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오전 대구 수성구 한 호텔 입구. 요금 정책 변경에 관련한 안내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최시웅기자

24일 오전 대구 수성구 한 호텔 입구에 설치된 주차장 이용안내 표지판. 최시웅기자
대구 수성구의 한 호텔이 최근 주차요금을 대폭 인상하면서 이용객과 호텔 측의 입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이용객들은 "무료 개방 취지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고, 호텔 측은 "무분별한 장기주차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맞섰다.
24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8일 대구 수성구의 A호텔은 주차요금 정책을 변경했다. 이전엔 입차 후 3시간 무료주차, 이후엔 추가요금을 부과했다. 기본 30분 기준 1천500원에 이를 초과할 땐 10분당 평일엔 500원, 주말엔 1천원을 책정했다.
하지만, A호텔 측이 주말 주차요금을 최초 30분 5천원, 이를 초과할 땐 10분당 5천원으로 변경해 '폭탄 요금'이 부과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특히, 변경된 요금 정책 안내가 적힌 일부 현수막도 육안으로 확인이 힘들고, 호텔 및 호텔 상가엔 제대로 된 주차요금 안내 표지가 없는 상태다.
실제 지난 주말 직장인 B씨는 4시간30분 간 A호텔 주차장을 이용했다. 하지만 B씨는 주차요금 정산기에 뜬 주차요금 '13만원'을 보고 경악했다. 3시간 무료주차 적용 후 나머지 1시간30분에 대한 요금 '4만원'만 지불했지만, 이마저도 비싼 편에 속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B씨는 "처음엔 1만3천원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재차 확인하니 '0'이 하나 더 붙어 있었다. 상가에서 제공하는 무료주차 시간을 적용했는데도 4만원이란 큰 돈을 주차요금으로 지불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상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불만을 제기했다. 직원 C씨는 차량을 호텔 주차장에 둔 채 귀가했다가 다음 날 오전 출차하면서 40만원의 주차요금을 부과받았다. 이는 A호텔의 최저가 객실 요금(6월 27일 기준 23만6천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C씨가 일하는 식당 측도 "3시간 무료 주차 외엔 별다른 지원이 어렵다"고 전했다.
A호텔은 2014년 당시 시설 증축 사업 인가 조건으로 수성구청과 부설 주차장 무료 개방을 약속했다. 호텔 주차장 입구에 설치된 안내문에도 이 주차장은 수성구 부설주차장 개방 23호로 등록된 상태다. 이에 평일엔 3시간까지 무료에 주말엔 '예식 등 호텔 내 행사가 없는 경우' 3시간까지 무료 개방을 허용했다. 하지만 오히려 주차 공간이 없다는 반대 민원이 급증하면서 주차요금 인상 조치가 이뤄졌다.
A호텔 측은 "주차비가 저렴하다 보니 인근 관광명소를 찾는 이들이 주차장에 장시간 주차해 호텔이나 호텔 상가를 이용하려는 고객들이 큰 피해를 본다. 상가에서도 주차장 자리가 없다는 고객 불만이 많다고 해서 조치를 취했다"며 "통제 가능한 운영과 안전상 이유로 (요금 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수성구청 측은 "주말의 경우 호텔 예식 등으로 혼잡할 땐 요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게 맞다. 다만, '혼잡'의 기준이 모호하고, 10분당 5천원은 상식선에서 벗어난 듯하다"면서 "현재 요금 안내 관련 시정조치를 요청했고, 검토 중이란 답변을 받은 상태"라고 말했다.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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