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지는 대구문화예술진흥원…대구 문화계 ‘기대 반 불안 반’

  • 권혁준·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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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8-02 21:10  |  발행일 2026-08-02
오페라하우스·콘서트하우스, 공연전문재단으로 통합
시립예술단은 상주 시설별 분리 운영 검토
대구미술관 내 진흥원 소속 학예인력 신분 변화 불가피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전경.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제공>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전경.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제공>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하 진흥원)을 분야별 전문기관으로 분리·재편하는 조직개편안을 두고 지역 문화계에서는 전문성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는 반면, 직원들 사이에선 인사·고용에 대한 불안감이 터져나오고 있다. 대구시는 최근 진흥원을 문화재단·공연재단·관광재단(가칭)·대구미술관 등 4개 기관 체계로 재편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문화예술인 전반을 지원하는 일반 기능과 특정 장르에 특화한 전문기관을 구분하겠다는 것이 개편안의 큰 틀이다.


핵심은 공연재단 신설과 미술관의 독자성 확보다.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대구를 이끌어온 대구오페라하우스와 대구콘서트하우스는 하나로 묶여 '공연재단'으로 재편된다. 대구시는 행정안전부 협의와 조례 제정 등을 거쳐 2028년 1월 출범을 예상하고 있다. 2022년 진흥원 출범 당시 산하 본부로 통합됐던 대구미술관은 9월 조례 개정을 거쳐 대구시 사업소로 다시 돌아간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의 경우 '문화재단'으로 편입되며, 문예회관이 위탁 관리하던 6개 시립예술단은 상주 시설에 따라 공연재단과 문화재단으로 분리 운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지역 문화계에서는 대구오페라하우스와 대구콘서트하우스의 분리·통합, 미술관의 대구시 사업소 복귀 등을 두고 장르별 전문성과 자율성을 되찾을 계기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반면 진흥원 내부에서는 직원별 소속과 세부 배치 방안이 확정되지 않아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거대 조직이 다시 갈라지는 만큼 소속 전환을 둘러싼 진통과 내부 동요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대구시 사업소로 전환되는 대구미술관은 진흥원으로 소속이 바뀐 직원들이 공무원 신분을 다시 얻기 위해 또 한번 임기제 공무원 공개채용 시험을 봐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서 속앓이가 커지고 있다. 황보란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현재 조직개편 용역을 통해 각 기관의 하위 부서와 팀 구성, 인력 규모와 배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전문 공연장 통합에 기대감


지역 문화계에서는 대구오페라하우스와 대구콘서트하우스를 하나의 공연재단으로 묶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대구 문화계의 한 관계자는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대구의 위상을 견인해 온 두 기관을 합쳐 공연예술도시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잘된 일"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클래식 전용 공연장인 콘서트하우스와 국내 유일의 오페라 제작극장인 오페라하우스를 '음악도시 대구' 브랜드를 대표하는 핵심 축으로 판단해 하나로 통합한다.


다만 신규 재단 설립에는 행정안전부 협의와 타당성 검토, 조례 제정 등의 절차가 필요해 1년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시는 2028년 1월쯤 재단이 출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단 출범 전까지는 진흥원 직제와 사무전결 규정을 개정해 문화·공연·관광 분야별로 개편안에 준하는 형태로 운영한다는 게 시의 방침이다. 황보란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별도 재단이 설립되기 전에도 분야별 전문성과 자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직제와 전결 규정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문예회관은 문화재단…시립예술단 분리 운영 검토


오페라하우스와 콘서트하우스가 공연재단에 포함되는 것과 달리 대구문화예술회관은 문화재단으로 편입된다. 문예회관은 공연장과 전시실을 함께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대구사진비엔날레를 비롯한 전시사업과 지역 예술인을 위한 공연장·전시장 대관, 시립예술단 위탁 운영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시는 음악에 특화된 오페라하우스·콘서트하우스와 달리 문예회관은 연극·무용 등 다양한 장르를 다루고 지역 예술인의 공연·전시 활동을 지원해 왔다는 점을 문화재단 편입 근거로 들었다.


