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이재명 정부의 이번 8·30 개각은 매우 갑작스럽게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그 첫번째 근거는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개각 당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으로 출국하려다 자신의 경질 소식을 뒤늦게 접한 것이다. 구 부총리는 일단 출국 일정을 취소했다가 번복하고 출국하는 소동을 겪었다. 다행히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과의 면담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됐지만, 한국 경제수장(首長)의 대외적 체면은 말이 아니게 됐다.
두번째 근거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8·30 개각 이틀 뒤에 느닷없이 경질된 것이다. 의아한 것은 진작 김 실장을 교체하려고 했다면 8·30 개각 당일 장관 및 다른 수석비서관들의 인사와 동시에 발표하는 것이 상식적이었기 때문이다. 부동산정책과 주식시장의 혼란을 이유로 경제부총리와 국토교통부 장관만 경질했다가 여론이 더욱 악화되자 그동안 경제정책을 실질적으로 주도해온 김 실장까지 추가로 경질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개각설(說)은 6·3 지방선거 직후에도 있었고, 8·17 민주당 전당대회 직후에도 있었다. 물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사의표명이란 돌발변수가 있기는 했지만, 9월 정기국회가 임박하면서 정부의 경제팀 교체는 내년도 예산안이 통과되는 연말쯤으로 예측돼 왔다. 또 구윤철 경제팀이 제안한 부동산세제 개편안이 정기국회에서 입법화까지 끝내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 논리적이었다.
하지만 구 부총리에게 사전 통보조차 없이 단행된 이번 8·30 개각은 대한민국 정부 경제수장의 위상과 역할에 큰 흠집을 남겼다. 우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국가 의전 서열 10위에 행정부 내 서열이 대통령, 국무총리 다음의 3위에 해당된다. 윤석열 정부 말기에 윤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마저 유고된 상황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전례가 있을 정도로 중요한 위상을 차지한다.
경제부총리는 또 정부조직법상 정부의 경제정책을 총괄·조정하고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런 장관에게 사전 귀띔도 없이 당일 공항에서 경질사실을 통보하는 것은 인간적인 결례를 넘어 정부 조직 운용상의 난맥상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못했다면 대통령 비서실장이라도 최소한 하루 전에 사전 통보를 하는 것이 바람직했고, 또 그동안의 관례였다.
구윤철 부총리의 후임에 이형일 재경부 1차관이 임명된 점도 또 다른 걱정거리다. 물론 이형일 후보자는 업무능력도 탁월하고 인품도 훌륭해 보인다. 하지만 이 후보자의 능력이나 자질을 떠나서 그가 과연 현 이재명 정부의 경제수장으로서 가장 적합한 인물이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역대 정부에서 차관에서 부총리로 바로 승진 발탁된 사례는 이 후보자가 처음이다. 그동안 김진표, 김동연, 추경호, 최상목, 구윤철 부총리는 차관은 지냈지만 국무조정실장이나 국회의원 등 길게는 8년 가까이 다른 자리를 경험한 뒤 임명됐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대통령이 이형일 차관을 곧바로 부총리로 발탁한 것은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뜻으로 보인다. 또 이 후보자가 대구 출신으로 전임 구 부총리와 같은 지역 출신이라는 점에서 내각 내 지역 안배를 고려한 인선으로도 풀이된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경험과 관료사회 내 서열 측면에서 구 부총리에 비해 상당한 약점을 안고 출발해야 한다. 구윤철은 노무현정부 시절 청와대 인사수석대행과 국정상황실장, 문재인 정부 때엔 장관급 국무조정실장을 지내 경험과 정치력이 남달랐다.
반면 이형일 후보자는 서울대 경제학과 89학번으로 당장 같은 경제학과 2년 선배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을 상대하기 버거울 것이다. 또 김 장관처럼 민간대기업을 맡아본 경험도 없다. 특히 민주당 4선 현역의원 출신인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이 후보자에게 호락호락할 리가 없다.
현 정부 들어 예산기능이 기획예산처로 분리되면서 재정경제부의 파워는 크게 줄어들었다. 이형일 후보자의 경제부총리 업무수행이 걱정되는 까닭이다. 그래서 더욱 구 부총리의 경질이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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