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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출산율 제고 위한 고졸 가산점, 경북도 검토 일리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 7일 간부회의에서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출산율 제고를 위해 경북도 공무원 채용 때 '고졸(高卒) 가산점'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학 진학률이 70%를 웃도는 상황에서 고교를 졸업한 뒤 바로 사회로 진출해야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학력 제한이 없는 공무원 시험에서 고졸 가산점을 주자는 게 언뜻 특혜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지 않으면 국가와 지역의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절박감이 더 컸으리라. '저출산과의 전쟁'에 나선 이 도지사의 결연한 의지가 읽힌다.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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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巨野의 마구잡이식 특검 폭주, 자해행위 될 수도
제22대 총선에서 192석을 거머쥔 초거대 야권이 특검(특별검사)을 전방위로 확장하며 대여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존의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채상병 사망 사건·양평고속도로 의혹·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및 주가조작 의혹) 외에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검찰 수사에 대한 특검도 추가키로 했다. 또 조국혁신당은 '한동훈 특검법'을 22대 국회에서 처리할 1호 법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국회를 장악한 거야(巨野)의 '특검 정치'가 가져올 폐해가 우려된다.민주당은 최근 채상병 특검법을 통과시킨 기세를 몰..
[사설] 어제 '첫 삽' 대구대공원, 또 하나의 '대구 명물' 만들라
대구 수성구 삼덕동 일대에 들어서는 대구대공원 조성공사 기공식이 어제 열렸다. 2027년 완공되면 1970년에 만들어진 달성공원 동물원이 이곳으로 이전한다. 대구대공원 사업이 동물원 이전에 그칠 게 아니라 대구가 품는 또 하나의 명물로 탄생해 시민은 물론 국내외 관광객의 큰 사랑을 받는 꿈을 꿔본다. 뛰어난 주변 경관과 접근성, 다양한 콘텐츠, 인근에 즐비한 수준 높은 복합 문화·여가·쇼핑 시설 등이 1등 관광 자원으로 손색없다.185만㎡ 부지는 광활하다. 넓은 공간은 동물에게 자연과 유사한 생태를 제공할 수 있다. '행동풍부화'라..
이슈칼럼영남일보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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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세상에 안전한 '고수익' 투자는 없다
세상은 변한다. 범죄 트렌드도 그렇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주거 침입·강도 등 강력범죄가 기승을 부렸지만, 현대에는 피싱·연애 사기 범죄(로맨스스캠)·투자리딩방 사기 등 단어만 들으면 무슨 사기인지 모르는 신종 사기 범죄가 들끓고 있다. 바야흐로 사기 범죄의 시대다.이 같은 흐름은 경찰청의 최근 통계자료를 봐도 알 수 있다. 2012년 강도 범죄 발생 건수는 약 2천500건이었지만, 2022년에는 약 500건으로 줄었다. 반면, 사기 범죄는 2012년 23만건에서 2022년 32만건으로 늘어났다.사기 범죄가 늘어난 이유로 사회환경의 변화가 꼽힌다. 과거에는 보안이 허술하고 그저 담벼락만 넘으면 침입할 수 있는 단독주택에 주로 사람들이 살았다. 