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문 논설위원
지난 칼럼에서 OECD 주요 국가들이 국가 경쟁력의 근간을 대학 경쟁력으로 보고 매년 막대한 국가 재정을 대학에 쏟아붓고 있는 것을 살펴봤다. 반면 한국 대학들은 16년 넘는 등록금 동결과 정부의 외면 속에 절대적 재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OECD 교육지표 2025'(2022년 기준)에 따르면, 한국의 초·중등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평균 2만 2천500달러 선(초등 1만 9천749달러, 중등 2만 5천267달러)을 기록하며 OECD 회원국 중 세계 3위의 최상위권을 달린다. 반면, 한국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은 1만4천695 달러에 불과해 OECD 평균(2만1천444 달러)에도 한참 못 미치는 평균 이하이자, OECD 38개 회원국 중 30위로 최하위권이다. 고등교육 재정 세계 1위인 룩셈부르크(5만2천 달러 이상)를 비롯해 2위 미국(3만5천347 달러), 3위 영국(2만 9천688 달러), 4위 캐나다(2만2천335 달러), 5위 스웨덴·노르웨이(2만1천~2만5천 달러) 등 상위 1~5위 선진국들의 지출액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무상교육을 시행하는 독일(약 2만 달러)이나 우리처럼 사립대 비중이 높으면서도 정부 지원 확충으로 OECD 평균에 바짝 다가선 일본(약 2만1천 달러)과 비교해도 뒤처지는 수준이다.
정부는 올해 '고등교육 예산 15조 원 시대'에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15조 원대 예산 가운데 5조 원 이상은 학생들에게 지급되는 국가장학금 등 복지성 경비이고, 4조5천억 원은 국립대 교직원 인건비와 시설 유지비 등 건드릴 수 없는 경직성 예산이다.
결국 국가장학금과 인건비를 떼고 나면, '2024년 교육기본통계' 기준 일반대(189개)·전문대(131개)·대학원대학(45개) 등을 합친 전국 422개 고등교육기관 전체의 연구·교육 여건 개선에 쓰이는 실질 가용 예산은 4조~5조 원 남짓에 불과하다. 이 돈마저 대학혁신지원사업(약 1조 원)이나 BK21(약 5천억 원), 그리고 기존 5개 사업을 통합해 지자체로 이양한 연 2조 원 규모의 앵커사업(옛 RISE사업) 등 각종 국책 공모·선정 사업비로 잘게 쪼개어 배분된다. 대학 한 곳당 쥐는 돈은 평균 수십억 원 수준에 그치고, 그마저도 정해진 용도에만 맞춰 써야 하는 '꼬리표 붙은 사업비'다 보니 대학이 중장기 발전 계획을 세우거나 첨단 연구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미봉책이 아닌, 판을 바꾸는 특단의 대책이 절실한 이유다.
해법은 유·초·중등 재정 구조와의 불균형을 시정하든,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신설하든 대학이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법정 재원을 확보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국내 대학 재학생을 약 190만~220만 명으로 보면 한국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를 OECD 평균 수준으로 올리는 데만 연간 최소 8조~10조 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 나아가 미국·영국 등 고등교육 최상위권 수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연간 최대 15조~20조 원 규모의 법정 추가 재원이 확충되어야 비로소 글로벌 강국들과 대등한 연구·교육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이 문제는 고등교육계의 요구만으로 풀 수 없다. 정부와 국회는 재원 마련 방안을 내놓고, 대학은 구조개혁과 회계 투명성 강화로 책임을 보여야 한다. 국민에게도 왜 지금 고등교육 투자가 필요한지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이해관계자 모두의 양보와 책임을 전제로 한다.
박종문
청류(淸流)와 탁류(濁流) 사이, 시대정신을 고민합니다. Navigating between the clear and the turbid, reflecting on the Zeitgeist.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