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경주 APEC' 심벌 앞에서 주먹을 쥐고 있다. <경북도 제공>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달 22일 도청에서 열린 청렴 톡톡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던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경북도 제공>
3선 국회의원에 재선 도지사, 그리고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경선 후보까지 그의 정치 여정은 화려하고 거침이 없었다. 특히 지난 봄 대선 도전은 그의 정치적 비전과 외연을 확장하는 거름이 될 것이라고 다들 생각했다. 그리고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고 여겼다. 봄날이 끝날 즈음 인생 최대의 위기가 찾아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올해 일흔인 그는 지난 5월 말 4기 암 진단을 받았다. 청천벽력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인가. 평소 워낙 건강을 자신했기에 그 자신뿐 아니라 주변 모두가 충격에 빠졌다. 하지만 세인의 염려와 달리 그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절망하지 않았고, 암 극복을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그런 긍정적인 생각과 투혼 때문이었을까. 최근 암 세포 대부분이 사라지는 놀라운 회복 속도를 보여 또 한번 놀라움을 주고 있다.
지난 5월27일이었다. 그는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개막식 축사를 위해 구미를 찾았다가 갑자기 극심한 복통과 함께 하체 힘 빠짐 증상을 느꼈다. 체한 것으로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이틀 뒤 저녁, 또다시 찾아온 극심한 복통은 그의 발걸음을 안동 한 병원으로 향하게 했다. CT(컴퓨터 단층촬영) 결과는 충격적이게도 암이었다. 다음날 칠곡경북대병원을 찾아 검사했지만 야속하게도 진단은 바뀌지 않았다. 위에서 시작된 암은 간과 폐로 전이된 상태였다. 그는 당시를 회고하며 "믿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충격, 좌절, 혼돈으로 멘탈이 나갈 법도 했지만, 그는 담담히 받아들였다. 6월부터 시작된 항암치료는 말 그대로 '전쟁'이었다. 진단 후 120여일이 지난 지금, 그는 믿기 어려운 변화를 이뤄냈다. 지난달 30일 7차 항암치료에 앞서 실시한 CT촬영 결과, 대부분의 암이 사라진 것. 폐에 0.7㎝ 크기의 암 등 극히 일부만 남아 있을 뿐 95% 이상의 암이 사라졌다. 5월 진단 당시 위·간·폐에 10여 개의 크고 작은 암 덩어리가 발견됐고, 그 중에는 지름이 5.5㎝나 되는 '큰놈'도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적이라 할 만하다.
무엇이 이를 가능하게 했을까. 그는 남들처럼 서울 대형병원을 찾지 않았다. 지역의 뛰어난 의료진과 의료시설을 신뢰했고 병원 처방이나 주의사항을 잘 따랐다. 항암치료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병행요법에 적극 임했다. 항암치료를 견딜 튼튼한 육체를 만드는 것에도 집중했다. 이를 위해 삼시세끼는 무조건 챙겨 먹었다.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건강한 육체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매주 두 차례 경북도청 뒤편 검무산(해발 331m)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도청 인근 '천년숲'에서 맨발걷기를 하는 등 매일 1만보 이상 걸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시했던 것은 멘탈이었다. 그는 '복기(復棋)'를 하지 않았다. 쓸데없이 과거에 얽매여 후회로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술 때문에 암에 걸렸다' '평소에 몸 관리를 했더라면' 같은 무의미한 후회는 암 극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또한 "모든 것은 운명이다. 죽고 사는 것은 하늘에 맡기고 오늘 하루,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부인의 내조에 고마워했다. 그는 "아내는 단 한 번도 힘든 내색을 보이지 않았다"며 "평소와 똑같이 나를 대했고, 그 덕분에 암환자라는 사실을 잊을 때가 많았다"고 했다. 이어 "아마 나보다 더 고통스럽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라며 미안해했다. 그는 지금까지 구토, 어지러움, 식욕부진 등 항암치료로 인한 후유증은 없다고 했다.
경주APEC도 암을 극복하는 데 긍정적 역할을 했다. 자신이 유치한 행사인 만큼, 경북과 경주의 미래를 바꿀 APEC을 성공적으로 개최해야 한다는 절박감은 암치료를 더 철저히 받는 동기가 됐다. 그는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경주빅딜'을 바란다. 이를 통해 DMZ에 호텔·골프장 등을 건설하고 '한반도 평화 관광지' 조성이 현실화하길 기대하고 있었다. 이 같은 구상은 앞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직접 설명한 바 있다. 그는 7차 항암치료 후 곧바로 경주로 달려가 APEC 준비상황을 점검하는 등 1박2일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빠른 건강회복 속도에 어떤 분들은 기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저를 위해 기도해 준 분들, 칠곡경북대병원 의료진의 헌신적인 치료, 그리고 병행요법으로 도와 준 분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칠곡경북대병원 김종광 병원장(혈액종양내과)은 "이철우 도지사의 경우 지난 5월 말 당시 암 사이즈가 치료 4개월 만에 95% 이상 줄어든 상태"라며 "지금처럼 열심히 치료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남일보와의 인터뷰 말미에 이철우 도지사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신의 시간이다. 신이 결정한 대로 간다. 다만 나는 1분, 1초를 아끼며 최선을 다할 뿐이다."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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