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한동훈 전 대표를 결국 제명했다. 장동혁 대표가 당무에 복귀한 지 하루 만이다. 최고 수위의 초강력 조치이자 속전속결이다. 화합과 통합의 쓴소리가 적지 않았으나 쇠귀에 경읽기였다. 당 내홍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6·3지방선거가 코앞인 게 무엇보다 우려스럽다. 국민의힘으로선 여느 선거와 사뭇 다르다. 세간엔 '당명을 건 최후의 일전(一戰)'이라 부른다. 그렇지 않아도 역부족인데 적전분열은 자취멸망(自取滅亡)의 지름길이다. 대전환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반발이 예사롭지 않다. 친한계 의원 16명이 당장 '장동혁 대표 체제 지도부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최고 수위 반발이다. 김형동(안동·예천), 우재준 의원(대구 북구갑) 등 2명의 TK 출신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회견에는 "한(韓) 제명은 해당 행위" "개인 정치적 이익에 당 미래 희생" "지선 승리 불가능"이란 격한 표현들이 동원됐다. 한 전 대표도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다려 달라. 반드시 올라올 것"이라 했지만, 그게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당규상 5년간 복당할 수 없다. 국민의힘 간판으로 6·3 지방선거와 보선, 2028년 총선, 2030년 대선에 입후보할 수도 없다. 그가 "국민 여러분, 우리가 이 당과 보수의 주인이다. 절대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국민'에게 호소한 것도 '당의 조력'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저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를 관람한 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했지만, 그에게 지금은 새벽이 오기 전 가장 어두운 시간이다.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 역시 녹록지 않아 보인다. 시련이 성장을 만든다. 그의 정치는 실로 이제부터다.
한 전 대표를 제명했다고 이제 당이 일사불란하게 될까. 이 상황을 장 대표의 승리로 이해하면 착각이다. 양측 모두의 패배이며 당의 패배다. 장 대표의 협량(狹量)과 한 전 대표의 정치적 미숙(未熟)이 결합해 만든 불행이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뺄셈 정치를 강행하는 건 모두가 패배하는 길"이라 안타까워했다. 장 대표, 한 전 대표는 물론 당의 품이 좀 더 넓고 커져야 한다. 집단자살을 부르는 레밍의 일사불란보다 조금은 불편하지만 협력과 조화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기러기떼의 안행(雁行)이 당에 요구되는 지혜로운 행보이다.
마냥 기다릴 수 없다. 당은 곧 선거체제에 돌입한다. 그 전에 화합과 갈등 봉합 그리고 당 혁신의 메시지가 나와야 한다. 이건 전적으로 장 대표의 몫이다.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갔을 때가 반등할 적기다. 지금이 그때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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