하지만 2021년 기준 아파트 거주 가구 비율은 51.9%로 절반을 넘는다. 또 사회 인프라 확충으로 CCTV가 없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보안이 강화되었고 과학수사의 발전으로 DNA를 비롯해 범인의 다양한 흔적들이 범죄 의지를 꺾는 데 힘을 실어주고 있다.이제 강도 범죄는 범죄자로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범죄가 됐다. 반면, 신종 사기 범죄는 초기유형인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부터 시작해 파밍, 스미싱, 메모리 해킹 등 다양한 사이버 사기 범죄를 낳고 있다. 이런 신종 사기 범죄들의 공통점은 수천만 건을 시도해서 한 건이라도 걸리면 이득을 얻는 확률 게임이라는 점이다. 최근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신종 사기 범죄 중 하나는 투자리딩방 사기이다. 리딩이란 읽어준다는 의미와 리드한다는 두 가지 의미로 함축되어 있다. 전화, 문자메시지, SNS 등을 이용해서 접근해 '급등관련주 안내' '수익률 200% 보장' 등 귀가 솔깃해지는 문구들로 사람들을 현혹한 뒤 투자금을 편취해 잠적하는 게 주요 수법이다.피해 금액도 덩달아 커지는 양상이다. 2020년 추정 피해 금액은 204억원이었지만,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피해액이 1천200억원에 육박했다. 종목 추천이나 매수 의견을 넘어 몇 시 몇 분에 어느 종목을 사라고 하는 때도 있는데, 사실상의 주가조작을 행하는 것이다. 이 또한 통정매매로 처벌 대상이 된다.리딩방 수법은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SNS를 통해 유명인을 사칭한 광고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광고 속 링크를 클릭하면 텔레그램과 네이버 밴드 등에 개설된 '투자 리딩방'으로 들어가게 된다. 여기서 가짜 투자 정보를 제공하고 입금을 요청하는 '피싱' 수법이다. 정부 기관을 사칭해 리딩방 피해를 보상해 주겠다며 접근해 2차 투자를 권유하는 사기 수법 또한 성행하고 있다.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2월 민생을 위협하는 신종 사기 범죄를 뿌리 뽑겠다며 국민 체감 약속 4호로 선정했고, 기존의 악성 사기 대책을 한층 고도화하여 10대 악성 사기 척결 대상을 재편했다. 또한 경찰청 국수부장이 주재하는 전담반을 운영함과 동시에 사기 범죄 데이터를 분석하여 신종 사기 수법이 추가 확인되는 경우 대국민 예·경보를 발령할 예정이다.처벌 법률 또한 보완된다. 지난 1월 수익 보장과 같은 내용으로 현혹하여 리딩방을 운영할 경우 최대 징역 3년이 가능한 '불법리딩방 차단법'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원금, 고수익 투자 부자 권유 문구를 주의해야 하며 투자리딩방 일시불 및 현금결제는 지양해야 한다. 손쉽게 돈을 버는 방법이 있다면 남에게 가르쳐 줄 리 없다는 당연한 이치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오성준 (대구남부경찰서 경무과 행정관)오성준 (대구남부경찰서 경무과 행정관)
[더 나은 세상] 리퀴드 골드, 금비
5월1일. 춥고 비가 내렸다. 이웃도시 캘거리는 눈이 온다고 했다. 그래도 캘거리보단 낫네. 다음날, 이곳에도 눈이 내렸다. 5월이란 말이다, 5월. 한국은 이미 봄꽃들이 지고 더워지기도 한다는, 봄의 절정을 지나 여름이 시작되려는 시기. 반년 가까운 긴 캐나다의 겨울을 보내고 이제야 봄 내음 겨우 느끼기 시작하는 우리에게 너무하지 않은가.프레리(prairie), 대평원이라는 영어 단어는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내게 체감하기 어려운 단어였다. 본 적이 없으니까. 지평선이란 단어처럼. 이곳에 와서 지형이 flat 평평하다는 게 뭔지, 산이라고 할 것이 보이지 않는 풍경이 낯설고 어딘가 오르막을 걷고 싶은 마음이 한 번씩 불쑥 일어날 때마다 제대로 느끼는데, 우리 주 남부는 중부인 우리 도시보다 더 flat하다고 했다. 정말 아무것도 없다고. 도대체 어떤 거지? 