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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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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칼럼] 빅2 출마선언문 다시 읽기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일주일 남짓 지났다. 두 사람의 출마선언문을 다시 정독해 봤다. 왜 다시 출마선언문인가. 출마선언문은 순수한 초심이다. 혼신(渾身)으로 표백(表白)한 굳은 의지의 출사표다. 또한 대선 공약의 얼개다. 미리 읽는 차기 대통령 취임사이며, 다음 정권 국정지표의 바로미터다. 임기 내내 국정성과를 평가하는 잣대이자 지향할 푯대로 기능할 것이다."당신은 누구입니까?" 가장 주목한 것은 이념적 지향점이다. 정체성, 정치적 본색을 알고 싶어서다. 그런데 속았다. 심한 덧칠과 화려한 포장. 두 사람 모두 평소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우클릭 했다. 왜 가면을 쓴 걸까. 기본소득의 주창자인 이재명이 실용주의도 모자라 화려한 성장주의 외투를 걸쳤다. '중도와 진보까지 포괄하는 압도적 정권교체'를 꿈꾸던 윤석열이 정통보수의 핵심 담론 '자유민주주의'를 외친 것도 예기치 않은 장면이다. "이렇게 보수적인 분이었나"(유승민 전 의원)는 평까지 나왔다. 민심의 흐름과 무관치 않았을 터이다. 외연확장(이재명)과 보수결집(윤석열)의 의도가 역력하다. 뜬금없는 '역사관 전쟁'은 또 뭔가. '점령군'이란 표현을 놓고 벌이는 이 논쟁에서 역사왜곡과 표리부동의 혼란이 빚어지는 것은 의도적 가면쓰기의 필연적 결과다. 미군 스스로 '점령군'이라 하지 않았나. 우리가 지금 "아니다"하는 것도 우습다. 그렇더라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미 점령군과 친일 세력의 합작'이라 단정한 것은 부적절했다. "맞는 말이나 경솔했다"(홍준표 의원)는 지적이 옳다. 결국 이재명은 '불안한 리더십', 윤석열은 '정체성의 한계'만 노출했다."당신은 어떤 나라를 꿈꾸시나요?"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그런 면에서 윤석열의 출사표는 아쉽다. 출마선언문에서 자유 22번, 공정 9번, 법치 8번, 분노 7번, 정권교체 7번을 외쳤다. 그가 꿈꾸는 나라는 보이지 않았다. '경제 상식을 무시한 소득주도 성장' '시장과 싸우는 주택정책' '세계 일류 기술을 사장한 탈원전' 등 문재인정부 국정철학이 담긴 정책들을 비판하는 것으로 '그의 나라'를 갈음한 것인가. '무도한 정부' '이권 카르텔' '권력 사유화' '무능' '국민 약탈' '독재' '전제' '죽창가' 등 태극기부대를 연상시키는 어휘를 총동원해 '정권교체'를 부르짖었다. 선거 전략으로는 효과적이다. '정권교체론'이 대선을 관통하는 프레임이 되는 순간 선거의 절반은 끝난다. 그의 출사표는 '꿈'보다는 이기는 쪽을 택했다. 그러나 "어떤 나라를 꿈꾸나"는 대통령 자격을 판단하는 가장 원초적 질문이다. 검찰에 27년간 몸 담았을 뿐 그가 어떤 철학과 소신을 지녔는지 모른다. '국민에 소환 당했다'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윤석열의 '자유민주주의'에 조응하는 이재명의 핵심어는 '대동세상'이다. 모두가 잘 산다는 경제철학이 담겼다. 그는 '경제'를 18번이나 강조했다. 그다음 공정·위기·기회·성장 등 순이었다. 모두 경제적 함의를 지닌 단어다. 이재명이 1번 공약으로 '성장'을 내세운 것은 의외다. 보수의 고유한 어젠다가 아닌가. '더 유능한 4기 민주정부'라는 슬로건도 마찬가지다. 진보정권에 따라붙는 '무능'의 꼬리표를 떼고 싶을 것이다. 두 사람은 피아를 확실히 구분하는 스타일이다. 사이다 같은 성정의 소유자다. 아마 시원하게 싸울 것이다. 그러나 양극단에서 사생결단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 중도의 합리적 사고로 광활한 중원을 놓고 맘껏 경쟁하기를 바란다.논설실장논설실장
