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다 뛰는데 더?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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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24 07:03  |  수정 2024-04-24 07:04  |  발행일 2024-04-24 제26면
소비자물가 줄줄이 인상
농축수산물 오름세 견인
총선 후에도 가격 오름세
물가는 모든 민생의 기본
정부와 여야, 해결책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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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편집국 부국장

내 봉급이 이렇게 적은 줄 몰랐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생필품 물가에 둔하다. 집보다는 직장에서 외식을 많이 해서 식품 가격이 웬만큼 올라선 이를 잘 체감하지 못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사과 한 봉지, 호박 하나 사는데도 손이 떨리고 장바구니에 넣기가 멈칫거려진다. 놀란 가슴에 다른 과일, 채소를 둘러봐도 쉽게 손이 가질 않는다. 과일, 채소 몇 개 샀는데 몇만 원이 술술 나간다. 장 보러 가는 발걸음이 이렇게 무거운 적이 있나 싶다.

금값인 과일을 막상 먹으면 억울함까지 더해진다.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는데 맛은 예년만 못하다. 잦은 비와 흐린 날씨에 일조량이 줄어 과일 당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매일 먹던 과일을 딱 끊을 수도 없고. 집에 과일 좋아하는 이가 있다 보니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가격이 덜 오른 과일 위주로 산다. 가격을 꼼꼼히 살피는 것은 필수다. 먹고 싶은 과일 사는 내 권리는 사라졌다.

그럴 만도 하다. 통계청의 '3월 소비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3.1%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2.8%로 주춤하더니 2월에 3.1%로 올라선 뒤 2개월째 3%대다. 농축수산물이 전체 물가 오름세를 이끌었다. 특히 사과, 참외 등 과일값이 급등했다. 과일값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플루트 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오죽하면 과일값이 너무 올라 냉동 과일이나 수입 과일을 사 먹는 가정이 늘었다고 할까. 마트에선 냉동·수입 과일이 날개 돋친 듯 팔린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3월 파인애플과 망고 수입량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파인애플은 44%, 망고는 114%나 수입량이 급증했다. 빡빡해진 살림살이에 이런 알뜰구매 방법으로나마 구매 부담 완화에 나선 주부들의 이야기가 눈물겹다. 정부는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 목표치를 2.6%로 잡았다. 이 추세라면 목표 달성은 힘들어 보인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치킨부터 버거, 김, 과자까지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공공요금마저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게 끝이 아니다.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분석이다. 국민의 마음은 더 무거워진다. 우선 국제유가가 심상치 않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야기된 중동발(發) 전쟁 리스크가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들썩인다. 국제유가는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고물가에 신음 중인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중동산 오일' 의존도가 높아 더 걱정이다. 유가가 오르면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진다. 물가가 뛰면 소비자 지갑은 얇아질 수밖에 없다.

선거 전부터 먹거리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던 정부로서는 중동발 리스크가 대형 악재다. 모처럼 수출 호조세에 힘입어 기지개를 켜려던 국내 경기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 산업 전반이 장기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최근 치러진 선거에서 대통령의 '대파 875원' 논란에서 보듯, 물가는 민생의 기본이다. 코로나 사태 후 한국 경제를 무겁게 짓눌러온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 프레임'에서 벗어나려면 물가부터 잡아야 한다.

대통령이 총선 후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민생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 모두 몇 배로 더 각고의 노력하자"며 물가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 것도 이런 이유다. 물가 안정을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여·야도 일촉즉발의 위기를 직시하고 합심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더 지체할 시간이 없다.
김수영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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