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선의 심심한 이야기] 예술이 별건가!

  • 최호선 심심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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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2-25 06:00  |  발행일 2026-02-25
최호선 심심책방 대표

최호선 심심책방 대표

대학원에서 상, 장례에 관해 공부할 때 복원예술학이라는 과목이 있었다. 문화유산이나 미술품을 복원하는 과목과 혼동하기 쉬우나 내가 배운 복원예술학은 고인이 된 분들에게 해드리는 화장법이었다. 교수님은 메이크업 전문가였는데 이분도 시신에 화장을 해본 경험은 없는 눈치였다. 담당 교수님도 실무경험이 없을 만큼 우리나라에서 생소한 분야였다.


당시 용산에 있던 미군부대에 들어가서 강의를 듣기도 했었다. 종강할 때 미군이었던 교수님이 내게 선물이라면서 작은 종이 상자를 내밀었다. 그 상자에 들어 있던 것은 "아이 캡"이었다. 병환이나 노화로 인해서 눈두덩이 부분이 푹 꺼진 고인을 단장해 드릴 때 그 부분을 보완하는 도구다. 뺨을 통통하게 돋워주는 도구도 있고 훼손 되거나 손실된 신체 일부를 복구하기 위한 도구도 다양하게 있다.


기본적인 윤곽을 잡아 준 뒤에 피부 결을 정돈하고, 창백한 피부에 생기를 넣어주는 작업을 한다. 눈썹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입술에도 윤기가 살짝 돌도록 해준다.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전신 또는 일부를 보게 되는 서양에서는 속눈썹을 붙이거나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하기도 한다. 시신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체온과 다르기 때문에 전용 화장품을 사용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품 브랜드에서 시신 전용 화장품 세트를 판매하기도 한다. 가까운 가족 외에는 고인을 직접 보면서 문상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최소한의 화장만 해드리는 경우가 많다.


장례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때가 있다. 사랑하는 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고인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마무리해준 분들께 고마움을 느끼고 위로를 받았다는 분들이 많았다. 간혹 지나치게 진한 화장으로 낯설고 무서웠다는 분들도 계셨다. 아름다움과 무서움의 차이에 대해 생각을 해봤다. 어원을 찾아보니 아름다움이란 "나답다"라는 뜻이 들어있다. 생전의 고인에 가깝게 보이면 아름답다고 느끼고 다르면 낯설다. 무섭다고 느끼는 것은 아닐까!


겉모습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제법 멋지게 들리기도 한다. 돌아가신 분들을 많이 본 내 생각은 다르다. 겉모습은 정말 중요하고 마지막 모습이 아름다우면 슬픔 속에서도 작은 위로를 받을 수 있다. 미소를 짓던 얼굴, 안아주던 팔, 힘차게 달리던 다리, 맛난 음식을 만들어 주던 손, 이 모든 것이 어떻게 중요하지 않을까! 마음은 보이지 않으니 몸과 행동으로 사랑은 표현된다.


생전의 모습에 가깝게 단장한 상태로 사랑하는 이들과 이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 시신에 화장을 해드리는 그 일에 복원예술학이라는 거창한 명칭은 제법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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