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스위스와 네팔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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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7-09 16:17  |  발행일 2026-07-10

유철균 경북연구원장이 정부의 호남권 반도체 생태계 독식에 대해 "너무 심한 몰빵 투자"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최근 호남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에 800조 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했다. 유 원장은 "반도체 호황이 5년 간다고 가정한다면 호남과 경북의 격차는 스위스와 네팔 수준으로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스위스와 네팔의 경제력 격차는 그냥 '엄청나다'는 말로 흘릴 수준이 아니다. 실질적인 국민생활 수준을 보여주는 1인당 GDP(국내 총생산) 차이가 무려 75배에 달한다. 2025년말 기준 스위스의 1인당 GDP는 9만 달러를 상회하는 세계 최부국인 반면, 네팔은 1천300달러 안팎에 불과하다.


유 원장의 경고는 대구경북(TK)이 마주할 미래에 대한 서늘한 진단이다. 반도체 같은 첨단산업 인프라는 단순히 예산의 차이로 끝나지 않는다. 인재, 자본, 네트워크가 스스로 증식하며 블랙홀처럼 주변을 빨아들이는 특성이 있다. 정부가 특정 지역에 독점적 생태계를 만들어주면, 거기에서 소외된 영토는 정체가 아니라 회복 불가능한 공동화 수준으로 추락하게 된다.


TK는 이제 중앙정부의 처분만 바라보는 행정을 끝내고, 독자적인 생존플랜을 짜야 한다. 지방소멸을 가속화하는 중앙집권적 첨단산업 독점의 모순을 지적함과 동시에 스스로 덩치를 키워 거대한 독립적 경제 블록을 만들어야 한다. TK 행정통합의 당위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다행히 대구와 경북 모두 통합에 적극적이다. 추경호 대구시장은 조직개편을 통해 광역행정담당관에 행정통합팀을 신설했고,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통합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두 단체장은 TK의 명운이 걸린 통합을 사즉생의 각오로 완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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