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10월10일 임시공휴일 지정에 반대하는 이유

  • 배수득 법무법인 선정 파트너 변호사
  • |
  • 입력 2025-09-21 16:24  |  발행일 2025-09-21


배수득 변호사

배수득 변호사

정치권을 중심으로 다음 달 10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10월 3일부터 12일까지 장장 10일짜리 '슈퍼홀리데이'를 만드는 화룡점정인 셈이다. 내수 진작이 목표라는데 과연 사실일까?


일단 10월 10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 10월 12일은 유급주휴일에서 제외된다. 근로기준법 제55조 및 동법 시행령 제30조에 따르면 유급휴일은 1주일의 근로일을 모두 채운 사람에게 부여한다고 규정돼 있다. 대부분 근로자가 평일에 근무하기에 이번 10월 10일이 임시공휴일이 되면 해당 주에 소정근로일이 없다. 1주일 내내 하루도 근로하지 않았으니, 주휴일도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꼴이니, 근로자에게 실질적 이득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내수 진작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사업장에 단체협약이나 사규로 1주 전부를 개근하지 않아도 주휴수당이 지급된다고 약정한 특수한 기업의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사업장에서는 고용노동부가 배포한 표준 근로계약서 이상의 특별한 약정이 있을 리 만무하다. 국가가 일방적으로 임시공휴일을 지정하면, 사업주 처지에서는 근로일이었던 날이 갑자기 유급휴일로 바뀐다. 그래서 임시공휴일 지정할 때는 사업주에게 급여 보전 등 혜택을 함께 고민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상시 근로자 수 5인 미만인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임시공휴일이 지정되더라도 사실상 쉴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현행 근로기준법 등에 따르면 상시 근로자 수 5인 미만 사업장은 임시공휴일 적용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근로자 사이의 불평등 문제가 발생한다. 전체 취업자 2천858만 명의 약 29%에 달하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들에게 임시공휴일 지정은 딴 세상 이야기이다.


4인 사업장과 5인 사업장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면 얼마나 클까? 둘 다 영세사업장일 뿐이다. 그런데도 5인 미만 사업장에 임시공휴일이 적용되지 않아 오는 상대적 박탈감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또한 불가피하게 임시공휴일에 근로자가 일하면, 5인 이상 사업장은 정해진 월급 모두 지급하고도 통상임금 1일 치에서 50% 가산된 150%를 휴일근로 수당으로 줘야 하는 영세사업주 부담도 만만치 않다.


누군가는 지금 법률을 바꾸면 된다고 쉽게 생각하고 말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우리나라 현실에서 대기업과 동네 가게 사장님에게 기대하는 바는 다르다. 사업장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사업장에 모든 노동법 규정이 동일하게 적용되려면 기업 규제 자체를 대폭 줄여야 하는데, 현실적이지 않다. 그래서 지금처럼 많은 규제 속에서는 사업장 상황에 따라 차등 적용하여 유연성을 확보하는 형태일 수밖에 없다. 함께 살고, 살아가야 하는 이 세상에는 열악한 상황의 근로자와 우리 동네 사장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배수득 (법무법인 선정 파트너 변호사·전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법률비서관실 행정관)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