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윤 칼럼] 정계 개편 '환영'

  • 이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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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17  |  수정 2023-02-17 06:45  |  발행일 2023-02-17 제23면

[이재윤 칼럼] 정계 개편 환영
논설실장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는 광담(狂談) 퍼레이드라 할 만큼 민망한 농설로 가득하다. 그중 3대 망언을 꼽으라면 단연 '대통령 탈당' '분당' '탄핵'이다. 다 대통령과 관련된 변설(辯舌)이다. '김기현 후보가 당 대표 되지 않으면 생길 변고'를 지레 흘리며 당원을 겁박하고 있다. 지지를 호소한다며 감히 대통령 안위를 걸고 협박의 방식을 취하다니…. 대통령실의 침묵이 더 기이하다.

탈당, 탄핵, 분당은 '정계 개편'과 이어동의(異語同意)다. 이런 말을 대통령 주변 인물들이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을 리 만무하다. 논란을 촉발한 신평 변호사가 말을 거두기는커녕 전선을 키우는 건 또 무슨 심산인가. 한두 주 전만 해도 여권발 '분당→정계 개편' 가능성이 고양되더니만, 지금은 거의 숙졌다. 전당대회 분위기가 대통령실과 윤핵관 희망대로 진척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굳이 신당을 도모하지 않더라도 의도한 정황(政況)을 충분히 얻을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상징적 발언이 등장했다. 대통령 명예 당 대표론. 친윤 후보를 뒷받침해 온 당정 일체론의 최종 좌표인 셈이다. '분당→정계 개편'과 '당정 일체→명예 당 대표' 사이 간극은 하늘과 땅 차이다. 며칠 사이 하늘과 땅이 바뀌었다.

물색도 모르고 공천 줄 대고 있지만 미안하게도 현역 의원 절반 이상은 집에 간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대구경북은? 계속 보게 될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친윤 호소인' 신분 정도로는 안위를 장담할 수 없다.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대하는 대통령의 방식을 여태 모르겠는가. 내년 총선은 대통령 중심의 새 주류가 등장하는 혁명적 인적 쇄신이 단행될 것이다. '창당'에 견줄 상황을 만들어야 대통령으로서도 밑지지 않는 셈법이 된다. '나는 아니겠지' 하고 요행을 바라는 건 어리석다. 영민한 이준석이 "홍준표 시장이 모든 일의 스탠더드"라고 한 뜻이 뭘까. '공천탈락→탈당→무소속 출마'의 그 길? 천하람 돌풍에 힘 얻는 이준석 신당? 이준석은 오히려 "창당은 다른 쪽에서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윤석열발이든, 유승민·이준석발이든 판이 요동칠 것이다.

야당발 정계 개편 가능성도 이에 못잖다. 어제 검찰이 청구한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에 당이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지켜보자. 단일대오가 무너지고 방탄막이 벗겨지는 순간 분열의 서곡이 울린다. 악재에 짓눌린 여당이 있음에도 국민의힘 지지율을 따라잡기는커녕 격차가 더 벌어지는 까닭이 무엇인가. 친명계 좌장이 "이렇게 가다 보면 이재명이 대통령된다"고 했다지만, 착각은 자유다.

선거구제 개편도 주목한다. 일종의 다당제 촉진 룰이다.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되고 비례대표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바뀌면, 정계 개편의 공간이 획기적으로 넓어진다. 국민의힘이든 민주당이든 극성 유튜버나 팬덤에 끌려다니다 중간 지대의 신임을 얻는 데 실패했다. '공천 학살'은 역설적으로 중원옥토로 이주하는 디아스포라(Diaspora)를 유발한다. 여, 야, 다 깨질 수 있다. "(민주당 분당) 70~80℃ 정도 끓고 있다"(이원욱 의원)고도 하고, "(이준석 계열 칼질 되면) 국민의힘 분당은 100%"(박지원 전 국정원장)라고도 한다.

양극단을 거부하는 정계 개편! 대환영이다. 낡은 보수, 낡은 진보를 벗어나는 도전이다. 개혁 보수, 진보 개혁의 공간을 넓히는 실험이다. 아직은 이르지만 무르익으면 문이 열린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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