어디에도 눈 둘 곳 없는 평평한 지형은 내게 편안함보다는 불안함을 일으켰다, 마치 아무것도 손에 잡고 의지할 데 없이 광활한 길을 걸어가야 하는 느낌이랄까.4월 중순, 그랜드 캐니언을 다녀왔다. LA에 도착해 지인의 차를 타고 달리며 palm tree(야자수)와 초록빛 나무가 있는 산을 보며, 노스탤직하다고 말했다. 처음 유학생활을 하와이에서 시작한 내게 북미라는 대륙은 녹색 나무와 산이 있는 따뜻한 날씨로 세포 속에 기억되었나 보다. 익숙하고 반갑고 안정감을 느꼈다. 사막지역에서 북미생활을 시작한 지인은 그 주에 출장갈 때마다 고향에 온 듯 편안함을 느낀다고 했다. 며칠 전 단과대 직원과 이야기하다 이 지역 출신인 그녀가 말했다. 남부에서 자란 그녀는, 한국인 기준에는 여전히 너무 평평한 주 북부지역만 가도 불안감을 느낀다고 했다. 나무와 산은 마치 감옥에 갇힌 것 같은 느낌을 준다나. 시야에 아무것도 걸릴 것 없이 탁 트인 드넓은 대지가 안정감을 준다고. 그리고 캐나다 중서부의 대평원지대에서 자란 사람들이 좋은 선원이 된다고도 했다. 지평선과 수평선이 비슷하게 작용해서 멀미를 덜 한다나. 그리고 자신은 겨울이 더 좋다고 했다. 물론 영하 40℃ 같은 극한의 추위는 싫지만 겨울이 훨씬 더 quiet 조용하다고. 인적없는 겨울밤, 밖에 나가 걸어보면 들리는 자연의 소리들이 많다고. 그리고 농부들에게 봄비는 씨앗들이 잘 자랄 수 있게 도와주는 귀한 존재라고 했다. 지난 일요일, 또 하루종일 비가 왔다. 모임에서 누군가 내게 물었다. 봄에 비오는 거 싫냐고. 좋진 않지만 농사에는 좋다고 들었다고 했다. 반색하며 그게 서스캐처원주에 사는 태도 right attitude 라고, 농부들한테 좋으면 무조건 좋은 거라고 했다. 농부들에게 이 시기 비는 너무나 반갑고 귀해서 리퀴드 골드(금비)라고 부른다고. 삶의 얼마나 많은 것들이 이러할까? 나의 불안은 누군가에겐 안정감이기도 하고 그 반대이기도 한데, 우리는 얼마나 자주 내 불안과 불편함 때문에 제대로 보고 듣지도 않고 놓치는 경험들이 많을까? 내가 가진 고정관념을 내려놓고 지금 눈앞의 현실을 몸으로 체험해 나갈 때, 감각은 더 섬세해지고 나의 약점과 불안은 금비가 될 수도 있다.신현정 캐나다 사스카추안대 교수신현정 캐나다 사스카추안대 교수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 7일 간부회의에서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출산율 제고를 위해 경북도 공무원 채용 때 '고졸(高卒) 가산점'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학 진학률이 70%를 웃도는 상황에서 고교를 졸업한 뒤 바로 사회로 진출해야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학력 제한이 없는 공무원 시험에서 고졸 가산점을 주자는 게 언뜻 특혜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지 않으면 국가와 지역의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절박감이 더 컸으리라. '저출산과의 전쟁'에 나선 이 도지사의 결연한 의지가 읽힌다. 고졸 가산점은 갈수록 더한 청년 취업난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학력 인플레이션과 그로 인한 학벌 중심 사회를 개선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학벌제일주의 풍조 속에서 '고졸'이 마치 '인생의 실패자'처럼 간주되는 현실을 봐서도 공감이 가는 시도다. 정부도 최근 공공기관 평가 항목인 '고졸 채용 비율 만점 기준'을 현행보다 올려 고졸 채용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 역시 이 도지사의 생각처럼 단기적으로 청년층 경제활동을 촉진해 장기적으론 출산율을 높인다는 취지다.고졸 가산점이 뿌리내리기 위해선 인사 정책에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고졸 직원도 능력만 있다면 임금·승진에서 차별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학력 차별 문화 개선에 대한 경북도의 확고한 의지가 요구된다. 그렇다고 대졸 출신 역차별로 이어져선 안 된다. 그만큼 이 제도는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 차제에 고졸 가산점 제도가 대기업·금융권에도 확산되길 바란다.
