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은어축제·상주모자페스티벌, 자체수익 '0원' 공시
화천 산천어축제 회수율 52%·함평나비대축제 42%
전문가 "지역 정체성 담은 킬러 콘텐츠가 자생력 핵심"
경북지역 주요 시·군이 낮은 재정자립도에도 축제 예산 지출 규모를 매년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북지역 축제 대부분은 자체 수익 창출 없이 전액 세금으로 치러지는 데다 유료 체험을 운영하고도 정작 공식 결산 장부상 수익은 '0원'이거나 수익 회수율이 5~6%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체계적인 환급 시스템을 결합해 투입 예산의 절반 이상을 즉각 회수하는 강원 화천 등 일부 지자체의 축제와 대조를 이룬다. 예산이 빠듯한 지자체일수록 '몇 명이 다녀갔는가'가 아니라 '얼마를 지역으로 돌렸는가'를 축제의 성패 잣대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북 22개 시·군의 '행사·축제 원가회계정보'와 전국 주요 축제 결산 지표, 행정안전부의 '2024년 지자체 재정자립도' 데이터 분석 결과 수익모델 부재에 따른 예산 팽창 실태가 지표로 확인됐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탈춤공연장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상여행렬을 직접 체험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 안동탈춤 5.3%·문경찻사발 6.6%… 회수율의 벽
문경시의 대표 축제인 '문경찻사발축제'의 2024년 결산자료에 따르면 축제에 투입된 총원가는 15억 원이다. 문경시는 결과보고서에서 162억 원의 지역경제 파급효과와 28만여 명의 관람객 성과를 냈다고 밝혔지만, 지자체가 직접 회수한 입장수익은 9천931만 원에 그쳤다. 원가 회수율 6.6%다.
문경시 관광진흥과 김상수 주무관은 "현재 패스권 구입 시 지역화폐 1천 원을 환급하고 있으며 유료 체험프로그램 외에는 따로 비용을 받지 않고 있다. 축제기간 문경새재 오픈세트장도 무료로 개방하는 등 일단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했다. 또 "지역 내 33개 도예 요장이 참여해 도자기를 판매하는 등 민간의 경제적 목적도 포함돼 있다"며 "올해는 축제가 종료된 만큼 향후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내년도 계획에 검토·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동시의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도 사정이 비슷하다. 2024년 결산 기준 총 집행액은 19억6천900만 원이었다. 안동시는 평가 용역을 통해 441억 원의 파급효과를 거뒀다고 했으나, 축제기간 유료 입장객은 1만8천925명에 그쳐 입장수익은 1억408만 원(원가 회수율 5.3%)에 머물렀다.
안동시 관광정책과 김익현 주무관은 "축제 내 유료 콘텐츠는 탈춤 공연장 입장권과 축제기간 하회마을 입장 티켓 두 가지로 제한적이며, 방문객과 지역주민의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관람료를 책정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화관광형 축제의 특성상 자생적 수익 창출 모델로만 접근하기에는 축제의 공익적 성격과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다만 문화체육관광부 글로벌 축제 선정에 발맞춰 지난해에 이어 올해 축제에는 외국인 대상 프리미엄 존 운영과 선유줄불놀이 사전 유료 판매 등 향후 수익 모델을 다변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타 지역의 성공적인 축제들은 철저한 '선순환 수익 시스템'을 구축해 지자체의 재정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있다.
강원 화천군에서 열리는 산천어축제장에 많은 관광객이 찾아 얼음낚시를 즐기고 있다. 화천 산천어축제. <연합뉴스>
강원 화천군의 '화천 산천어축제'는 2024년 결산 기준 총 집행액 46억5천500만 원 중 얼음낚시 등 주요 체험 프로그램 유료화를 통해 24억1천400만 원의 입장수익을 올렸다. 투입예산의 절반 이상인 51.8%를 관람객 입장료로 곧장 회수한 셈이다. 화천군은 외부 전문기관(강원대학교 산학협력단) 평가용역을 통해 유료 입장객 153만 명, 지역경제 파급효과 1천150억 원이라는 객관적 성적표를 도출했다.
전남 함평군의 '함평나비대축제' 역시 명확한 수익 지표를 보여준다. 공시자료에 따르면 2024년 총 집행액은 13억8천590만 원이었고, 나비·곤충 체험프로그램의 유료화를 통해 11만6천495명의 유료 관람객을 유치했다. 입장수익은 5억8천550만 원, 원가 회수율은 42.2%에 달한다. 공식 평가보고서에 명시된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162억 원이다.
화천군과 함평군은 입장료의 일부를 지역화폐로 돌려줘 관람객이 축제장 먹거리 장터나 인근 상점에서 현금처럼 쓰도록 유도하는 시스템을 안착시켰다.
화천 산천어축제를 주관하는 재단법인 나라의 오세빈 기획팀장은 "관광객에게 체험료를 받고 이를 지역화폐로 돌려주면, 환급받은 농·특산물교환권 또는 지역상품권 금액에 개인 돈을 더 보태 쓰기 때문에 지역상권의 실질적 매출은 훨씬 커진다"며 "막연한 무료개방보다 지역화폐를 매개로 소비를 지역상권으로 직접 유도하는 것이 소상공인을 살리고 축제의 자생력을 확보하는 핵심 구조"라고 설명했다.
