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영기자 <경제팀>
"직원들도 언제 문 닫는지 모르겠어서 혼란스러워요. 내일부터 (홈플러스 측에서) 일하러 나오지 말라고 하면 이대로 모두 짤리는 거에요".
홈플러스 동촌점을 찾았던 기자에게 매장 직원이 한 푸념이다. 매장 내에 '지하 2층 식품관은 정상 영업합니다'를 안내하고 직원들도 바삐 물건을 채우는 등 근무하고 있지만, 이미 매장 바깥은 '고별전 행사' 안내와 함께 일부 입점업체는 빠지면서 어수선한 분위기는 두 달 째 이어지고 있다.
당초 홈플러스 동촌점은 지난 9월 25일부터 고별전 행사를 진행한 후 이달 17일부터 폐점하기로 했다. 하지만 김병주 MBK파트너스(이하 MBK) 회장이 철수가 예고된 15개 홈플러스 폐점을 유보하면서 홈플러스 동촌점의 폐점 역시 미지수가 돼버렸다.
이탓에 현장에서의 혼선도 상당하다. 고별 행사의 경우 폐점 보류가 결정되기 전 외부 업체와 계약한 사안이었던 데다가 업체의 영업 여부는 점주들이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홈플러스 측도 영업 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나마 홈플러스 인수전에 인공지능(AI) 기업 등 두 곳이 참여하면서 향후 매각 성사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됐다. 그러나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곳이 있어도, 자금 조달에 대한 현실 가능성이 관건이다. 인수 기업들은 오는 26일까지 투자확약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 부분이 불확실한 상황이라 지역 홈플러스 입점업체 점주들과 소비자들은 하염없이 홈플러스의 결정만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탓에 17일부터 홈플러스 동촌점은 지하2층 식품관만 운영되고 지하1층과 1층은 텅 빈 이른바 '반쪽 운영'을 하게 됐다.
홈플러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5년 대구 수성점을 시작으로 대구경북에 7~8개 매장을 운영 중인 K1식자재마트는 13일 오후 4시 만기가 도래한 어음을 갚지 못해 14일부터 금융거래 등 모든 계좌가 동결되면서 최종 부도처리됐다.
소식을 접한 납품업체는 미수금을 조금이라도 메꾸기 위해 자사 제품을 찾으러 와 아수라장이 됐고, 마트가 폐업한 뒤로는 소규모 자영업자들도 갑작스레 거래처가 사라져 황망해하고 있다.
대구 전체 대형 유통업체 34개 중 19곳이 마트로, 지역 대형 유통업체의 56%를 차지한다. 하지만 대구의 경우 올해에만 8월 홈플러스 내당점이 폐점한 데 이어, 만약 동촌점까지 폐점한다고 가정한다면 최근 5년 사이에만 6곳이 문을 닫게 된다. 지역 대형마트 3개 중 1개 꼴로 사라진 셈이다.
올 한 해에만 크고 작은 마트의 몰락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생활 반경이 흔들리고 있다. 이는 지역 경제 전반에도 적잖은 충격과 영향이 예상된다. 잇따른 폐점과 부도 사태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역 경제 악화로 인한 구조적 신호라는 점에서, 지자체와 업계 모두 근본적 해법을 찾는 데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이남영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