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의료원·파티마·영남대·가톨릭대…TK 암 치료 인프라 급성장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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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0-02 07:46  |  발행일 2025-10-02
최근 5년간 18만 명 서울 원정…지역 첨단 인프라 확충으로 변화 예고
양성자치료기·트루빔·로봇수술 센터까지…수준 높아진 TK 의료 현장
환자·가족 부담 줄이고 치료 기회 넓혀…“생활 무너지는 고통 줄였다”
민간·공공 동시 가동…지역 암 치료 격차 해소의 분기점
전문가 “지역 환자, 수도권 쏠림 줄이는 첫걸음 될 것”
계명대 동산의료원이 도입하기로 한 미국 프로톰(ProTom)사의 라디언스(Radiance) 330 양성자치료기. 정상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암세포만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차세대 암 치료 장비로, 2028년 설치를 완료하고 2029년 말 첫 환자 치료에 들어갈 예정이다.<동산의료원 제공>

계명대 동산의료원이 도입하기로 한 미국 프로톰(ProTom)사의 '라디언스(Radiance) 330' 양성자치료기. 정상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암세포만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차세대 암 치료 장비로, 2028년 설치를 완료하고 2029년 말 첫 환자 치료에 들어갈 예정이다.<동산의료원 제공>

대구에 사는 60대 유방암 환자 A씨는 지난해 초 진단 직후 서울의 대형병원을 택했다. 최신 장비와 치료법이 서울에 몰려 있다는 말에 망설임이 없었다. 그러나 매주 치료를 위해 새벽 기차에 올라야 했고, 진료 일정이 이틀 이상 이어지면 병원 인근 숙박업소에서 머물러야 했다. 환자 본인은 체력적으로 힘에 부쳤고, 동행한 가족은 돌봄과 비용 부담으로 지쳐갔다. A씨는 "병이 낫기 전에 생활이 먼저 무너지는 것 같았다"며 "지역에 믿고 치료받을 곳이 있었다면 애초에 서울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대구경북 암환자들이 더 이상 치료를 위해 서울로 향하지 않아도 되는 길이 열리고 있다. 그동안 국립암센터,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수도권 '빅5 병원'에 의존해온 지역 환자들에게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대구경북에서 서울로 원정 진료를 떠난 암환자는 18만여명에 달한다. 해마다 4만명 규모다. 치료비 외에도 교통·숙박·생활비 부담이 겹치면서 환자와 가족에게 이중·삼중의 고통이 따랐다. 의료계에서는 "지역에 첨단 치료 인프라가 확충되면 서울행 환자들의 발걸음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계명대 동산의료원은 국내 세 번째이자 비수도권 최초로 양성자치료기를 도입하기로 했다. 미국 프로톰(ProTom) 사의 '라디언스(Radiance) 330' 장비로, 2028년 설치를 완료하고 2029년 말 첫 환자 치료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양성자치료는 기존 방사선치료와 달리 정상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암세포만을 정밀 타격하는 차세대 기술이다. 특히 소아암, 두경부암, 척수암처럼 민감한 부위에서 생존율을 높이고 부작용을 줄이는 데 탁월하다. 지금까지는 서울 일부 병원에서만 받을 수 있었던 치료다.


조치흠 동산의료원장은 "지역 환자들이 더 이상 서울까지 가지 않아도 세계적 수준의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겠다"며 "수도권과 지방 간 의료 격차를 좁히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파티마병원은 아시아 최초로 최신 방사선 치료기 '트루빔(TrueBeam) 4.1'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방사선 조사 범위를 1㎜ 이하 단위까지 정밀 조정할 수 있어 고난도 종양 치료가 가능하다. CT 시뮬레이터 '소마톰 고오픈프로'까지 더해 치료 계획 수립의 정밀도도 크게 높였다.


영남대병원도 암치유센터를 중심으로 PET-MRI, 트루빔 STx 등 첨단 장비를 도입해 암 진단·치료를 통합 관리하고 있으며, 대구가톨릭대병원은 로봇수술센터를 통해 다빈치 Xi 기반 수백 건의 암 수술을 시행하며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변화가 "대구경북 암 치료 지형을 바꾸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설치·운영에는 수천억원대의 비용이 필요하고, 숙련 의료진 확보와 건강보험 적용 범위 확대 같은 제도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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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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