제22대 총선에서 192석을 거머쥔 초거대 야권이 특검(특별검사)을 전방위로 확장하며 대여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존의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채상병 사망 사건·양평고속도로 의혹·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및 주가조작 의혹) 외에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검찰 수사에 대한 특검도 추가키로 했다. 또 조국혁신당은 '한동훈 특검법'을 22대 국회에서 처리할 1호 법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국회를 장악한 거야(巨野)의 '특검 정치'가 가져올 폐해가 우려된다.민주당은 최근 채상병 특검법을 통과시킨 기세를 몰아 온갖 명분의 특검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횡설수설하는 '검찰의 술자리 회유 의혹'에 대해서도 특검을 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심지어 이미 재판부에 넘어가 실형 선고를 받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황운하 원내대표 사건까지 특검에 포함시키겠다고 한다. 이에 대해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검찰이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에 자꾸 특검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조국 사태와 황운하 사건에 대한 특검은 유죄 판결을 내린 판사들에게도 책임을 묻겠다는 것 아닌가. 사법부를 무력화시켜 정치적 면죄부를 얻겠다는 속셈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야권의 마구잡이식 특검은 자해행위가 될 수 있다. 실제 2008년 민주당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도 BBK 특검을 강행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무혐의로 결론이 나면서 거센 역풍을 맞은 바 있다. 민주당이 똑같은 전철을 밟는다면 22대 국회 역시 소모적 정쟁으로 얼룩질 게 뻔하다. 민주당은 특검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산적한 민생 현안부터 챙기길 바란다.
대구 수성구 삼덕동 일대에 들어서는 대구대공원 조성공사 기공식이 어제 열렸다. 2027년 완공되면 1970년에 만들어진 달성공원 동물원이 이곳으로 이전한다. 대구대공원 사업이 동물원 이전에 그칠 게 아니라 대구가 품는 또 하나의 명물로 탄생해 시민은 물론 국내외 관광객의 큰 사랑을 받는 꿈을 꿔본다. 뛰어난 주변 경관과 접근성, 다양한 콘텐츠, 인근에 즐비한 수준 높은 복합 문화·여가·쇼핑 시설 등이 1등 관광 자원으로 손색없다.185만㎡ 부지는 광활하다. 넓은 공간은 동물에게 자연과 유사한 생태를 제공할 수 있다. '행동풍부화'라는 동물 친화적 환경을 만든다니 좋은 발상이다. 비공원 시설에 다양한 주거(3천여 세대) 및 공공 시설(초등학교·유치원·도서관)이 들어설 공간을 확보한 것도 매력적이다. 공원의 성패는 콘텐츠 싸움이다. 사업비 1조5천억원이 만들어낼 차별화된 콘텐츠가 무엇이냐에 대공원의 미래가 달려 있다. 동물원과 반려동물 테마파크, 산림레포츠 시설만으론 부족하다.고품격 콘텐츠를 지속 개발해 드넓은 공간을 채우는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에버랜드에서 나고 자란 판다 '푸바오'가 머무는 중국 청두를 다녀온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구대공원이 완공되면 판다를 데려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판다를 품은 대구대공원'은 탁월한 아이디어다. 장애인 접근의 경계를 허물고 도시철도 3호선 연장과 대중교통 접근성 확대도 과제다. 인근 대구미술관과 간송미술관, 시민생활스포츠센터, 삼성라팍, 공사 중인 롯데쇼핑몰 등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도록 일대를 복합 여가 공간으로 활성화하는 계획도 당연히 뒤따라야 한다.
