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실트론 구미공장<영남일보DB>
경북 구미가 제2의 '산업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구미산단 생산액이 과거 전성기 수준을 회복한 가운데, 삼성전자·오뚜기라면·두산 등 대기업들이 신규 투자 및 사업확대 계획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른 구미시의 투자유치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민선 9기 출범 한 달도 안 돼 자화전자 5천억원, 월덱스 2천600억원, 오뚜기라면 2천억원 등 투자 유치액이 9천600억원에 달한다. 이들 기업이 제시한 신규 고용은 890명 이상이다.
구미시·상공회의소 등에 따르면 지난 7월에만 구미의 산업지형을 바꿀 세 가지 굵직한 발표가 이어졌다. 7월3일 삼성전자와 삼성SDS가 19조원 규모의 구미 투자계획을 내놓은 데 이어 13일에는 오뚜기라면이 수출전용공장 신설을 확정했다. 31일에는 두산이 구미 반도체특화단지의 핵심 앵커기업인 SK실트론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주식매매계약 공시에 따르면 두산은 SK가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70.61%를 2조3천억원에 인수한다.
앞서 1998년 OB맥주 구미공장이 생산을 멈추고 2005년 두산전자 구미공장이 폐쇄되면서 구미와 두산의 인연이 끊어지는 아픔을 겪은 바 있다. 구미 경제계는 21년만에 반도체로 다시 돌아오는 두산에 대해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 구미에 본사와 1·2·3공장, 3천600여명의 구성원을 둔 핵심 반도체 기업의 경영권이 두산으로 넘어감에 따라 향후 구미 경제에 미칠 영향은 작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두산이 2031년 SK실트론 매출 목표를 3조원으로 제시한 만큼 생산능력 확충, 고부가가치 웨이퍼 생산, 연구개발 투자 등이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두산전자BG의 반도체·전자소재, 두산테스나의 시스템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역량에 SK실트론의 실리콘웨이퍼가 더해지면 두산의 반도체 사업은 웨이퍼에서부터 기판 소재, 후공정 테스트까지 확대된다. 이 결합의 중심이 구미에 놓인다면 구미 반도체 특화단지의 외연도 한층 넓어진다.
구미의 제2 전성기를 기대하는 데는 구미산단의 기초체력 회복도 한몫한다. 한국산업단지공단 통계자료에 따르면 구미국가산업단지의 생산액은 전성기인 2014년 45조6천151억원까지 올랐다가 2019년 37조7천741억원까지 떨어졌으나 2025년 다시 45조4천988억원으로 회복했다. 올해 발표된 삼성과 오뚜기라면의 신규 투자가 아직 생산실적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구미산단의 생산 규모가 과거 전성기를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과거 구미의 제1 전성기가 전자와 휴대전화의 대량 생산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반면, 두 번째 맞을 전성기는 산업구조부터 다르다. △삼성의 휴머노이드 로봇과 제조 AX △삼성SDS의 AI 데이터센터 △SK실트론의 반도체 웨이퍼 △LG이노텍의 광학솔루션과 반도체 기판 △오뚜기라면의 K푸드 수출공장이 새로운 성장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삼성의 19조원 투자다. 삼성은 구미에 피지컬 AI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체계와 로봇 데이터 팩토리를 구축하고, 기존 스마트폰 사업장을 글로벌 제조 혁신 허브로 고도화한다. 삼성SDS는 제조 로봇과 자동화 산업을 뒷받침할 AI 데이터센터를 건립한다.
오뚜기라면의 투자는 구미 산업의 외연을 식품산업까지 넓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오뚜기라면은 구미2국가산업단지 옛 효성티앤에스 부지 8만2천500㎡에 2천억원을 투자해 연간 3억개를 생산할 수 있는 수출전용공장을 건설한다. 구미와 별다른 연고가 없는 대기업이 새로운 수출기지로 구미를 선택했다는 점이 주목할 대목이다.
제2 전성기의 시작이 곧 완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2025년 산단 생산액은 전성기 수준을 회복했지만 고용인원은 같은 기간 9만6천543명에서 7만5천591명으로 2만952명 감소했다. 생산 증가가 고용이나 지역 중소기업의 일감, 그리고 소비의 확대로 충분히 연결되지 못했다는 의미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로봇, 반도체, 방산, AI를 구미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 대한민국의 글로벌 산업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박용기
경북부에서 구미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용기 있게 묻고, 진실하게 기록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