[이재윤 칼럼]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들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은 없다. 공기처럼 값없이 누리는 '민주주의'도 그러하다. 6월을 호국보훈의 달로 기념하며 지키려는 핵심가치는 민주주의다. 71년 전 오늘 6·25를 돌이켜보면 참으로 아찔하다. 그때 공산화됐더라면 지금의 풍요와 자유, 민주적 삶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6·25가 장차 민주주의를 활짝 꽃피울 이 땅을 지킨 역사였다면, 37년 뒤 6·29는 우리가 지킨 그 땅에서 민주주의의 첫 열매를 수확한 날이다. 민주주의를 지키고 쟁취한 6월이다.1987년 6월29일. 노태우 민정당 대통령 후보는 의례적인 출입기자 모임을 끝내고 헤어지려는 기자들을 붙잡았다. 그리고 시작한 TV 생중계. 극적인 '6·29 민주화 선언'이 나왔다. 국민 모두 환호했다. 이 또한 그저 얻지 않았다. 40년간 이어진 민주화 운동 대장정 그리고 6월 항쟁의 결실이었다. 80년 '서울의 봄'을 시작으로 87년 6월 항쟁에 이르기까지 민주화 투쟁을 이끈 주역이 바로 '586세대'(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다. '자유란 나무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했던가. 우리의 민주주의도 그러했다. 수많은 586세대의 땀과 피가 민주제단을 적셨다. 이제 서른네 살의 민주주의.며칠 전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의 국회 연설은 '서른넷 민주주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다. 그는 586 운동권을 공격하는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신랄했다. "대한민국이 586운동권의 요새가 됐다"고 했다. '한 때의 운동권 경력으로 평생을 우려먹는 진짜 기득권' '대한민국 체제를 뒤집으려 했던 사람' '이권의 강철대오' '운동권 이력 완장 차고 온갖 불공정·반칙·특권의 과실을 따먹는 사람들'이라고 맹공했다. '586', 한마디 반박도 못하고 조용하다. 요즘 '586'의 슬픈 자화상이다. 수십 년을 목 곧게 세워 당당했던 이 세대가 안쓰러울 정도로 의기소침하다.새로운 세대가 오고 있다. 낡은 진보, 낡은 보수 둘 다 끝났다고들 한다. 새로운 시간에 적응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과거의 영웅들. 이들의 바빠진 발걸음이 어지럽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들. 민주화 세대가 희롱의 대상이 되다니. 의(義)를 위해 피 흘린 자들이 조리돌림 당하고 있다. 이 기막힌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역사의 반동인가, 세대교체의 고통인가. 나이 듦으로 어쩔 수 없이 마주하는 숙명적 통과의례인가. 아니면 과오에 상응한 마땅한 징벌인가. 어떤 원인에서든 결과는 마찬가지다. 명예를 지키는 길은 딱 두 가지. 과감한 자기 혁신으로 시대변화에 적응하든가, 용퇴해 새로운 세대에 길을 열어주든가. 구차한 연명은 자신만 아니라 한 세대 전체를 욕되게 한다. 억울할 수도, 분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과거의 당신을 기억하지 못하고 현재의 당신으로 지난 과거를 평가한다. 한 시대의 승자였던 당신, 미래세대로부터 존경받지 못하는 현실이 혼란스러울 것이다.최근 인기 드라마의 한 장면. 공수처장 역 여주인공이 과거 운동권 동료였던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던진 한마디 충고다. "전체를 핑계로 부분을 타협하다 보면 너도 언젠가는 괴물이 될지 몰라. 그러니까 조심해." 586세대의 어지러운 족적을 따라 잘못된 작은 타협들이 너무 많이 쌓여버렸다. '상황은 변하는 것이고 과거의 우위가 미래의 우위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재러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는 것은 인간사의 철칙. 바야흐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새로운 가치가 작동하는 시대가 왔다. 새로운 주체의 시간이다. 그러니 애석해 말라. 봄은 늦고 여름은 이른/6월 같은 사람들아/피고 지는 이치가/어디 꽃뿐이라 할까.(이채 '6월에 꿈꾸는 사랑')논설실장논설실장