[영남시론] 100년의 시간을 날아온 '물새발자국'
지난 3월 '문학의 도시' 대구의 저력이 다시 한번 '발굴'됐다. 월북으로 잊힌 아동문학가 윤복진의 작품들이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된 것이다. '동요의 귀환, 윤복진 기증 유물 특별전'에서다. 존재감 없던 지자체의 모처럼의 활약상도 놀랍고, 한낱 이데올로기 때문에 사장되었던 위대한 작품의 발굴도 기쁘다. 아울러 희미해진 분단의 아픔이 아직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슬프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하는 이 소식이 널리, 오래 퍼지기를 바라면서 몇 자 기록한다.'해 저문 바닷가에 물새 발자욱/ 지나가던 실바람이 어루만져요/ 그 발자욱 예쁘다 어루만져요/ 하이얀 모래밭에 물새 발자국/ 바닷물이 사아르르 어루만져요/ 그 발자욱 귀엽다 어루만져요'(윤복진, 물새발자국)주옥 같은 동요를 만들었던 윤복진은 6·25전쟁 중에 월북했다. 4대 독자였던 그는 월북하면서 고향 대구에 부모와 아내, 세 딸을 남겼다. 가족들은 평생 이사를 하지 않았고, 늘 대문을 열어놓고 지냈다. 그가 남긴 잡동사니 같은 손때 묻은 자료를 보면서 그리움을 삭이고 슬픔을 달랬다. 시절이 뒤숭숭할 때면 혹여 문제라도 될까 아궁이에 쓸어 넣었고, 그러고도 남은 유품을 고이 간직하고 있었다. 자칫 불쏘시개가 될 뻔했던 것들의 운명을 바꿔놓은 것은 대구시 문화유산과 담당자들이었다. 그 의미와 가치를 알아본 대구시 문화유산과 담당자들은 유족이 외롭고 힘들게 지켜온 유품의 가치를 세상과 공유하고 그 역사적 의미를 보여주고자 2년 넘는 시간 동안 헌신적인 노력과 열정으로 그들을 설득하고 기다렸다. 이게 뭐 대단한 일이냐고?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람은 빵으로만 살 수 없다. 유희만으로도 살 수 없다. 삶을 주도하는 뭔가가 있다. 정체성과 지향성은 그 사회나 사람들에게 중요한 좌표를 제공한다. 켜켜이 쌓이는 역사와 천재들의 위대한 업적은 세상살이의 기반이 된다. 특히 지역을 바탕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지역을 좀 더 의미 있고 가치 있게 만들 그 무언가를 끊임없이 만들어내야 한다.유족이 긴 세월 아버지를 대신해 간직한 유품을 내놓는 일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게다. 행여 상업적인 목적으로 이용당하지는 않을까, 아버지의 활동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 걱정과 의심을 거두지 못했을 것이다. 유족들이 기증한 350여 점의 자료 덕분에 우리나라 동요사와 6·25전쟁 당시 문화수도 대구에 대한 역사적 퍼즐도 한층 더 분명하게 맞춰지게 됐다.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유족의 표현을 빌리면 "다 없어지고 찌꺼기만 남은 것들"이지만 그 의미는 놀랍다. '동요곡보집'은 1920년대 작사·작곡가의 작품 35곡이 수록됐는데, 처음으로 그 내용이 공개됐다. 그가 쓴 동요집 '중중때때중'과 '양양범버궁'은 존재는 알려져 있으나 책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작곡집 '돌아오는 배'에 일부 수록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다. 오랜 세월 실물 여부조차 확인하지 못했던 작곡집 '돌아오는 배'도 이번에 세상에 공개됐다. 오는 11일에는 대구시 문화예술아카이브 공동기획으로 대구시립소년소녀합창단의 합창 공연도 예정되어 있다.'돌아오는 배'에 수록된, 윤복진이 가사를 쓰고 박태준이 작곡한 동요를 편곡해 최초로 발표하는 자리다. 어린이들의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100년의 시공간을 넘어 다시 불릴 윤복진의 물새발자국이 기대된다. 이은경 한국스토리텔링 연구원장이은경 한국스토리텔링 연구원장
[자유성] 대구시티밸리
