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현 기술보증기금 고객부장
지방선거가 끝났다. 승패는 갈렸고 평가는 분분하다. 그러나 이번 선거가 남긴 가장 큰 숙제는 정당의 유불리가 아니다. 수도권과 지방이 전혀 다른 미래를 요구했다는 점이다. 서울이 중심의 지위를 지키려 할 때, 지방은 사라지지 않을 권리를 요구했다. 특히 대구·경북의 20대 표심은 무겁다. 기성세대는 떠나는 청년을 보며 "요즘 20대는 왜 저래"라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청년들은 애향심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움직인다. 좋은 일자리, 성장할 산업, 문화적 기회, 안정된 주거가 없다면 떠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다. 이제 청년을 탓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꿈꿀 미래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 시점에서 전남과 광주의 행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들은 행정통합 논의를 선거 의제로 끌어올리며 초광역 단일 선거라는 정치 실험을 추진했다. 이는 단순한 행정구역 조정이 아니다. 수도권 일극 체제에 맞서 지역이 스스로 몸집과 전략을 키우겠다는 선언이다. 반면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이해관계와 정치적 계산 속에서 특별법 처리는 지연됐고, 지역민에게는 피로감만 남았다. 5극3특 시대의 생존 경쟁은 이미 시작됐는데, 대구경북이 논쟁에 머무는 사이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향한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기관을 합치는 물리적 결합이어서는 안 된다. 대구의 도시 기능과 경북의 산업 자원을 결합해 청년이 일하고 배우고 살아갈 수 있는 '60분 생활권'을 설계하는 일이어야 한다. 행정청사 위치보다 중요한 것은 청년이 어디서 일하고, 살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가이다. 통합의 목표는 면적 확대가 아니라 기회 확대다.
이를 위해 'TK 청년 미래지분제'를 제안한다. 권역 내 대학을 졸업한 청년이 로봇, 미래차, 이차전지, 반도체 부품, 바이오 등 전략산업 기업에 취업하면 지자체와 기업이 공동으로 정착 자산을 적립해 주는 방식이다. 5년 이상 근속할 경우 이를 주거 자금, 창업 자금, 또는 성과 보상으로 전환해 주자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지분은 단순한 주식 보상이 아니다. 지역에 머문 시간과 기여가 자산, 경력, 주거 안정, 창업 기회로 쌓이는 구조를 뜻한다. 단기 수당이 아니라 머문 시간이 미래가 되는 제도다.
물론 우려도 있다. 통합이 대구 중심의 흡수로 흐르거나 경북 시·군의 정체성과 자치권이 약해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그래서 통합의 원칙은 '기능 분담'과 '이익 공유'여야 한다. 대구는 교육·의료·문화·서비스 거점으로, 경북은 제조·에너지·농생명·관광·신공항 배후권으로 역할을 나누되, 성과는 권역 전체가 공유해야 한다. 특히 재원은 청년 일자리, 주거, 교통, 문화 인프라에 우선 투자해야 한다. 산업 없는 청년정책은 오래가지 못하고, 청년 없는 산업정책은 미래가 없다.
이번 선거가 남긴 숙제는 분명하다. 지자체장은 지역 행사의 주빈이 아니라 권역의 설계자이자 청년의 미래 책임자가 되어야 한다. 전남과 광주가 새 문을 열었다면 대구경북도 자기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통합을 할 것인가의 소모적인 논쟁을 넘어, 통합으로 무엇을 만들 것인지 답해야 한다. 청년들은 이미 묻고 있다. "이 도시에서 살아도 됩니까." 이제 지방의 리더들이 답할 차례다. 훈계나 탓이 아니라 손에 잡히는 미래로 답해야 한다. 대구경북은 먼저 그들이 남아 꿈꿀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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