[이재윤 칼럼] 오늘 이준석이냐 아니냐에 많은 게 걸렸다
예정대로라면 오늘 뚜껑이 열린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결과가 발표된다. 미안하지만, 5명의 후보 중 누가 될 것인가에 국민 시선이 가 있지 않다. 이준석이냐 아니냐, 그것이 관심이다. 왜냐. 여기에 꽤 많은 게 걸려있다.한 달 전만 해도 이준석 출마 자체가 의외였다. '30대 원외 당대표'라니. 이제 이준석이 탈락하면 그게 변고다. 한 달 사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실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세맹(世盲)과 다름없는 정당들이 국민 열망을 읽지 못했을 뿐이다. 가려져 있던 민의가 이준석에 의해 발현된 것이다. 사실 이준석은 새로운 인물이 아니다. 마침 그가 그때 그 자리에 있었을 따름이다. 이준석은 국민의힘에 구세주가 될까. 아니면 또 다른 재앙의 씨앗이 될까.'세대교체'는 확실시 되는 첫 번째 변화다. 아직 팔팔한 '586'조차 단박에 '뒷방 어르신'으로 밀려날 수 있다. '59세 송영길-36세 이준석'간의 당대표 회담? 상상만 해도 어색하다. 69세 문재인 대통령과의 여야 영수회담? 청와대가 과연 이 그림을 만들려 하겠는가. 세대 대결에서는 완벽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젊은 이준석이 '1'만 움직여도 노장 민주당은 '10'의 힘으로 진력해야 겨우 보조를 맞출 것이다. 2030세대의 세력화. 내년 대선의 캐스팅보터는 20~30대다. 여야 간 이견이 없다. 기성 정치에 식상한 20~30대가 그의 재기발랄함에 환호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순간, 국민의힘은 신세계로 접어든다. 이 세대의 특징을 한 마디로 정의하긴 힘들다.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다. 이들이 앞선 세대를 향해 존경과 감사의 기립박수를 쳐줄 것 같진 않다. 진보 정당은 이들 세대와 어떻게 조화롭게 살 것인가 하는 고민으로 매우 고통스런 시간을 보낼 것이다.더불어민주당의 명운도 걸려있다. '윤석열+이준석'은 여권에 최악의 조합이다. 아직 조직도 갖추지 못한 윤석열을 여론조사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여기에다 야당 조직과 이준석 바람까지 결합하면 손 쓸 기회조차 없다. 이 대로면 국민의힘 대권 레이스에 국민적 관심을 온통 뺏길 판이다.마침내 칼 빼든 공수처에 맞선 윤석열. 그의 험난한 대권 여정에도 이준석은 변수다. '이준석 돌풍'과 '윤석열 현상'의 케미는 어떠할까. "장모가 누구한테 10원 한 장 피해 준 적 없다"는 윤석열의 발언을 두고 "나중에 그 결과까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란 이준석의 응대는 자극적이었다. 이준석이 모시겠다는 김종인도 "동서고금에 검사가 바로 대통령이 된 경우는 없다"고 거들었다. '윤 입당 지연은 이준석 디스 탓'(주호영 의원)이란 말이 나올 법하다. "버스는 특정인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는 언급도 오해 살 만하다. 실제 이준석은 윤석열을 특별대우할 생각이 없는 듯하다. 여러 후보 중 한 명, 딱 1/n의 무게로 대접할 태세다. 국민의당과의 통합이나 안철수, 심지어 유승민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를 들이대려 할 것이다. 그의 트레이드마크 '공정한 경쟁'의 기준으로 보면 전혀 이상치 않다. 그러나 윤석열 측이 여전히 '개혁성향 청년 당대표, 윤에게도 유리하다'고 생각할지는 미지수다.어떤 돌풍이든 적절히 '캄 다운(calmdown)'하지 않으면 광풍으로 변질한다. 이준석은 아직 당내 조직·인적 장악력이 크지 않다. 지나치게 들떠있으면 리스크를 키우는 부메랑이 된다. '돌풍'과 '리스크'를 함께 주목하며 관찰하는 게 슬기로운 '이준석 톺아보기'다.논설실장논설실장