대구시티밸리산업단지관리공단(이사장 조광호)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기관이 있다. 대구 북구에 있는 검단일반산업단지, 금호워터폴리스와 동구의 이시아폴리스, 율하도시첨단산업단지 등 4개 산업단지를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이 중 금호워터폴리스와 율하도시첨단산업단지는 아직 조성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산업단지 이름부터 낯설다. 금호워터폴리스는 금호강 변에 있는 신도시 겸 산업단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예전에 '검단들'로 불리던 곳에 들어서는 중이다. 율하도시첨단산업단지는 '율하'라는 명칭에서 동구 율하동에 있는 단지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시아폴리스는 동구 봉무동 일원에 조성된 신도시로 산업단지보다는 아파트 단지 비중이 더 크다. 검단일반산업단지는 아주 오래전에는 섬유 대기업들이 입주해 있었으나, 지금은 중소업체만 가동 중인 노후단지다. 떨어져 있는 4개 산업단지를 관리해야 하니 특정 단지의 명칭으로 부를 수 없었다. 그래서 새 이름을 만드는 절차를 거쳐 지난달에 확정한 게 대구시티밸리다. 금호강 변 대구 도심에 있는 산업단지들을 연결한다는 취지를 담았다는 게 관리공단 측의 설명이다. 지난달 24일 대구시티밸리산업단지관리공단은 서울 소재 특허법인 아이스퀘어와 입주기업의 국내외 지식재산권 관련 컨설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대구시티밸리산업단지관리공단 이름으로 체결한 첫 번째 업무협약이다. 앞으로 대구시티밸리산업단지관리공단 명의로 해야 할 일이 많다.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4개 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들의 다양한 요구를 잘 수용하는 것도 할 일 중 하나다. 그래서 대구시티밸리라는 이름에 맞는 산업단지로 진화하길 바란다. 김진욱 논설위원
[박규완 칼럼] 아파트 공화국
아파트의 효시는 고대 로마의 인술라(insula)다. 기원전 2~3세기 포에니 전쟁의 승리와 지중해 패권 장악으로 영토가 늘어나며 로마엔 많은 인구가 유입됐다. 로마는 심각한 주택난에 직면했다. 해법은 오늘날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 건립. 초기엔 주로 2~3층짜리가 지어졌으나 갈수록 높이가 치솟았다. 말하자면 용적률이 상향된 거다. 층고 상승은 인술라에 투자한 귀족들의 수익률 극대화로 귀결됐다.카이사르·폼페이우스와 함께 삼두정치를 펼친 크라수스도 인술라 임대사업으로 큰돈을 벌었다. 서민 착취형 임대소득의 원조쯤 되는 인물이다. 지주계급 불로소득의 뿌리가 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네로 황제 때의 로마 대화재 이후엔 인술라의 높이와 용적률 규제가 강화됐다. 다닥다닥 붙은 인술라가 화마를 키웠다는 성찰이 있었기 때문이다. 동간 거리를 3m 이상으로 띄우고 층고도 6층으로 제한했다. 당시 로마엔 5만 채가량의 인술라가 있었다. 2020년 우리나라 주택의 63%가 아파트이며 지난해 주택 인·허가 건수의 88%가 아파트라고 한다. 아파트는 어느새 현대 주거형태의 벤치마크가 된 것이다. 1970년엔 아파트 비중이 0.77%에 불과했다. 윤수일의 히트곡 '아파트'가 흘러나왔던 1982년에도 아파트촌이 지금처럼 빼곡하진 않았다. 노래가사에도 아파트 주변 풍광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바람 부는 갈대숲을 지나…'.하지만 1995년 37.7%로 아파트 비중이 높아지면서 급격한 상승궤적을 그린다. 아파트가 선호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편의성·환금성·투자 효율성은 현대인이 떨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아파트는 14% 오른 데 비해 단독주택은 5% 상승에 그쳤다. 시세 차익의 비교우위가 확연히 드러난다.주거만족도에서도 아파트는 4점 만점에 3.12점을 받아 주택 유형 중 유일하게 3점을 넘겼다. 다세대주택은 2.91점, 단독주택 2.87점이었다. 아파트 거주자 90%는 집을 옮기더라도 아파트로 이사하길 희망했다. (국토부 '2020년도 주거실태 조사')우리처럼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에서 아파트는 토지 이용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긍정적 측면이 있긴 하다. 하지만 고층 아파트는 도시의 바람길을 막고 미관을 해친다. 사위(四圍)에 아파트만 치솟아 있는 대도시 풍경은 삭막한 '콘크리트 문명'을 웅변한다. 한국 최초의 아파트는 1956년 건립된 서울 주교동의 중앙아파트이며 첫 아파트단지는 1964년 완공한 마포아파트다.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는 1969년 지어진 동인아파트. 동인아파트 부지엔 다시 신축 아파트가 들어섰다.아파트 역사라고 해봐야 기껏 60여 년. 한데 어느새 아파트는 부(富)의 척도가 되고 아파트 신분사회는 더 강고해졌다. 아파트의 위치·브랜드·평수는 이미 현대인의 계급이다. '어느 지역' '몇 평'으로 경제력이 까발려진다. 가계의 재산목록 1호도 아파트다. 가히 '아파트 자본주의'라 할 만하다.아파트는 정치에까지 파장을 일으킨다. 문재인 정부의 정권 재창출 실패도 아파트가격 급상승 탓이 컸다. 부동산이 시대의 화두이자 선거의 주요 변수라는 의미다. 아파트 시세 역시 급등이나 급락이 없는 '골디락스' 상황이 이상적이다. 경제가 그렇듯.논설위원논설위원
