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대구 달성군 화원농협 앞에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국가대표로 발탁된 이한범(미트윌란·화원초 92회)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강승규 기자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가 거리응원의 기억으로 남았다면,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은 달성군 주민들에게 '우리 동네 선수'의 무대로 다가오고 있다. 대구 달성군 화원초 운동장에서 축구화를 신었던 두 소년이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고 월드컵 본선 무대에 서게 되면서, 지역 축구계는 다시 한 번 '풀뿌리 축구의 힘'을 확인하고 있다.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개막을 하루 앞둔 10일, 대구 달성군 일대가 축구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다. 달성군에서 축구를 시작한 이동경(29·울산 HD)과 이한범(24·미트윌란)이 나란히 월드컵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다. 두 선수를 배출한 화원초 축구부의 명맥을 잇는 달성군청 유소년축구단과 지역 축구계는 잔칫집 분위기다.
지역 곳곳에는 두 선수의 월드컵 출전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우리 동네에서 월드컵 대표가 두 명이나 나왔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한때 화원초 운동장과 동네 골목에서 공을 차던 소년들이 세계 최고 무대에 서게 되면서 달성군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화원초 콤비'다. 미드필더 이동경은 화원초 87회, 센터백 이한범은 92회 출신으로 직속 선후배 사이다. 같은 학교 운동장에서 월드컵의 꿈을 키운 두 선수는 각각 대표팀의 중원과 수비진에서 활약을 기대받고 있다.
이동경의 강점은 정교하고 강력한 왼발 킥이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브라질, 멕시코를 상대로 인상적인 중거리 골을 터뜨리며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최근 K리그에서도 빼어난 경기력을 보이며 생애 첫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승선했다.
이한범은 대표팀의 차세대 수비수로 꼽힌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이 이탈리아를 꺾고 8강에 오른 날을 하루 앞둔 6월17일 태어난 '월드컵 키드'다. 덴마크 미트윌란에서 스리백과 포백을 오가며 경험을 쌓았고, A매치에서도 안정적인 수비력을 보여주며 본선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달성군 축구계는 이번 성과를 단순한 개인의 성공을 넘어 지역 유소년 축구의 결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초등학교 운동장과 지역 축구부에서 기본기를 다진 선수들이 프로 무대와 해외 리그를 거쳐 월드컵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다.
이런 분위기 속에 달성군은 유소년 축구 육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군은 지난해 화원초 축구부를 기반으로 한 '달성군청 유소년축구단(U-12)'을 창단하고 공식 운영에 들어갔다. 학교 축구부의 전통은 이어가되 선수 관리와 훈련 환경, 지도 체계는 지자체와 체육회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군은 훈련 인프라 개선, 전문 지도 강화, 진로 탐색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지역 인재를 장기적으로 키워 나간다는 방침이다.
최재훈 달성군수는 "달성군은 앞으로도 아동·청소년들이 건강한 성장 환경에서 스포츠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체육 기반을 계속 확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인터뷰]"지방에서도 월드컵 선수 나온다"…배대호 달성군청 유소년축구단 감독이 본 달성 축구의 힘
배대호 달성군청 유소년축구단 감독이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최종 명단에 포함된 이동경·이한범 선수의 성장 과정과 지역 유소년 축구의 경쟁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영남일보 DB>
"수도권이 아니어도 충분히 좋은 선수를 배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입니다."
배대호 달성군청 유소년축구단 감독은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최종 명단에 달성군 화원초 축구부 출신 두 선수가 나란히 이름을 올린 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 배 감독은 "화원초 축구부의 전통을 잇는 달성군청 유소년축구단에서 좋은 선수들이 계속 발굴되고 있다는 점은 지역 유소년 축구의 지도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했다.
배 감독은 이한범과 인연이 깊다. 이한범이 화원초 5학년이던 시절부터 직접 지도했다. 이동경도 배 감독이 대학 재직 중 휴가를 냈을 때 한 달가량 가르친 적이 있다. 배 감독은 "한 초등학교에서 월드컵 최종 명단 선수가 두 명 나온 것은 대구에서는 최초이자 유일한 사례"라고 밝혔다.
그는 대구 초등 축구의 강점으로 투쟁심과 정신력을 꼽았다. 배 감독은 "대구 축구는 전통적으로 투쟁심과 정신력이 강했다"며 "최근에는 여기에 기술력까지 더해지면서 좋은 선수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고 했다.
다만 중학교 이후 지역 선수들이 타 지역이나 프로 유스팀으로 빠져나가는 현실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했다. 배 감독은 "대구는 중학교 단계에서 합숙이 전면 폐지돼 있다"며 "지역이 넓다 보니 훈련장까지 왕복 1~2시간 걸리는 선수들도 있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아이들이 합숙하며 안정적으로 훈련받을 수 있는 타 지역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지역 축구가 선수들을 계속 품기 위해서는 제도 보완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초등 단계는 전국적으로 봐도 제도가 잘 갖춰져 있지만, 중학교 단계가 상대적으로 약해졌다"며 "일정 거리 이상 통학하는 선수에게 부분적으로 합숙을 허용하거나 중등부 투자를 늘리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 감독은 이번 월드컵이 지역 유소년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지방에 있어도 이동경, 이한범, 배준호처럼 충분히 월드컵 무대를 밟을 수 있다"며 "꿈과 목표를 분명히 세우고 최선을 다한다면 지역 선수들도 얼마든지 세계 무대에 설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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