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일 논설실장
'검사시럽다'는 말이 한때 유행했다. 검사 특유의 권위주의, 고압적 자세, 선민의식 이런 것을 비꼰 말이다. 그 근저에는 검사는 '두려운 자들'이라는 인식도 평행한다. 언젠가 의사인 친구가 전하길, "동창인 검사에게 자문을 구하러 전화를 했는데, 왠지 내 목소리가 떨리더라"고 했다. 동창이라도 사법고시의 좁은 구멍을 뚫은 검사는 떨리는 존재였다.
초년 기자시절 사회부 소속으로 경찰과 검찰청, 법원을 출입했다. 경찰서 형사과를 들락거린 건 대충 7년 정도, 지방검찰청과 법원은 3년, 도합 10년이다. 형사들도 참 많이 만났고, 살인사건도 숱하게 접했다. 예전에 비하면 지금은 강력사건이 엄청 줄었다.
형사들은 늘 푸념을 했다. "영장이 기각됐던데 무리한 수사인가요"란 질문에 "검사한테 물어봐라. 우린 할 거 다 했다"며 검사 욕을 한다. 범죄현장의 궂은일을 도맡는 형사들은 검사의 수사지휘에 불만이다. 검사가 특정인을 봐주고 있다는 의심도 종종 배어있다. 물론 직접 겪어본 검사들은 다 그런 게 아니다. 법리를 앞세우고, 논리를 가미한다. 일선 형사들은 이른바 지능범죄에 취약해 보이지만, 검사는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다. 권위에 찌든 검사도 있지만 '사건을 떼느라' 일요일에 출근해 아내가 가져다준 점심을 먹는 것을 본 적도 있다. 검사도 생활인이다.
내가 검사와 형사에 대해 이렇게 주절주절 늘어놓는 것은 눈치챘겠지만 그 이름도 거룩한 '검찰 개혁' 때문이다. 오는 10월2일이면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문재인 정권의 검경수사권 조정에 이어 이재명 정권은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격하시켰다. 지난달 30일 민주당은 단독으로 검사의 보완수사권 규정(형사소송법 196조)마저 삭제했다. 검사는 이제 수사권이 없다. 법원으로 서류만 날라주면 그 임무는 대충 끝난다. 혹자는 '지게검사'라 했다. 대신 중대범죄수사청(행정안전부 관할)이 전국적으로 설치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일선 경찰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버티고 있다. 국민은 앞으로 무척 헷갈릴 것이다. 범죄의 유형, 범죄의 주체, 고소 고발의 질적 수위에 따라 수사와 기소, 재판단계가 미로처럼 갈리게 된다. 웬만한 율사(律士)도 잘 모르겠다고 한다.
검사는 언제부터인지 자칭 '민주진영'으로부터 눈에 가시, 박멸해야 할 존재가 됐다. 정치검찰이 검찰청 곳곳에 포진해 있고, 그래서 개혁돼야 할 대상으로 규정했다. 판사출신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민주헌정을 찬탈한 검찰'이라 했고,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는 '검찰 깡패들 진작에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해야 했다'고 말했다.
뿌리깊은 원한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공안검사를 향한 운동권의 감정 찌꺼기 때문일까? 전직 대통령 노무현을 수사한, 현직 대통령 이재명을 기소한 자들을 향한 분노일까? 그도 아니면 대통령 공소취소를 향한 모종의 빌드업인가?
현장은 지금 뒤죽박죽돼 보인다. 경찰은 수사권 접수를 환영하면서도 솔직히 능력이 부족하다고 인정한다. 복잡한 사건은 내부적으로 회피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사이 연간 100만건의 수사기록은 핑퐁처럼 왔다갔다 한다. 사건처리는 하염없이 적체된다. 사법체계, 수사체계는 어려운 분야다. 정답이 없을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견제와 균형이다. 그게 실종이면 명약관화 실패에 이른다. '법의 체'는 촘촘해야 하지만 동시에 난잡해서도 안 된다. 단순명료해야 한다. 작금의 '검사 박멸', 아무래도 잘못된 경로에 들어선 듯싶다.
박재일
30년 현장 경험을 자양분 삼아 사설과 칼럼을 집필합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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