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TALK] 대구 출신 현대무용가 서정빈
서정빈 현대무용가 <서정빈 무용가 제공>"저는 대구에서 나고 자랐지만, 해외에서 발돋움해 다시 대구로 돌아온 케이스예요. 그동안 제 활동에만 급급했죠. 잠깐 뒤를 돌아보고, 최근에서야 지역으로 돌아와야겠다는 결심이 섰어요."지난 2월 서울에서 열린 '2025 댄스비전' 시상식(Dance Vision Awards)에서 '베스트 댄서 어워드'를 수상한 데 이어 같은 달 일본 '제9회 오도루 아키타 페스티벌'에서 '히지카타 타츠미 기념상'을 잇따라 거머쥐며 현대무용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무용수가 있다. 대구 출신의 젊은 현대무용가 서정빈이다. 서정빈 무용가는 대구가톨릭대 무용학과를 졸업하고 대구를 기반으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는 젊은 무용수다. 현재 국립현대무용단 프로젝트의 무용수로 활약하고 있으며 스페인, 독일, 싱가포르 등 12개국에서 솔로 작품을 초청받아 공연하거나 안무를 맡아왔다.그가 '꿈같은 상'이라고 표현했던 '히지카타 타츠미 기념상'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2년 전 '제8회 오도루 아키타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작품 'There was no room for food'으로 올해 수상작으로 선정된 것. 이 상은 일본 현대무용의 전설이자 부토 창시자인 히지카타 타츠미를 기리는 상으로, 한국 무용가로서 이 상을 받은 것은 김설진 안무가(2017년) 이후 처음이다. 그는 "2023년 당시 내부적인 사정으로 수상작을 선정하지 못했다"며 "2년 뒤인 올해 다른 작품으로 초청된 자리에서 심사위원단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겨 줬다"고 설명했다.또한 그는 서울국제안무페스티벌에서 쇼케이스 형태로 무대에 올라 장치 없이 오로지 안무로만 국내외 디렉터들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 무대를 계기로 핀란드와 슬로베니아 페스테벌에 초청되기도 했다.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해외에서 꾸준히 활동해온 그는 라오스에서 14~24세의 아마추어 무용수들과 함께 공연을 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아 왔다.이제 활동의 중심을 해외에서 대구로 옮기고 있다. 그 계기는 '혼자 잘하는 것'보다 '함께 잘하기 위해서'다. 최근 지역 내 무용학과 출신들과 함께 '유나이티드 핑거스(United Fingers of Daegu)'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는 그는 "해외 활동도 좋지만, 지금은 대구지역의 무용수들과 응집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지역 내 무용 전공자들이 졸업 이후 스스로 무대를 기획할 기회가 적은 현실도 또다른 이유로 작용했다. "활동을 하고 싶어도 방법을 몰라 막막해하는 젊은 무용수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을 이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서 무용가의 목표는 지역 무용수들의 단합이다. '지방에서도 길은 있다'는 믿음으로 활동 중인 그는 "서울로 모두 떠나고, 지역 내 독립무용단체들이 점점 사라지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대구 내에서도 밀도 높은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오는 18일에는 한·일 수교 60주년 기념 무대 '더블빌 데시그나레 무브먼트 X 마드모아젤 시네마'에 참여하고, 26일에는 '유나이티드 핑거스' 프로젝트의 첫 공연 '눈(NUN)'을 달성예술극장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멕시코, 핀란드, 슬로베니아, 일본 등 해외 공연도 앞두고 있다. 이렇듯 빽빽한 일정 속에서도 그는 "지역 내에서 활동하며 여러 가지 이슈를 만들어내야 우리의 행동에 힘이 실린다"고 덧붙였다."이제부터 시작인 것 같아요. 힘들다고 그만두면 안 되죠. 열정만 있다면 대구의 무용수들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믿습니다." 정수민기자 jsmean@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