[이재윤 칼럼] 윤석열이 없다면…
국민의힘은 상대적으로 잘하고 있다. '김종인 쇄신'의 공력이 그의 부재에도 소멸 않고 힘을 발휘한다. 무엇보다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 국민의 시선을 붙잡을 수 있는 '변화'야말로 이 순간 최고의 전략이 아니겠는가. 이게 더불어민주당보다 훨씬 낫다. 당의 얼굴이 더 참신하고 젊고 다양하다. 정치 이벤트마다 이목이 쏠리고 주목도가 높다. 국민의힘 대표경선은 민주당 대선 레이스보다 월등히 재미있다. 2030세대도 요즘 민주당보다 국민의힘에 시선을 고정한다. 더 우스꽝스런 풍경이 뭔지 아는가. 민주당조차 국민의힘의 역동성을 진지하게 관람 중이다. 감정은 복잡할 테다. 무섭고 부럽고 걱정스럽지 않겠는가. 흐름을 탄 정치세력은 여하히 막기 힘들다. 망신살 뻗치던 말실수도 거의 없다. 예전처럼 구설로 점수를 까먹지 않는 것만 해도 어딘가. 광주에 공을 들이는 것도 변화의 일면이다. 호남 지지율 15%면 '땡큐'인데 20%대에 진입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노무현 추도식 날 봉하마을 권양숙 여사를 찾아 깊이 고개를 숙였다. 망월동에서 무릎 꿇은 김종인. 권양숙에 고개 숙인 김기현. 명분에서도, 태도에서도, 디테일에서도, 비주얼에서도 이기고 있다.국민의힘을 주목하는 이유가 더 있다. 3040 초선 대표 심지어 낯선 '30대 0선(選) 대표'가 탄생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김종인이 무던히 던진 한마디가 현실이 되고 있다. 이게 실현되는 순간 민주당은 폭망한다. 1971년 40대 기수론 이후 50년 만에 재현된 세대교체론. '세대교체'는 언제나 유쾌한 반란이다. 꼰대 보수가 원외 30대 청년을 유력 당대표로 떠밀 정도로 유연해지다니. 이 변화가 가벼이 보이는가. 잘 난 진보는 가르치고 꾸짖는 게 몸에 뱄다. 그러다 내로남불의 덫에 걸린 것 아닌가. 민주당은 이제야 송영길을 필두로 한 '586 시대가 시작됐다'고들 한다. 이쯤 되면 세대구도에서 이미 승패가 갈린 셈이다. 5G와 3G 간 경쟁의 결과는 뻔하다. 민주당, 이런 평가에 혹 기분이 나쁜가. 반성도 없고 긴장감도 없이 그냥 기분 나쁘다면 답 없이 지는 거다. 지는 행동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건 어리석다.칭찬이 지나쳤다. 딱 하나의 가정(假定)으로 상황은 180도 돌변한다. 윤석열이 없다면…?이 질문에 어떤 답을 갖고 있나. 대선 길 국민의힘 행장(行裝)은 실은 궁색하기 짝이 없다. 유력 주자 모두 당 밖에 있다. 윤석열 외줄타기. 자타공인 제1야당에 있을 수 없는 비정상적 상황이다. 위험천만 요행수에 정당의 명운을 걸다니. 윤석열이 없으면 당 지지율도, 내년 대선도 사상누각이다. 70년 역사의 보수정당이 사람이 없어 비대위원장 고빙(雇聘)도 모자라 대선 후보까지 꿔 오려 하다니. 정당의 주요기능이 망가진 징표다. 홍준표 입당은 왜 미적대나. 유승민·원희룡·오세훈에다 홍준표까지 경쟁력을 한껏 키우지 않으면 큰 코 다친다. '반간계(反間計)의 첩자'(홍준표 의원)든 '진짜 여왕벌(장제원 의원)'이든 왜 밖에서만 사람을 찾나. 자력갱생은 어떤 위기에도 자신을 보호하는 유용한 백신이다. 윤석열을 받아들이더라도 홀로 꽃가마 태우는 건 가당치 않다. 권력은 자식과도 나누지 않는다지 않나. 윤석열도 국민의힘의 빛과 그림자를 다 끌어안을 용기가 필요하다. 당을 자신의 몸에 맞춰달라는 '전제조건'은 국민의힘으로서는 무도한 주문이다. 물론 당이 바뀌면 윤석열이든 안철수든 안 들어올 이유 없다.(김웅 의원) 변화를 실험 중인 국민의힘. 어디까지 바뀔지 궁금하다. '극단과의 결별'(이준석 당대표 후보)은 가능할까, 모든 것을 녹이는 '용광로'(나경원 당대표 후보)면 만족할까. 대선 레이스 초입 '선거 구도'를 결정하는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논설실장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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