봉화 은어축제가 열린 경북 봉화군 봉화읍 내성천에서 피서객들이 은어 반두잡이 체험을 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 봉화·상주는 '수익 0원'…수익 모델 자체 없기도
경북 시·군 축제 중 단일 건으로 가장 많은 예산을 집행한 봉화군의 '봉화은어축제'는 2024년 총 집행액이 21억5천67만 원에 달했다. 은어 반두잡이 체험 등 유료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지만 결산서상 수입은 0원이며, 효과(결과)란에도 실제 수익 지표를 공개하지 않았다. 봉화군은 지역경제 파급효과 133억 원을 거뒀다고 명시했으나, 해당 지표의 계획치와 결과치가 정확히 일치해 사후 정밀분석보다는 사전 추정치에 의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봉화군청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입력한 수치와 (지방재정365에) 표시된 수치가 다르게 나타난 것 같다"며 "시스템상 반영이 안 된 것인지, 입력 과정에서 누락이 발생한 것인지는 추가로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수익 모델 자체를 두지 않아 원가 회수율이 '0%'인 사례도 적지 않았다.
상주시의 '2024 상주세계모자페스티벌' 역시 12억7천134만 원의 예산이 전액 시비로 집행됐지만, 사업수익과 입장수익은 '0원'이었다. 12만 명의 방문객 전원이 무료로 입장했기 때문이다.
상주시청 관광진흥과 김예진 주무관은 "현재 상주세계모자페스티벌은 입장료를 받을 만큼 합리적이고 독창적인 체험형 콘텐츠가 부족해 수익 창출보다는 전면 개방형 무료 축제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타 지자체의 지역화폐 환급(페이백) 제도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수익화 고민은 있었으나 애초에 유료로 할만한 프로그램 자체가 없어 관람객에게 비용을 받아 지역상품권으로 돌려주는 선순환 시스템도 갖추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 지자체가 풀어가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이들 지자체들은 공식 회계상 수익 '0원'에 대해 직접적인 자체 수익 구조를 두지 않은 점을 꼽으며 축제의 목적과 운영방식 차이를 들었다.
경북의 한 군청 관계자는 "돈이 많이 드는 축제이기 때문에 수익을 올려야 한다는 생각까지는 못해봤던 것 같다. 규모가 작은 지자체 입장에서는 축제 자체로 수익을 거둔다기보다 지역과 특산물을 알리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지역 자영업자들의 평가는 다르다. 지난 3월 열린 영덕대게축제 인근에서 대게를 판매한 상인 A씨는 "축제장(해파랑공원)에서 시장까지 멀지 않았는데도 시장을 찾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축제장 안에서 대게를 사고 쪄먹는 구조여서 시장으로 사람이 거의 흘러들지 않았다"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인근 시장으로도 발길이 이어지도록 축제가 설계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상주모자페스티벌 <영남일보 DB>
◆ 축제예산은 매년 팽창…재정자립도는 한 자릿수
상황이 이렇지만, 경북 주요 축제의 예산 규모는 매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1년 사이 예산이 2억2천700만 원(13%) 이상 늘었고, 봉화은어축제와 문경찻사발축제는 2020년 대비 2024년 예산이 각각 60%대·50%대로 팽창해 각각 8억700여만 원, 5억600만 원이 증액됐다.
문제는 이를 뒷받침할 기초 재정 체력이다. 2024년 결산 기준 전국 지자체 평균 재정자립도는 41.62%인데, 앞서 거론된 수십억 원대 축제를 개최하며 회수율이 '0원' 또는 5~6%에 그친 경북 지자체들의 재정자립도는 전국 평균을 한참 밑돈다. 행정안전부 공시자료에 따르면 청송군 7.59%, 봉화군 8.26%, 상주시 8.43%, 안동시 10.77%, 문경시 11.81%, 칠곡군 17.59% 순이었다.
재정자립도가 전국 평균에 크게 못 미친다는 것은 지자체가 스스로 살림을 꾸릴 능력이 약해 예산의 대부분을 중앙정부 교부세 등 의존재원에 기대고 있다는 뜻이다. 자체 재정만으로는 행정 유지도 쉽지 않은 형편에서 직접 수익이 없는 축제에 매년 수십억 원을 쏟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 "킬러 콘텐츠 없는 축제, 트로트로 인파만 모으는 악순환"
전문가들은 획일화된 콘텐츠와 양적 팽창에 치중한 행정이 재정 비효율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병국 대구대 교수(호텔외식서비스 전공)는 "현재 상당수 지자체 축제의 가장 큰 문제는 지역 고유의 문화나 정체성이 묻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킬러 콘텐츠 없이 트로트 가수를 동원하는 등 획일적인 방식으로 인파만 끌어 모으다 보니, 막대한 예산만 투입되고 지역에는 남는 것이 없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함평나비대축제는 전문가와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매년 진화하고 있다"며 "결국 지역의 색깔을 명확히 드러내며 변화하는 축제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축제의 기획과 운영을 주도하는 지자체의 낡은 인식부터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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