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본사 피재윤기자
지방의회는 집행부를 감시한다. 예산을 심의하고 정책을 견제하며 행정의 일탈을 바로잡는다. 그래서 지방의회는 누구보다 높은 공정성과 독립성을 요구받는다. 감시자가 신뢰를 잃는 순간 민주주의의 균형도 흔들리기 때문이다.
최근 경북도의회에서 불거진 국민의힘 의원총회 지원 논란은 바로 그 지점을 묻고 있다. 의장단 선출을 앞두고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의회사무처 공무원들이 행사 준비와 진행을 지원했다. 도의회는 교섭단체 지원 조례에 따른 통상적인 행정지원이었다고 설명했고, 경북도선거관리위원회도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는 사실관계와 조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여기까지는 법률의 영역이다. 그러나 공공행정은 법률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행정은 국민의 신뢰 위에서 작동한다.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것과 국민이 공정하다고 받아들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행정의 기준은 합법성을 넘어 신뢰에 있다. 논란은 바로 그 간극에서 시작됐다. 도의회는 국민의힘이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 의원총회는 단순한 회의가 아니다. 형식은 교섭단체 회의지만 실질적으로는 의장 후보를 결정하는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이다.
그렇다면 공무원이 지원한 대상은 의정활동이었을까, 정치활동이었을까. 쉽게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바로 그 모호함 때문에 더욱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 교섭단체 지원 제도는 정책 개발과 입법 활동을 돕기 위한 장치다. 그러나 정당 내부의 권력구조를 결정하는 회의까지 같은 범주로 볼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제도가 있다고 해서 모든 행위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공공행정은 최소한의 법적 기준이 아니라 최대한의 공공성을 지향해야 한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관례적으로 지원해 왔다"는 설명이다. 공직사회에서 '관행'만큼 위험한 단어도 드물다. 잘못된 관행은 시간이 흐를수록 제도처럼 굳어지고, 결국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게 된다. 우리 사회가 없애온 접대문화와 권위주의적 의전, 줄세우기 인사가 모두 그런 과정을 거쳤다. "원래 그랬다"는 말은 설명이 될 수는 있어도 정당화의 근거는 될 수 없다.
선관위도 위법이라고 단정하지 않았지만, 문제가 없다고 말한 것도 아니다. 지원 범위와 조례, 사실관계를 따져봐야 하며 지방공무원법상 정치적 중립 의무도 별도로 검토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법적으로 회색지대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더욱 필요한 것은 자기 절제다. 공직자는 실제로 공정해야 할 뿐 아니라 공정하게 보여야 한다. 정치적 중립은 법 조항이 아니라 국민 신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제도의 허점이다. 교섭단체 지원 조례는 행정지원을 규정하고 있지만 어디까지가 허용 범위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의원총회와 후보 선출 회의, 행사 준비까지 지원 대상인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면 같은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공무원도, 의회도 결국 보호받지 못한다. 손상되는 것은 도민의 신뢰다. 집행부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스스로에게는 느슨한 기준을 적용한다면 의회의 권위도 오래갈 수 없다.
이번 논란은 누군가를 겨냥한 문제가 아니다. 도의회가 스스로의 기준을 다시 세우는 계기가 돼야 한다. 교섭단체 지원의 범위와 정당활동, 의정활동의 경계를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 그것이 특정 정당이 아니라 지방의회 전체의 신뢰를 지키는 길이다.
결국 도민이 묻는 것은 하나다. "법을 지켰는가"가 아니라 "과연 공정했는가" 그 질문에 당당히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지방의회는 진정한 신뢰를 얻을 수 있다.
피재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