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대구 군부대 이전과 희망고문

  •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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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1-17 07:30  |  발행일 2025-11-17
김진욱 논설위원

김진욱 논설위원

1990년대 중반 대구에 국가산업단지가 하나도 없을 때, 대구시와 지역경제계는 강하게 국가산업단지 지정을 요구했다. 대구에 국가산단만 들어서면 대기업 유치가 가능해져, 대구경제가 크게 발전할 것으로 기대했다. 2007년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됐을 때는 외국기업까지 유치할 수 있어, 지역 산업판도가 획기적으로 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대기업도, 규모 있는 외국기업도 오지 않았다. 당연히 대구도 꿈꿨던 모습으로 변하지 않았다.


오래전 일들을 떠올리는 이유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과 대구 군부대 이전 사업에 지역사회가 거는 기대가 그때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다른 점은 국가산단과 경제자유구역 지정은 정부의 권한인 반면 TK신공항 건설과 대구군부대 이전 사업은 막대한 민간자본이 투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민간자본 유치는 난항을 겪고 있다. 필자의 눈에는 이들 사업 자체가 희망고문으로 보인다.


최근 대구시의회 행정사무 때 희망고문이라는 말이 나왔다. '기부 대 양여(寄附 對 讓與)' 방식으로 추진 중인 대구군부대 이전사업이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추진해 온 TK신공항 건설 사업의 진행 상황과 대구를 바라보는 민간기업의 시선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그렇다. 기부 대 양여 방식은 민간사업자가 옮겨갈 곳에 군 부대를 먼저 지은 후, 현 부대 후적지를 개발해 얻는 이익으로 선투자한 자금과 수익까지 회수하는 방식이다. TK신공항을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추진해 왔지만 결과는 사실상 실패다. 지난해 대구시가 TK신공항 건설을 위한 사업자를 모집했으나 어느 기업도 응모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대구시가 방향을 튼 게 정부가 운용하는 공자기금을 빌려달라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구의 정치권 일각과 시민단체에서 정부사업으로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아직 없다.


대구 군부대 이전 사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수성구의 제2작전사령부, 북구의 50사단 등 대구의 5개 군부대 후적지 개발을 위한 사업자 모집 절차를 밟지 않았지만, 응모할 기업이 없을 것 같다. TK신공합 후적지 개발사업자 모집에 관심 갖는 기업이 없었던 때와 대구의 상황이 같기 때문이다. 침체된 대구의 부동산 경기, 가속화된 지방소멸 등이 어울어진 결과다.


군부대 후적지에 아파트가 아닌 국책사업을 유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의 대구 발전 전략은 2030년까지 5천500여억원을 투입해 AX(인공지능전환) 연구개발 허브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역적 거점은 수성구 알파시티 일원이다. 군부대 후적지에 또 다른 대형 국책사업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은 진짜로 희망고문이다.


지금 상태로는 K2 후적지 300만평, 대구 5개 군부대 후적지 200만평 등 500만평에 뭔가를 채워야 한다. 게다가 올해 7월에 예비타당성을 통과한 대구 제2국가산업단지 77만평도 있다. 군부대 후적지에 기업을 유치하고, 이에 따른 아파트를 건립하는 방식은 도심 팽창기 때는 가능하다. 지금은 대구도 도심에 있는 군부대가 빠져나가면 그만큼 인구가 줄어들 수도 있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내년 대구시장 선거 때 대구의 이 같은 빅 프로젝트에 대해 각 후보들이 제시하는 비전과 대책에 대구사회가 냉정하게 고민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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