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교육청 전경. 영남일보DB

시도별 폐교보유 현황. 경북교육청 제공

2025년 경북 폐교 활용 현황. 경북교육청 제공
경북 북부의 한 시골 마을에 있는 옛 초등학교는 한때 수백 명의 아이들이 웃고 뛰놀던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풀만 무성한 교정에 교실 문은 굳게 닫혀있다. 전국적으로 학령인구 감소가 가속화되면서 이런 '폐교' 풍경은 더 많아질 것이다.
경북에는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시·군만 15곳. 일부는 '소멸위기지역' 경고등이 켜졌다. 1982년 이후 올해 3월까지 폐교는 732곳. 이 중 495곳은 이미 매각됐고, 237곳은 여전히 교육청이 보유 중이다. 폐교 76곳은 교육시설로, 103곳은 지자체나 주민에게 임대됐다. 그러나 58곳은 여전히 방치 중이다.
문제는 농산어촌 폐교 대부분이 접근성이 떨어지고, 건물은 노후화되는 등 입지 조건이 열악하다는 것이다. 미활용이 길어질수록 안전 문제가 커지고, 우범지역으로 변질될 우려도 있다. 최근 3년간 경북에서만 분교 8곳, 본교 2곳이 문을 닫았다. 오는 9월에는 안동 월곡초 삼계분교 등 4곳이 추가로 폐교된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경북교육청은 이런 폐교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임종식 경북교육감은 "폐교는 단순한 폐쇄가 아닌 새로운 가치를 담아 재탄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교육청은 폐교를 지역문화·예술·체험·경제의 거점으로 바꾸는 '부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방향은 크게 세 갈래다. 첫째, 입지와 교육수요가 있는 곳은 체험관·연수원 등 교육시설로 전환, 학생들이 다시 찾게 만든다. 둘째, 장기 미활용 폐교는 과감히 대부나 매각을 추진한다. 주민공동체와 협력해 활용 공모사업도 정례화한다. 셋째, '폐교재산 효율적 활용 연구'를 통해 현장에 맞는 모델을 개발하고, 실질적 변화를 이끌 방침이다.
지난해 경북교육청이 시범 도입한 '폐교 활용 공모사업'은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방자치단체나 주민공동체가 폐교를 소득·복지·문화 공간으로 무상 대부받아 쓰도록 한 것이다. 영양군 신암분교는 특용작물 재배와 마을 체육시설로, 구미 해평초 향산분교는 스마트팜과 평생학습 공간으로 변신했다. 포항 이가초는 어촌체험장, 경주 의곡초 일부 분교는 유정란 생산시설로 재탄생했다.
임 교육감은 "폐교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마을의 역사와 기억이 살아있는 자산"이라며 "버려진 학교가 지역민의 교육·문화·경제 거점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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