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윤 칼럼] '보통 심각한 게 아닌' 상황이란

  • 이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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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08   |  발행일 2022-07-08 제23면   |  수정 2022-07-08 06:41

[이재윤 칼럼] 보통 심각한 게 아닌 상황이란
논설실장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꼭 두 달 됐다. 성과를 논하기는 이르지만 평가를 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는 시간이다. 시작의 시점에서 평가할 요소는 국정 목표는 잘 잡았는지, 애초 잡은 방향대로 제대로 가고 있는지다. 즉 '방향성'에 주목하는 시기다. 또 하나 빠트릴 수 없는 게 있다. 대통령 리더십 읽기다. 국정에 실제 맞닥뜨린 새 대통령의 리더십이 어떤 모습으로 발현되는지, 대통령의 관심은 어디를 향하는지, 정책 결정의 기준은 '가치'와 '실용' 중 어디에 두고 있는지, 경청하는 민주적 리더십인가 독선적인 권위적 리더십인가를 관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짧은 두 달이지만 실체적 면모가 조금씩 드러나고 국민이 거기에 뭔가를 느끼기 시작했다.

새 정부 출범 후 달콤한 허니문 기간인데 여론조사 상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40%대 초중반 수준이고, 부정 평가는 50%를 웃돈다. 긍-부정 차가 10%포인트를 넘고, 다른 정부 초기와는 무려 20~30%포인트 차가 난다. 분명 이상(異常)현상이다. 이를 '위험신호'로 읽지 않고 "의미 없다"고 일축한 것은 국민 감성을 살피지 못한 언사다. '굉장히 중요한 문제'(박지원 전 국정원장)이며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김종인 전 비대위원장)라는 경고음이 들린다. '보통 심각한 게 아닌' 상황이란 무엇인가.

잘못된 방향, 그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절대 요구, 시대 정신은 명백하다. 백척간두의 '경제'를 회복하는 일이다. 6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환란(1998년) 이후 최대, 서민 삶과 밀접한 외식 물가상승률은 30년 만에 가장 높다. '기록'은 깨지고 물가는 계속 치솟을 것이다. 조만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한다면 가계·기업 전반에 부실 회오리가 몰아칠 게 뻔하다. 경제계는 "쇼크에 가까운 우려 있다"(최태원 대한상의 회장)며 위기 데시벨을 높이고, 해외에선 "내 생애 최악의 경기 침체 온다"(짐 로저스·세계 3대 투자자)라고 경고한다. 우리는 시계 제로의 거친 바다에 던져져 있다. 당장 대통령실에 '경제 워룸'을 가동해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 작금 국정 중심은 과연 '경제'에 있는가. 여권 발 '권력 다툼'이 온통 나라를 흔들고 있다. '이준석 성상납 의혹' 같은 급하지 않은 정쟁이 대부분이다. 또 있다. 전 정권을 향한 배제와 분열의 칼날이 난무한 곳에 어찌 '경제 살리기'의 정심(正心)이 모아지겠는가. 대통령은 '전 정권 탓', 정부 부처·기관은 '과거와의 싸움'에 빠져있으니 경제 살리기 동력을 어디서 구하겠나. '처단'에 능한 검사의 시선을 거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협치보단 대결 국면을 만드는 관성을 멈추기 힘들다. 초반 포석이 그랬다. '조선 제일 검(檢)'들로 포스트를 채웠으니 국정이 향하는 곳은 뻔하다. 내 손안에 권력을 쥐고 게임을 벌이니 쉽고 흥미로운가. 착각이다. 그 유혹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경제'에 매진할 수 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위기상황은 외부 요인이 크다 해도, 새 정부가 유효한 해결책을 제시 못 하면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그토록 자랑해온 '능력'을 아직 보지 못했다. 정권에 필요한 것에 집착하다가 시급한 국가과제를 놓쳐선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관심사가 '과거'에 있는데 어떻게 미래를 내다보고 필요한 일에 노력을 쏟겠나"(금태섭 전 의원)는 물음이 '보통 심각한 게 아닌' 상황을 잘 설명한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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