현장에서도 문예회관의 복합문화시설 성격과 예술인 지원 기능을 고려하면 문화재단 편입에 일리가 있다는 반응이다. 다만 최근 자체 공연을 기획·제작하는 '제작극장' 기능을 강화해 온 만큼 공연재단과 문예회관의 역할을 명확히 나눠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시립예술단 운영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현재 시립교향악단과 시립합창단은 콘서트하우스에 상주하고, 시립국악단·무용단·극단·소년소녀합창단 등 4개 단체는 문예회관에 상주하지만 6개 단체 모두 문예회관이 통합 위탁 운영하고 있다. 시는 재단 분리 이후 상주 시설을 운영하는 재단이 각 예술단을 직접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안이 확정되면 교향악단과 합창단은 공연재단이, 나머지 4개 단체는 문화재단이 운영하게 된다. 복무와 보수, 노무 등 공통 사항은 양쪽 재단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통일된 기준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지역의 한 문화계 관계자는 "문예회관의 공공성과 시립예술단의 소속 등을 고려하면 문화재단 편입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편입 근거로 제시된 예술인 지원 기능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며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는 풀어가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미술관 사업소 복귀…학예인력은 다시 공개채용


대구미술관 전경. <대구미술관 제공>

대구미술관 전경. <대구미술관 제공>

대구미술관은 진흥원 산하 본부에서 시 사업소로 전환된다. 2022년 진흥원 출범 이전 체제로 돌아가는 것이다. 사업소 전환을 위해서는 '대구시 행정기구 및 정원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 시는 오는 9월 관련 조례 개정안을 대구시의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미술관 측과 지역 미술계에서는 사업소 복귀를 통해 대구미술관이 독립기관으로서의 위상을 회복하고, 미술관 업무에 특화된 운영체계를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는 사업소 전환 뒤에도 미술품 구입과 전시기획 등 전문 영역에서 관장과 학예조직의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대구미술관 내 학예연구사를 비롯한 진흥원 소속 직원들의 신분이다. 2일 대구미술관에 따르면 현재 대구미술관 학예연구사 11명 중 5명은 대구시 소속 지방학예연구사로 미술관에 파견 근무 중이다. 나머지 6명은 진흥원 소속이다. 진흥원 소속 학예사 6명 중 4명은 미술관이 사업소였을 당시 임기제 공무원으로 근무하다가 2022년 통합 때 고용승계와 채용시험을 거쳐 진흥원에 입사했다. 나머지 2명은 진흥원 출범 이후 신규 채용됐다. 학예사 외에 임기제 공무원에서 진흥원 소속으로 신분이 바뀐 행정·지원 인력 역시 또 한 번 신분 변동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시는 사업소가 공무원 조직인 만큼 진흥원 직원을 별도 절차 없이 공무원으로 전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들이 사업소 전환 뒤에도 대구미술관에서 계속 근무하려면 임기제 공무원 공개채용에 지원해야 한다. 게다가 진흥원 직원은 고용이 보장되는 정규직인 반면, 시 사업소는 계약 기간이 정해진 임기제 공무원 형태여서 신분 전환과 공채 응시 여부를 둘러싼 직원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미술관의 한 관계자는 "직원 대부분이 미술관에서 전시와 연구 업무를 하기 위해 지원했고 계속 근무하기를 희망한다"며 "통합 당시에도 시험과 신분 변화를 겪었는데 다시 공개채용에 지원해야 한다는 점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이들의 진흥원 내 고용관계를 유지하고 직원별 잔여 임기와 직급·임금 등 기존 근로조건을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미술관 대신 진흥원에 남는 직원은 전시기획 등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업무에 배치하도록 최대한 배려할 계획이다. 황보 국장은 "진흥원 직원을 임의로 공무원으로 전환하기는 어렵고, 공개채용이 원칙"이라며 "미술관 근무를 원하는 직원에게 채용 정보를 성실하게 제공하고, 진흥원에 남는 직원은 전시기획 업무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 문화계의 한 관계자는 "2022년 진흥원 통합 당시 겪었던 조직 진통과 상처가 컸던 만큼, 이번 분리·재편 과정에서는 직원들의 의견을 보다 충분히 수렴하는 동시에, 각 기관이 전문성을 살려 지역 문화예술 발전을 이끌 수 있도록 세심한 조직 개편과 행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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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준

영남일보 권혁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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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민

공연장 지박령. 지역의 문화·예술 이야기를 구석구석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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