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윤 논설위원.
'커피 한 잔의 자유' 문제를 뭘 그리 무겁게 생각하냐고 반문할 수 있다. '스타벅스 논란'은 기업 마케팅을 둘러싼 단순한 말싸움이 아니다. '스타벅스'가 정치적·이념적 상징으로 작동해 보수 잠재의식 속엔 집단 정체성, 가치체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졌다. 담론의 지배권을 둘러싼 투쟁, 총칼만 들지 않았을 뿐 일종의 문화전쟁이다. 이 헤게모니 투쟁은 여전히 진행형이고, 짧지 않은 미래까지 이어질 것이다. 이를 단순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 문제로 읽은 진보의 시각은 순진하다. 하필 스타벅스가 왜 이념 전쟁의 '트리거(trigger·격발 장치)'가 됐을까. 정용진 신세계 회장을 빼고는 설명이 안 된다.
스타벅스의 이미지는 3시간의 감수성 교육으로 회복되는 게 아니다. 신뢰를 회복할 당사자는 바로 정 회장 자신이다. 예서 끝이 아니다. '정용진'의 존재는 스타벅스 논란의 발원 그 이상의 정치적 함의를 지닌다. 이게 더 논쟁적 의제다. 그는 강한 보수적 발언을 반복했다. '멸공' 발언이 대표적이다. 오너의 정치적 발언이 민감 이슈와 결합할 경우 기업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훼손한다는 우려가 컸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곪아터진 게 '탱크데이'다. 그는 왜 멈추지 않았던 걸까.
주변을 보면 그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다. 아주 특별하다. K변호사, Y작가, P목사 등 논란의 중심에 선 극우성향 인사나 유튜버들이 숱하다. 이들 '우파 네트워크'를 굳이 감추려하지 않는다. 주목할 게 있다. '록브리지 네트워크'다. 록브리지는 MAGA와 연결된 글로벌 극우 네트워크이다. 미국의 밴스 부통령과 보수논객 크리스 버스커크가 설립했다. 버스커크는 MAGA의 미래를 쓰는 자다. '트럼프 제국의 설계자'라 불리는 이들은 전통적 보수층보다 더 공격적이다. 자유를 외치지만 전통적 자유주의 가치보다 종교적 가치나 국가적 정체성을 우선시한다. '모든 길은 록브리지로 통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트럼프 행정부 핵심 인사들이 대거 소속돼 있다. 세계 곳곳의 다음 권력을 설계하는 그림자 정부 노릇도 마다하지 않는다. 정 회장은 이 조직의 아시아 총괄 회장이다. 지인들에겐 빨간 'MEGA(Make E-mart Great Again) 모자'를 만들어 씌어준다.
록브릿지와 록브릿지코리아 구성원 사이엔 독특한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크리스찬이다. 근본주의 내지 극우 개신교 신자다. 정용진도 마찬가지다. 서울의 유명 교회 집사다. 결혼식 주례도 이 교회 설립자였던 H목사가 했다. 그에게 영향을 끼치는 상당수 인사가 크리스찬이다. 신앙적 열심일까, 이념적 열정일까. 논란이 된 정 회장의 발언들이 신앙의 문제인지 이념의 문제인지는 불분명하다. 이 둘이 뒤엉킨 것일 수도 있다. 가장 위험한 게 이념의 신앙화이고 신앙의 이념화이다. 전자는 공산주의고, 후자는 극우 시오니즘 같은 것이다. 미국과 한국 사회에서 나타나는 극우 시오니즘적 경향은 '민족·종교적 배타성' '음모론' '권위주의'라는 공통성을 지닌다. 이게 대한민국에도 무슨 유익이 있겠는가. 두 나라 극우 세력은 서로를 모델로 삼으며 친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그 한편에 정용진의 존재가 있다.
정 회장이 주도한 스타벅스 감수성 교육에 의구심을 갖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뢰의 첫 걸음은 정 회장이 록브릿지라는 이념적 전신갑주(全身甲胄)부터 벗어던지는 것이다. 지금은 열심을 멈추고, 내 열심의 목표가 어디를 향하는지 반문해 보는 건 어떨까.
이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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