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윤 칼럼] 국민의힘엔 있고 민주당엔 없는 것
'정치는 생물이다'는 말은 DJ(김대중 전 대통령)가 즐겨 사용했다. '정치의 가변성'을 꿰뚫는 통찰이다. '정치의 가변성'은 '가능성의 정치'를 일컫지만 때론 '정치는 요지경'이란 말과 상통한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관전하며 느끼는 감정도 비슷하다. 비민주성, 몰염치, 무정책, 부도덕 행태를 일일이 열거해서 뭣 하겠나. 물매를 맞아도 시원찮을 텐데 지지율은 까딱없다. 오히려 더불어민주당과의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이재명 리스크가 한몫한다지만 그것만으로 설명이 안 된다.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민주당엔 없고 국민의힘엔 있는 것. 있고, 없고의 차이가 꼭 나음과 못남을 구별하진 않지만, (지지율의) 높고 낮음을 가르는 동기가 되기엔 충분하다.하나는 '역동성'이고 다른 하나는 '미래 가치'다. 있고, 없고의 차이로 두 정당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한쪽은 짓눌린 듯하고, 다른 쪽은 늘 소란하다. 어느 쪽이 더 가변성을 높이고 가능성을 키울까.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벽면패널 앞에 서면 답을 일견할 수 있다. 글로벌 CEO들의 가언(嘉言)이 즐비하다. '작은 일도 시작해야 위대한 일도 생긴다'(마크 저커버그), '수백 번의 이상적인 생각보다 한 번의 실행이 변화의 시작이다'(셰릴 샌드버그), '더 빨리 성공하기 위해 자주 실패하라'(톰 켈리). 시끌벅적한 국민의힘과 활기 잃는 민주당의 차이가 어디에서 비롯됐고 어디를 향할지가 일별된다. 홍준표, 유승민, 이준석, 원희룡, 오세훈, 한동훈 같은 잠룡들이 늘어섰고, 천하람 같은 신언서판 반듯한 미래 주자들의 도전으로 어수선한 국민의힘에 성공에 부합한 요소가 훨씬 많다. 몇 차례의 전당대회와 경선을 거치면서 젊고 역동적인 당원 구성을 완비한 것도 미래 친화적이다.민주당은 어떤가. 활달하지도, 가치에 충실하지도 않다. 팬덤이 삼킨 역동성이 아쉽다. '소신 상실의 시대'라 자학한다. 더 한심한 게 있다. 포스트 이재명을 논한다며 '대안 부재론'을 말한다. 당에 미래 지도자가 없음을 실토한 것과 진배없다. 스스로 가둬 미래와 단절시킨 고백이다. 미래를 꿈꾸지 않는 정당에 무슨 희망이 있겠나. 잠룡이 우글대는 국민의힘과 대비된다.국민의힘은 '두 손의 떡'을 쥐었다. 이재명 체포영장이 재청구돼도 좋고 안 돼도 생큐다. 양수겸장의 패다. 재청구 땐 이재명 보호막은 무조건 무너진다. 그렇다고 검찰이 바로 영장을 청구할까. 안 할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의 정치 수명을 연장시킨다? 그렇다. 민주당이 재정비할 기회를 일찍 주는 건 원하지 않을 터이다. 시간을 잔인하게 즐기려 할지 모른다. 이재명이 처한 비감한 현실이다. 홍준표는 "잘 헤쳐나가시기 바란다"는 알 듯 모를 듯한 말을 보탰다. 이준석이 유행시킨 "무운을 빈다"는 조소성 레토릭이 연상된다.이재명 대표는 하고 싶은 일, 해서는 안 될 일, 해야 할 일을 분별해야 한다. 결단의 시간이 턱밑까지 왔는데 그럴 뜻이 전혀 없어 보인다. 이대로면 총선은 물론 지방선거, 대선도 '무난히' 진다. 최악의 위기는 최고의 기회. '언제' '어떤 방식'으로 결단하느냐에 따라 전화위복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총선 4개월 전 사퇴설'은 뭔가. '때'는 빠를수록, '방식'은 극적일수록 좋다. 정치는 패러독스(paradox·역설), 그래서 생물이다.논설위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