[기고] 관행적인 도로 점거 집회 지양해야
지난 1일 공평로에서 민주노총 대구본부가 주관하는 노동절 집회가 개최됐다.8천명이 5개 전 차로 점용을 신고했으나, 경찰은 대중교통 등 시민의 통행권 확보를 위해 1개 차로를 제외한 나머지 4개 차로만 집회 장소로 사용하도록 제한을 통보했다. 또 통행로와 참가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질서유지선(펜스) 설정을 고지했다.이러한 경찰의 조치로 무대설치 등 집회준비를 하는 6시간 동안에도 시민들은 1개 차로는 정상적으로 통행할 수 있었으며, 특히 동인네거리에서 교동네거리를 거쳐 시청 방향으로 좌회전을 하는 차량에 큰 도움이 됐다. 집회시위의 자유와 통행권이 조화롭게 공존했던 것이다 하지만 주최 측은 집회를 시작하기 직전, 참가자들을 선동하여 질서유지선 훼손과 통행로 불법 점거를 실시하고, 소음기준을 초과하는 등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줬다. 그러면서 집회·시위는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이고, 전 차로 점용 신고를 했기 때문에 정당하다고 주장한다.집회 신고만으로 전 차로의 점용권한을 무조건적으로 가질 수 있는 것일까. 집회 참가 인원이 많으니 전 차로를 점용하겠다고 신고를 하고, 실제 참가하는 인원이 그 절반도 안 된다면 그 도로를 이용하지 못한 시민들의 불편은 어떻게 해야 할까.과거 군사독재와 권위주의 정부에 대한 저항의 수단으로써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 나왔으며, 오늘의 민주화를 이룩했다. 이로 인해 아직까지도 전 차로 점거로 인한 교통방해와 소음은 무조건 감수해야 한다는 인식이 남아 있다. 하지만 도로는 기본적으로 특정 집단, 단체의 것이 아닌, 차량 소통을 위한 시민 모두의 공간이다. 집회의 자유 못지않게 제삼자의 기본권(통행권, 평온권 등) 역시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주요 도로의 경우 대중교통 등 최소한의 통행권은 보호받아야 한다. 헌법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신고제)하면서도 국가안보나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서는 법률로써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집시법 제12조에서는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 시위에 대하여 차량 소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제한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집회 장소인 공평로는 집시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요 도로이기 때문에 제한의 대상이 된다. 다른 지역에서도 주요 도로에서 개최된 노동절 집회는 모두 일부 차로에서만 개최되었다. 그러나 이번 대구의 경우, 실제로는 신고인원의 절반인 3천~4천명만이 참가하여 집회 공간이 충분하였음에도 나머지 한 개의 시민 통행로마저 불법 점거한 것은 아직도 약자라는 인식하에 다른 시민의 기본권은 전혀 개의치 않는 관례화 된 특권의식 때문이다. 만약 경찰의 제한 통고를 수긍하지 못한다면 법원을 통한 구제 절차를 신청했어야 한다.경찰은 질서유지선을 훼손하여 통행로를 점거하고, 소음기준을 위반한 이번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한 조치를 할 예정이다. 불법, 뗏법이 일상화될 경우 우리 사회질서는 혼란을 거듭하고 국민의 불편은 극에 달할 것이다. 이번 조치를 통해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받고 싶다면 통행과 일상 평온 등 다른 기본권 보장에도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이홍수 (대구경찰청 경비경호계장)
[시선과 창] 챗GPT가 지식과 교육을 무너뜨릴까?
