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윤 칼럼] 진짜 정치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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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6-12 15:17  |  발행일 2026-06-12
이재윤 논설위원.

이재윤 논설위원.

헤드라인이 솔깃했다. '판세를 뒤흔든 3가지 장면'이라 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의 8개월치 추이를 추적한 것이었다. 출발점은 2025년 10월, 당시 정당지지율은 39(민주당) vs 36%(국민의힘). 박빙의 시작이었다. 첫 번째 변곡점은 3개월 뒤, 장동혁의 '떠밀린 계엄 사과'가 있었다. 지난 1월이다. 야당 승리론이 확연히 꺾였다. 두 번째 장면 주인공 역시 장동혁. 선거 두 달 앞두고 야당 대표가 현장이 아닌 미국을 열흘간 다녀왔다. 미 의사당 앞 '장동혁-김민수 브로맨스' 사진은 압권이었다. 비극적 결말을 암시했다. 곧 야당 지지율 최저치(28%)를 갈아 치웠다.


세 번째 장면의 결은 달랐다. 흐름을 바꿨다. 철근 누락과 스타벅스 논란. 5월 중순 터진 두 사건은 '여당 압승' 표심을 흔들며 전혀 새로운 변주(變奏)를 시작했다. 여당 승리론은 2%p 이상 하락, 야당 승리론은 3%p 이상 올랐다. 이 추세는 차츰 차츰 강해졌다. 보수 결집의 시간, 서울과 대구, 경남 역전(逆轉)의 순간이었다.


투표일 닷새 뒤(8일) 리얼미터의 정당지지율 조사는 선거 이전과 이후의 세상이 달라졌음을 알렸다. 정당지지율이 다시 붙었다.(41.8 vs 41.1%). 8개월 전 출발점, 그때와 흡사하다. 치열했던 긴 싸움의 끝이 처음 자리로의 회귀라니. 이 역설은 '포스트 6·3' 정국에 고스란히 투영된다. 야당은 기고만장이고 풀 죽은 여당 모습이 딱하다. 지지율 급상승으로 퇴장 일보직전이던 장동혁의 거취는 다시 오리무중이다. 원내사령탑도 구 친윤계 당권파 PK 출신 3선 의원이 거머쥐었다. 혼란스럽다. '11대 4대 1'을 여당 승리로 읽지 못하는 이유다. 양(量)에서는 이기고 질(質)에서는 진 기이한 싸움. 6·3 지선의 파라독스다. 대통령은 "도대체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라 했다. 윤상현이 맞다. "1년만 지나면 다 잊는다. 또 찍어준다"고 했던가. 1년은커녕 8개월도 안 됐다. 이 경이로운 회귀, 친절한 귀소본능이 놀랍다. 참 의리 있다. 최강욱은 스톡홀름 증후군에 빗대 '강도와 가까워진 인질' 운운하며 서울·영남권 유권자의 '의리'를 싸잡아 비하했다.


중요한 선거일수록 그 후를 중시해야 한다. 진짜 정치는 그때 시작이다. '포스트 6·3', 연장전(延長戰). 민심을 어떻게 읽고 선거를 여하히 평가하며 어떤 방향으로 다음 발걸음을 내디딜 것이냐를 경쟁하는 또 다른 전쟁이다. 권력구도 재편의 시작을 알리는 총성도 동시에 울렸다. 이 싸움은 내부 권력 투쟁과 차기 대선 질서에 사활적 성격을 띤다. 겉으로는 '새판짜기'일 것이며, 관전 포인트는 '혁신'이다. 먼저 변하는 쪽에 희망이 있다. '포스트 6·3'은 차기 권력 질서 줄다리기의 출발점이다.


한 보수 패널의 독백이 6·3 이후 여·야의 차이를 설명한다. "역시 이재명 대통령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선거 결과를) 있는 그대로 본다. 민주당은 충분히 승리 선언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언제부터 기득권이었냐.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라고 말한다. 사실상 이겼다고 선언하며 끝없이 자리에만 집착하는 지금 국민의힘 모습과 비교된다. 부럽다." 국민의힘은 엄연히 패자인데 패자의 태도가 없다. 견강부회하며 마치 이긴 정당처럼 행동한다. 이러다 쇄신의 첫발조차 내딛지 못하는 건 아닐까. 태도가 높이를 결정한다.(Attitude determines altitude) 자세 전환부터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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