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달성군 가창면의 '비밀 호수'로 불리는 폐채석장 일대의 상권 반응을 시각화한 이미지. 맑고 푸른 호수를 배경으로, 주변에는 외지 차량과 카페·편의점에 머무는 방문객들의 모습이 보인다. 본 이미지는 실제 현장을 기반으로 한 구성 시각화 예시로, 실제 장소 및 건물과는 다르다.<영남일보 AI 제작>
한산하던 대구 달성군 가창면 일대 상권이 최근 갑자기 들썩거리고 있다. 각종 SNS에서 '비밀 호수'로 불리는 가창 폐채석장에 인파가 몰리면서(영남일보 6월9일자 1·2면, 19일자 2면 보도) 인근 상권도 덩달아 활기를 띠고 있는 것. 19일 영남일보 취재 결과, 이 비밀호수는 안내판도 명칭도 없지만 드론으로 내려다본 풍경이 알려지면서 '대구 속 캐나다' '지도엔 없는 호수' 같은 별칭으로 온라인상에서 활발하게 회자되고 있다.
수년 전 채석이 멈춘 뒤 물이 고이면서 자연스레 형성된 에메랄드 빛 웅덩이가 단연 압권이다. 절벽 단면이 계단처럼 둘러싸여 있고, 맑고 짙은 수면 색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때문에 관광지 등록은 되지 않았지만 주말이면 삼삼오오 외지인이 몰려들고 있다. 호수에서 차로 5~10분 거리의 카페·식당·편의점 등에는 예전보다 외지 차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한 카페 운영자는 "주말엔 평소보다 네댓 팀 더 다녀가는 날도 있다"며 "예전엔 텅 비어 있던 시간대에 손님이 오기 시작했다"고 했다. 인근 식당과 편의점도 "젊은 손님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특히 사진 촬영을 마친 뒤 근처 카페에 들러 커피를 테이크아웃하거나, 편의점에서 음료·간식을 사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점심시간을 피해 늦은 오후 방문객이 몰리는 탓에 기존 상권에 없던 '비정규 소비 패턴'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창면에서 백숙집을 운영하는 60대 주인은 "SNS를 보고 왔다며 길을 물어보는 손님이 꽤 된다"며 "정식 관광지는 아니라도 그 여파가 가게까지 이어지는 걸 보면 새삼 인기를 실감한다"고 했다. 인근 소규모 베이커리나 빙수 전문점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이들 가게는 외지인 방문에 맞춰 메뉴 사진을 다시 찍어 SNS에 올리는 등 활발하게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이르지만 상인들 사이에선 "코로나 때보다 분위기가 낫다" "이대로만 가면 여름엔 확실히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주민 사이에선 "호수 하나가 마을에 손님을 불러 모으고 있다"는 말까지 나돈다. 아직은 체류시간이 짧고, 소비 규모도 크지 않다. 하지만 별다른 홍보나 개발수요가 없어도 관광객이 스스로 찾아오고, 지역 상권이 이에 반응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반면 일각에선 사유지인 데다 위험한 장소인 만큼 출입 자체를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급경사 절벽과 미끄러운 지형, 낙석 위험 등 안전상 우려가 계속되는 데다 일부 방문객이 경고표지나 안전펜스를 무시하고 진입하는 사례까지 잇따르고 있어서다. 가창면 옥분리 한 주민은 "호수로 내려가는 길목마다 사람 발길이 이어지는데, 경고를 해도 듣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만약 한 명이라도 다치면 자칫 마을 전체가 곤란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