최근 한 대학 교수와 차담을 하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요즘 학생들 대부분이 과제물 작성은 물론 공부에까지 챗GPT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교수는 학생들이 인공지능(AI)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면 사고력이 떨어지는 게 아닐지 걱정이 된다 했지만,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런 걱정이 기우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생각이었다.사실 이는 대학생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조사에 따르면 국내 중·고등학생들은 '대통령과 정치인보다 유튜버를 더 신뢰한다'고 한다. 최근 한 방송사에서 진행한 토론 프로그램에서도 '청년들은 박사학위를 보유한 사람보다 인플루언서에게 더 배우고 싶어 한다'는 주장이 등장했다. 이는 우리 사회 전반의 지식 체계와 권위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여기에 AI라는 기술 혁신까지 가세하면서, 사회 전반에 걸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예고되고 있다.전통적인 지식의 권위가 약화되는 대신, 보다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지식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다. AI계의 대모 페이페이 리(Fei-Fei Li)는 CES2024에서 AI를 '심화된 수평 기술(deepened horizontal technology)'이라 칭했는데, AI가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면서 지식의 위계가 약화되고, 다양한 주체들이 자유롭게 지식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장이 열릴 것이라는 의미다. 이는 우리 사회를 보다 역동적이고 혁신적으로 변모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또한 AI 기술의 발전은 인간을 단순 작업에서 해방시키고, 보다 창의적이고 가치 있는 일에 매진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학생들이 챗GPT를 활용하여 단순 암기나 작문에 할애하는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하고, 더 높은 차원의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함양하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된다면 오히려 바람직한 변화가 아닐까?변화는 언제나 두려움을 동반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회의 싹을 품고 있기도 하다. AI 시대가 가져올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는 희망의 눈으로 바라보기를 권한다. 우리가 함께 지혜를 모아 나간다면 이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따라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힘차게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인류는 그런 과정을 수백 번도 넘게 반복해왔다.플라톤의 대화편 '파이드로스'에는 소크라테스가 책과 같은 텍스트를 두고 '진정한 지혜가 아닌 피상적 지식만 줄 것'이라 경계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역사는 책이 인류 지성사에 끼친 기여를 증명해 왔다. 그런 소크라테스의 주장마저 플라톤의 텍스트를 통해 유통되었다는 아이러니도 재미있다. AI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가 어떻게 활용하고 발전시켜 나가느냐의 문제다.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를 능동적으로 수용하고, 적극적으로 준비해 나가는 자세다. 교육계와 학계는 새로운 시대에 부합하는 인재 양성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고, 정부와 기업은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책과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개개인 모두가 평생 학습자의 자세로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려는 열정을 가져야 한다.결론적으로 챗GPT를 비롯한 AI 기술의 발전이 전통적인 지식 체계와 교육 현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를 지식과 교육의 붕괴로 볼 필요는 없다. 우리 모두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긍정적인 자세로 미래를 준비한다면, AI 시대에도 지식과 교육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서승완 (유메타랩 대표)서승완 (유메타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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