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윤 칼럼] 대구시장 선거, 우상과 이성의 충돌

  • 이재윤
  • |
  • 입력 2026-05-14 20:40  |  수정 2026-05-15 07:20  |  발행일 2026-05-15
이재윤 논설위원

이재윤 논설위원

제자리 찾기=연극에서 장치나 장면을 바꾸는 순간에 조명을 서서히 줄여 분위기를 전환하는 기법을 '페이드 아웃(Fade-out)'이라 한다. 대구시장 선거가 지금 '페이드 아웃' 중이다. 중앙발(發) 이슈에 묻혀 '지방'과 '정책' 아젠다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지방선거에 화두가 될만한 의제발굴은 뒷전으로 밀리고 그 자리에 내란청산론, 정권심판론 같은 낡은 구호가 다시 기승이다. 5월 들어 눈에 띈 변화다. 한두 달 전만 해도 그러하지 않았다. 변화가 아니라 변질이다. 20일 채 남지 않았다. 다시 지방 이슈의 부각과 정책대결 기조의 회복을 권한다. 지방의 일꾼을 뽑아야 할 때 진영대결 프레임과 네거티브 정쟁에 휩쓸리면 인물을 제대로 못 본다. 엉뚱한 사람이 뽑히면 피해는 온전히 지방의 몫이다. 남은 20일은 단순히 스무 개의 날이 아니다. 20년 대구 미래를 결정할 밀도 높은 압축 시간이다.


'지역'의 관심을 거듭 환기하는 건 지방선거의 제자리 찾기를 위함이다. 출사표를 던질 때부터 '누가 대구 경제를 살릴 수 있는가'라고 되물으며 적임자를 자청한 건 다름 아닌 김부겸, 추경호 후보 자신이었다. 그런데 무대의 중심 자리를 왜 이재명, 장동혁, 박근혜에게 미루려 하나. 남을 의식하면 남의 인생을 산다. 이들을 비춘 조명을 암전(暗轉·dark change)하라. 중요해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아닌 '맥거핀(MacGuffin·미끼 역)' 캐릭터들의 퇴장을 알려야 한다. 그때 비로소 김부겸, 추경호를 향하는 '페이드인(Fade-in·점점 밝아짐)' 조명이 밝혀진다.


오만의 입방정=한동안 김부겸이 질주했다. 보수텃밭의 변화에 전국이 놀랐다. 그 질주가 한두 달 채 못 갔다. 보수가 다시 결집했다. 원인이 뭘까. 승리를 다 쥔 듯한 진보의 '오만' 때문이었다. 오만은 패망의 선봉이다. 이해찬의 진보 20년 집권론이 대권 패배의 전주(前奏)였음을 벌써 잊었나. 또 '15대 1 싹쓸이' 입방정에 지방선거 판세가 확 바뀌었다. 솥뚜껑을 너무 빨리 열다보니 밥이 설익은 꼴이다. 지금은 '12대 3대 1' 정도? 우위인 건 분명하지만 이 성적표론 민주당이 웃지 못할 터이다. 공소 취소, 국민배당금, 보유세, 전작권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지방선거와 무슨 상관이 있나. 부산발(發) '하정우 오빠' 오두방정이 왜 대구 선거판을 흔드나. 오만의 입방정이 화근(禍根)이다.


우상인가 이성인가=대구는 짐짓 실리와 이성을 회복하는 듯했다. 그것도 잠시, 그토록 맹목적으로 집착해오던 데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했다. 우상의 잔영이 짙다. '내가 숭배하는 것이 나를 노예로 만든다'(사마천·중국 전한시대 역사가)라고 했던가. '우상(偶像)과 이성(理性)'의 충돌, 대구 표심에 내재한 소용돌이의 정체다. 대구의 '우상'은 특정 인물에 대한 팬덤, 과거의 영광, 보수의 심장 같은 상징을 의미한다. 대구시장 선거가 우상적 정치문화와 이성적 실리 추구가 정면 충돌하는 양상을 띠는 게 새롭고 흥미롭다. 우상과 이성이 충돌하는 대구의 선거를 진보로 봐야 하나 퇴보로 봐야 하나. 실용과 생존의 정치는 이성의 부상을 전제로 한다. 이데올로기를 허물고 비판적 이성을 강조한 동명(同名)의 리영희(전 한양대 교수) 저서가 나온 지 50년이 지나 다시 확증편향과 강성 팬덤이 만들어낸 새 우상이 발호한다. 무엇이 다시 대구를 움직일까. 우상을 넘어선 이성의 승리일까, 우상의 재확인일까.



기자 이미지

이재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정치인기뉴스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