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개혁성향 모임인 '대안과 미래' 소속 이성권 간사(오른쪽부터), 권영진, 고동진 의원이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조찬 회동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상임위원회 배정을 둘러싸고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대구 달서병)과 정점식 원내대표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내 후폭풍이 거세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원내부대표단은 권 의원의 행동을 강하게 비판하며 엄정한 대응을 예고했다. 권 의원은 자신의 잘못이라며 공개 사과하고, 단독 후보로 등록했던 차기 국민의힘 대구시당위원장직도 맡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영남일보 취재결과 정치권 일각에서는 6·3 지방선거 이후 이어져 온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불신이 상임위 배정을 계기로 표출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이번 일을 계파 간 충돌로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상당하다.
◆상임위 배정 항의 중 물리적 충돌…계파 갈등 해석도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권 의원은 전날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22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 배정 결과를 통보받은 뒤 국회 본청 원내대표실을 찾아 정 원내대표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행정안전위원회에 배정된 권 의원은 정보위원회 간사 배치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항의 과정에서 고성과 거친 표현이 오갔고 멱살잡이 등 신체적 충돌도 발생했다. 정 원내대표가 권 의원의 멱살잡이를 문제 삼자 권 의원은 "멱살을 열 번이라도 잡겠다"는 취지로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역 재선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영남일보와 통화에서 "원내대표실 밖에 있던 당 관계자들에게도 내부의 고성이 들릴 정도로 상황이 격화됐다"며 "권 의원이 그동안 당 지도부에 쓴소리를 해 온 만큼 상임위 배정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직접적인 발단은 상임위 배정이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자리 배정 갈등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방선거 패배 책임과 장동혁 대표의 거취, 당 쇄신 방향을 놓고 한 달 넘게 쌓인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불신이 상임위 배정을 도화선으로 표출됐다는 것이다.
충돌 당사자들의 당내 정치적 위치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달 원내대표 경선에서 당권파 후보로 분류돼 비당권파인 김도읍 의원을 결선투표에서 7표 차로 꺾었다. 당시 정 원내대표에게는 지방선거 이후 심화한 당내 갈등을 수습해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졌다.
반면 권 의원이 활동해 온 비당권파 성향 의원 모임 '대안과 미래'는 지방선거 이후 장 대표의 사퇴와 지도부 쇄신을 공개적으로 요구해 왔다. 이들은 장 대표의 강경 노선과 선거 대응이 패배를 자초했다며 정 원내대표에게 지도부 거취를 논의할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상임위 배정을 둘러싼 항의가 당 원내사령탑에 대한 물리력 행사로 이어진 이번 사태가 국민의힘 내홍의 심각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적 갈등을 조정해야 할 당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번 사태를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충돌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비당권파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이날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권 의원이 그동안 지도부에 쌓인 감정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도 "상임위 배분을 살펴보더라도 비당권파가 피해를 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에 이를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갈등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권 의원도 이번 사태는 자신의 개인적인 잘못이라며 '대안과 미래' 전체의 문제로 번져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정희용 사무총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전날 정점식 원내대표에게 당내 의원이 상임위 배정을 둘러싸고 항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태와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 지도부 엄정 대응 예고…징계 가능성 거론
사건의 후폭풍은 즉각 확산했다. 정 원내대표는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원내대표의 권위가 멱살로 귀결되는 상황을 모두 지켜봤을 것"이라며 정 원내대표의 회의 불참 배경을 설명했다.
국민의힘 정희용 사무총장은 이날 "항의와 물리적 행위는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며 "당의 명예와 품위를 훼손하는 행위에 엄정하고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부대표단도 이번 사태를 "공당 구성원이 아닌 조폭의 행태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하고, 권 의원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원내 핵심 관계자는 영남일보와 통화에서 "권 의원의 행동이 문제가 되는 것은 당 원내대표에게 물리력을 행사했다는 점"이라며 "국회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일인 만큼 당 분위기상 그냥 넘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권 의원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실제 징계 절차가 진행될 경우 이번 사태를 둘러싼 양측의 갈등이 다시 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역의 한 초선 의원실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이번 사태를 계파 간 보복이 아니라 공당의 원칙과 질서를 바로 세우는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을지가 향후 내홍 수습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논란이 커지자 권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이 참여하는 단체 대화방에 사과문을 올렸다.
권 의원은 "어제 원내대표실에서 행한 저의 언행은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무조건 저의 부족함이고 잘못이었다"며 "정 원내대표에게 큰 결례를 범하고 리더십에 상처를 드렸다"고 밝혔다. 이어 "저의 불찰과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사과드린다"며 동료 의원과 당원, 국민에게도 사과했다.
이인선 국민의힘 대구시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4월 대구지역 광역의원 공천 결과를 발표하고 기자들과 브리핑을 갖고 있다. 서민지기자
◆권 의원, 차기 국민의힘 대구시당위원장직 포기
차기 국민의힘 대구시당위원장 후보로 단독 등록해 선출을 앞두고 있던 권 의원은 24일 시당위원장직을 맡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날 상임위 배정을 둘러싸고 정 원내대표와 충돌한 데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대구시당은 25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권 의원을 차기 시당위원장으로 선출할 예정이었다. 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권 의원이 '시당위원장은 맡지 않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다른 의원이 맡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아 달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차기 대구시당위원장 선출 구도도 원점에서 재편될 전망이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권 의원과 함께 당초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재선 김승수 의원(대구 북구을)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다만 지역 의원 간 추가 조율과 시당의 후보자 재공모 등 절차가 필요한 만큼 김 의원의 추대 여부가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
이인선 대구시당위원장은 25일 예정된 운영위원회를 연기하고 지역 의원들과 이번 사안을 논의한 뒤 향후 선출 절차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영남일보와 통화에서 "이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할 수 없다. 권 의원이 시당위원장 단독 후보기 때문에 대구시당에서 권 의원을 당 최고위에 올려도 이번 사태로 인해 당 최고위원회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라며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해서 8월 지역 의원들과 해결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혁
서울 정치부에서 국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