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 독자위원회] “지역 이슈 위주의 1면 반가워…아날로그·디지털 결합한 시도 인상적”
영남일보 13기 독자위원회 올해 세 번째 회의가 지난 22일 영남일보 6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부위원장인 박정곤 대구행복한미래재단 상임이사를 비롯해, 김요한 지역과인재 대표, 김진원 변호사, 윤병환 북대구농협 조합장, 이동건 동남KTC 대표, 이원호 상화기념관·이장가문화관 관장, 하경환 변호사(가나다 순)가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위원들은 영남일보 보도 및 지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안했다. 그런 한편 영남일보 창간 80주년을 축하하며 '100년 신문'으로의 도약을 응원하기도 했다. △이동건=1945년 10월11일 창간 '해방둥이' 영남일보가 80주년을 맞았다. 군부독재, 언론 통폐합을 겪고도 지역 여론을 꾸준히 전해온 점을 높이 평가한다. 이 가운데 80주년 특집으로 보도된 '최초의 한글 향토지 달구대관…해방 이후 대구를 기록하다' 기사를 흥미롭게 읽었다. 달구대관은 대구의 역사와 문화, 산업 등 제반적인 것들이 담긴 향토지다. 보도에는 달구대관과 얽힌 일화와 지자체의 활용 계획 등이 담겼다. 달구대관처럼 지역의 이야기가 담긴 다른 기록물들은 현재 어떻게 보존·관리되는지 궁금하다. 한편 최근 국제 정세로 희토류 주가가 요동치는 가운데, 대구·경북에도 희토류 관련 기업들이 있다. 경제부에서 이들 기업의 애로사항을 취재해 지역 산업의 현황을 알려주면 좋겠다. △이원호=10월2일자 '대구 독립역사관 건립, 대통령 약속 지켜질까' 보도를 인상 깊게 봤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이 지역 보훈단체와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었는데, 단순한 실무 회의라기보다 상징적 의미가 큰 자리였다. 지역사회의 기대도 컸다. 2020년 대구 독립역사관 건립 추진위원회 발족식에서 사회를 맡은 경험이 있어 더욱 관심 있게 지켜봤다. 후속 보도가 없어 아쉬웠지만, 다음 날 사설 '독립운동 성지 대구, 역사관 건립 언제까지 미룰 텐가'가 보도돼 갈증을 해소해 줬다. 독립운동의 중심지였던 대구의 독립역사관 건립은 반대 의견을 찾아보기 힘든 사안이다. 이런 숙원 사업은 영남일보가 지역 여론을 전달하고 논의를 선도하는 역할을 지속적으로 해주길 바란다. △박정곤=지역 이슈를 위주로 내세우는 1면이 반갑다. '휠체어 소녀 '기적의 시구'…고마워, AI 웨어러블 로봇!' 보도를 9월15일자 1면 톱 기사로 다룬 것을 보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역 언론의 관심과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10월9일자 1면 톱 기사 '대구사투리에 고대語 살아 숨쉰다'도 한글날이라는 기념일에 한글 이슈를 우리 지역 방언으로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훌륭한 선택이었다. 그런 한편 영남일보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코너를 흥미롭게 보고 있다. 지역 현안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자는 기획 의도는 좋지만, 문제 제기에만 그친 경우가 있다. 문제 제기 후 나온 전문가의 분석과 시민들의 생각이 궁금한데, 후속 의견에 관한 기사가 없어 아쉽다. 특히 교육 이슈는 정치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내년 교육감 선거와 기초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논의의 폭을 넓힌다면 한층 완결된 보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진원=10월22일자 사설 '모레 대구서 타운홀 미팅, 현안 꼼꼼히 알고 대통령 만나야'는 10월25일 대구에서 열리는 '타운홀 미팅'을 다뤘다. 미팅에 참여하는 시민 200명이 대구 현안을 충분히 숙지해, 중앙 정부에 대구 발전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제안하자는 취지로 쓴 것 같다. 그런 취지에는 전적으로 공감하나, 이 사설을 읽으며 지난해 이맘때쯤 가장 큰 이슈였던 '대구경북행정통합론'이 떠올랐다. 불과 1년 전의 일인데, 통합이 시민들의 의견보다는 단체장들의 실적 위주로 급하게 추진되다 보류돼 아쉬움이 남는다. 당시 통합을 추진하는 지자체들 입장에서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컸지만, 지역 사회에선 논리적 필요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모든 정책이 마찬가지지만,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중심으로 시정이 운영돼야 한다는 측면을 강조하고 있어 시의적절한 사설이었다. △하경환=9월16일자 '대구 특이민원 급감, 알고 보니…"보고서 쓰기 싫어 욕도 참고 넘겨요"' 보도는 공직사회 구성원들의 고초에 대해 공감하는 기사였다. 언론에서는 공무원 갑질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는데, 이 기사는 오히려 민원인 갑질로 공무원들이 입는 피해를 고발하고 있었다. 행정도 기업의 운영과 다름없이 잘잘못을 가려내고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민원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공직자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가질 수밖에 없고, 행정 계획이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실제 피해 사례와 현황 분석, 각 공공기관의 대책 방안 등을 영남일보에서 더 보충해서 짚어주면 좋겠다. 다만 온라인 기사 제목만 보고는 기사 내용을 짐작하기 어려웠다는 점은 아쉬웠다. 다른 온라인 기사 제목도 직관적이면 좋겠다. △김요한=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영남일보가 창간 80주년 여론조사를 진행 중이다. 독자들의 관심은 여론조사 1, 2등과 같은 단편적인 부분에만 쏠리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단순한 인지도가 지지도로 둔갑해 추후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지역 현안을 주제별로 나눠 집중 취재하는 것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기초단체 선거구별로 핵심 현안을 뽑아 후보들에게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어떤 공약을 펼칠 건지 질문하는 거다. 이렇게 독자 입장에서 묻는 방식으로 기획하면 삶에 와닿는 정책들에 대해 유권자들이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편 창간 80주년을 맞아 1면에 시도한 '디지로그(Digilog)' 전략이 인상적이었다. QR코드라는 디지털(Digital) 기술과 신문이라는 아날로그(Analog) 요소를 결합했다. 앞으로도 디지로그 전략을 지속해 펼치면 젊은 독자층 확보에 도움이 될 듯하다. △윤병환=영남일보를 구독한 지인들에게 요즘 신문이 어떻냐 물어보면, 1면 편집과 기사 소재에 대한 호평이 훨씬 커졌다. 그런 한편 국내외 정세에 대한 불안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정치도 그렇고 경제도 그렇다. 지역 기업들은 특히 힘들다. 이 가운데 영남일보가 지역 언론으로서 지역 기업에 희망을 줄 수 있는 보도를 이어갔으면 한다. 노사 상생 사례 등이 그 주제가 될 수 있다. 조현희·정수민기자 hyunhee@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