적이다. 인사 후 첫 일성 어투부터 그렇다. 우려스러운 징후다. 평정심을 잃으면 공정도 잃는다. 질풍노도의 시기 검찰이 머물 마음자리는 염담위상(恬淡爲上·도덕경), 그곳이다. 담담함을 으뜸으로 여기며 검찰은 자신을 스스로 보호해야 한다. 정의의 여신 디케가 왜 눈을 가리고 있겠는가. '천하제일검' 운운하며 살기 띤 검찰을 향해 검수완박의 부메랑이 어떤 형태로 되칠지 모른다. 그 명분을 검찰 스스로 차곡차곡 쌓는 우(愚)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이번 검찰 인사는 '추미애 인사'의 거울을 보는 듯했다. 그토록 반발하던 검찰 의견 수렴 절차도 없고 인사위도 열리지 않았다. 검찰 인사는 공무원 인사다. 정무직 인사가 아니다. 시스템에 의한 통상적 절차가 생략된 것은 유감이다. 군사정권 때는 '군 인사'를 주목했지만 지금은 온통 '검찰 인사'에 촉각을 세운다. 다시 모이는 특수통. 정치 오염을 넘어 하나회처럼 정치 세력화하는 건 아닐까. 지성이 매우 발달한 집단의 이너(inner·내밀한) 세력화. 이들의 진로가 걱정이다. 압도적 권력이 될 역량이 충분하기에 더 위협적이다. 권력 요충 곳곳을 실세 검사·검찰 출신이 장악하고 있다. '괴물과 싸우다 괴물 닮지 말라'(프리드리히 니체)고 했다.사정 태풍이 불 것이다. 보복 논란도 불거질 것이다. 제 식구 감싸기·표적수사·먼지떨이 수사·별건수사 재등장의 우려도 커질 것이다. 검찰의 중립성·공정성 논란도 확산할 것이다. 다시 검찰은 개혁의 늪에 빠질 것이다. 이 모든 것을 기꺼이 자초할 작정인가. 이미 정쟁의 한복판에 들어온 검찰. 검찰을 보호할 곳은 눈 씻고 봐도 검찰밖에 없다. 법치주의의 가장 큰 적은 진정 누구인가.논설실장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