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화 송이 첫 공판에서 거래된 1등품 송이. 표면이 매끄럽고 갓이 단단하게 닫혀 있어 향과 품질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준오기자
가을의 진미(珍味) '송이'가 다시금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경북 봉화는 지난 7일 송이 공판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송이 철을 알렸다. 올해 첫 공판량은 총 85.98㎏로, 1등품은 ㎏당 46만2천원, 2등품은 32만1천원, 3등품은 21만9천원 수준으로 낙찰됐다. 이는 지난해 첫 공판 당시 봉화의 출하량이 1.62㎏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시작부터 분위기가 다르다.
지역 산림 관계자들은 올해 봉화 송이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그 배경에는 기후와 날씨에 있다. 여름철 폭염이 일찍 꺾이고, 9월 들어 적당한 강수량을 기록하고 있고, 밤낮 기온차가 뚜렷하게 벌어지며 송이 생육에 최적의 조건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봉화는 해발이 높고 산림이 깊어 한낮 기온은 25도 안팎, 밤에는 10도 이하로 떨어지며 송이 균사의 생육이 활발해졌다.
봉화군산림조합 관계자는 "일조량과 습도가 적절히 맞아 송이 발생이 고르게 퍼지고 있다"며 "지난해보다 최소 50~60%는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낙관적 전망은 인근 지역의 산불 피해와 대비된다. 의성, 안동, 청송, 영덕 등 경북 동북권의 주요 송이 산지들은 최근 대형 산불을 겪으며 소나무 군락지가 크게 훼손됐다. 이로 인해 송이 서식지가 줄어든 지역에서는 생산량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반면 봉화는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고, 올해는 강수량이 일정하게 유지되면서 토양 수분이 안정적으로 보전됐다.
실제 공판 초기부터 상급 송이의 출하 비율이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가격은 여전히 고가지만, 물량이 늘어나며 안정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봉화 북부 고산지대에서는 색과 향이 진한 상급 송이가 집중적으로 출하되고 있어, 품질 좋은 봉화산 송이의 명맥이 이어질 전망이다.
오는 18일 개막하는 '봉화송이축제'를 앞두고 현지 송이 산주와 유통 상인들은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송이 산주는 "지난해보다 송이 작황이 확실히 살아날 듯하다"며 "산 입구에서도 향이 진하게 난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황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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