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범 논설위원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냐.' 더불어민주당이 끝내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국민들은 "보완수사권이 사라지면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를 묻는다. 민주당은 말이 없다. 오로지 '검찰 개혁'만 외치고 있다. 누구를 위한 검찰 개혁이고, 사법 정의인지 설명하지 않는다. 법의 존재 이유는 간단하다. 범죄자들로부터 국민의 평온한 일상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사법적 안전판'으로 인식하는 국민들이 많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보완수사권 폐지보다 유지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범죄자만 살판나는 세상이 될 것"이라는 섬뜩한 경고가 현실화될까 두렵다.
이재명 대통령도 침묵하고 있다. 민주당 강경파의 '폭주'를 방관하고 있다. 부실 수사의 재앙을 우려해 사의를 표명한 법무부 장관의 등 뒤에서 침묵으로 당론을 묵인한 꼴이다. 과거 "예외까지 봉쇄하면 문제가 생긴다"던 우려가 '빈말'이라는 인상마저 준다. 대통령이 진정 수사 공백으로 인한 국민 피해를 걱정한다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입법 폭주를 막을 유일한 수단이 거부권이다.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 대통령의 침묵에 '사법 거래'의 냄새가 난다. 민주당 강경파들은 현재 공소취소특검법을 발의한 상태다. 대장동과 대북송금 등 이 대통령을 옥죄고 있는 형사 재판의 공소를 특검이 취소할 수 있는 전대미문의 셀프 면죄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재판을 지워줄 강경파들의 호위무사 역할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거래의 실체는 확인할 수 없지만,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국민적 반대에도 민주당이 경찰에 수사권을 몽땅 넘겨주려는 것에는 사정 기구를 정권의 손아귀에 쥐겠다는 검은 야욕이 도사리고 있다. 실제 민주당은 행정안전부 산하에 통제 기구를 신설해 경찰 수사를 쥐락펴락하겠다는 속내를 흘리고 있다. 경찰을 '권력의 충견'으로 부리며 정권 입맛대로 통제할 수 있다는 위험천만한 계산이다. 행안부 소속이니 자신들의 하수인처럼 움직여줄 것이라는 정략적 셈법은 독재적 발상이나 다름없다.
"우리가 아무리 오만해도 국민들이 차마 국민의힘을 찍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도 입법 폭주의 동력이다. 민주당의 판단에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국민의힘의 모습은 한심하다. 대안 세력으로서 믿음은커녕 존재감이 전혀 없다. '상임위 밥그릇 싸움'을 벌이다 원내대표 멱살을 잡는 조폭 영화 같은 촌극까지 연출하고 있다. 사법 체계가 무너지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민생 수사 공백을 막기 위한 투쟁보다 상임위 이권에 눈이 멀어 육탄전을 벌이는 웰빙 정당의 밑천을 고스란히 노출한 것이다. 멱살잡이의 장본인이 대구 의원이라 더 부끄럽다. 내분도 진정되지 않고 있다. '원팀'으로 싸워도 역부족인데, 오히려 스스로를 무너뜨리고 있다. 민주당 눈에 국민의힘이 얼마나 우습게 보이겠는가.
궁즉변(窮則變)이라고 했다. 막다른 길에 이르면 반드시 변화가 찾아온다는 의미다. 주역(周易)은 '하늘 끝까지 올라간 용은 반드시 후회한다'는 '항룡유회(亢龍有悔)'를 경고했다. 주역 제1장 중천건(重天乾)의 마지막 효사이다. 국민의 선택지를 인질 삼아 극단으로 치닫는 민주당의 폭주는 결국 민심의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민주당의 독선 마일리지가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민심의 '강제적 각성' 시간도 점점 다가오고 있다. 조진범 논설위원
조진범
대구경북과 대한민국의 내일을 고민하는 논설위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