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기사로 못 쓴 TK 통합의 민낯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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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3-16 09:41  |  발행일 2026-03-16
말바꾼 의원 잊지못할 전화
소위서 드러난 냉소와 외면
정부도 사실상 정략적 대응
부실 법안이 부른 자충수
선거 계산에 묻힌 지역미래
서울취재팀 정재훈 팀장

올해 초 대구·경북(TK) 행정통합의 추진 과정에서 차마 기사로는 쓸 수 없었던 장면과 내용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1. 기사가 나간 뒤 항의 또는 의견에 대한 전화는 자주 있는 일이다. 사실 잘 기억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통합과 관련해선 잊을 수 없는 한 통의 전화가 있다. 시기는 올해 초였다. 지금 대구시장 후보인 한 현역의원은 기자에게 "왜 통합을 부추기는가"라고 따졌다. 최근 기사들에 불만이 많다면서 "정부·여당의 논리에 말려들면 안 된다"라는 그의 주장이었다. 또한 그는 "정부가 약속한 내용들을 분명 지킬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다 그는 대구시장 선거 레이스가 본격화되자 즉각 행정통합에 찬성한다며 '전도사'가 된 듯 보였다. 이상하게 유독 그 전화가 기억에 남는다.


#2.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대구경북 행정통합법은 논의가 쉽지 않았다. 그때 "이건 법제사법위원회나 본회의에 가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위가 비공개인 만큼 오랜만에 '뻗치기' 취재에 나선 상황. 그러다 만난 국민의힘의 한 법사위원도 기자에게 따졌다. 그는 "정부가 약속한 5조원이 어떻게 쓰이는 건줄 아느냐"며 대뜸 기자를 가르치려 들었다. 법안의 기술적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말투에는 처음부터 이 법안을 통과시킬 의지가 없다는 뉘앙스가 짙었다. 절차적 흠결을 이유로 삼았지만, 처음부터 국민의힘이 이 법에 우호적이지 않았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법사위 회의록만 봐도 그렇다.


#3.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정부 고위 관계자 역시 "대구경북은 먼저 하다더니 왜 이재명 정부에서 한다니 싫어하는가"라며 노골적 불쾌감을 드러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 말은 동시에 이렇게도 들렸다. '우리도 딱히 해줄 마음은 없다'는 것으로. 정부 여당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로 광역 단위 행정통합은 정권과 무관하게 추진돼야 할 지역균형발전의 핵심 과제다. 그것을 정치적 유불리의 언어로 먼저 꺼낸 것은 결국 정부 역시 이 문제를 지역 민생이 아닌 정략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가 됐다.


통합 무산에 정치권만 책임을 물을 순 없다. 대구시와 경북도 모두 책임이 있다. 가장 먼저 '법안 준비'가 허술했다. TK 통합법은 '최저임금 미적용' 논란 등으로 타 지역의 조롱부터 당하며 시작했다. 통합에 찬성한다는 인사들의 얼굴을 화끈거리게 만들었다. 전남·광주 법안과 비교했을 때 부실한 내용도 충격이었다. 3차례, 4년 이상 준비했단 법안이 그 수준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게다가 경북 북부는 왜 사실상 포기한 것인지 모르겠다. 현역 의원들이 통합에 대해 투표 한 결과 경북에서 5표의 반대가 나왔다. 지역 의원들과 정가 모두 "당연한 것"이라며 넘어갔고 결국 정부·여당에 빌미를 줬다. 유독 이번 통합법 처리 과정에선 북부의 반대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통합이 되면 경북 북부 배려에 대해 논의하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이야기는 그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통합에 불안감을 가진 이들에게 '나중에 이야기하자'는 말은 사실상 '당신들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개인적인 통합 무산 이유는 대부분 사람들이 TK 통합을 이번 지방선거에서 자신의 유불리와 결부시켰다는 점이다. 모 대구시장 후보의 경우 국회에서 농성에 들어가겠다고 했지만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을 위한 투쟁이 자칫 특정 후보의 정치적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 작동했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해석이다. 경북 내에서도 끝까지 협의가 잘 안된 것을 보면 지역의 미래보다 자신의 선거가 먼저였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TK 정치권의 민낯을 보았다. 가장 슬픈 건 1년 뒤 2년 뒤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 같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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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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