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소싸움

  •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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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26 06:51  |  수정 2024-04-26 06:51  |  발행일 2024-04-26 제27면

'과묵한 소도 성질부릴 때가 있다'라는 말이 있다. 행동이 느리고 온순해 보여도 화가 나면 무서워진다는 뜻이다. 이중섭의 그림 '싸우는 소'(1954년 작)는 있는 힘을 다해 맞서 싸우는 두 소의 격앙된 표정이 잘 표현돼 있다. 조선 태조실록에도 '태조가 함주(咸州)에 있을 때 큰 소가 서로 싸우는데, 여러 사람들이 이를 말렸으나 되지 않으므로 혹은 옷을 벗고 혹은 불을 태워서 소에게 던졌으나 그래도 저지되지 않았다'라고 전해진다.

소싸움은 황소 두 마리가 맞붙어 양보 없는 승부를 겨루는 시합이다.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법적으로 허용된 동물 격투기다. 우리나라에선 삼국시대 때 전쟁에서 이긴 뒤 마련된 축제에서 처음 등장했다는 설 등 다양한 주장이 있다. 일제강점기 때 명맥이 끊겼다가 1970년대 부활했다. 전용 경기장이 있는 경북 청도의 소싸움이 유명하다. 예로부터 청도에선 '정월 씨름, 팔월 소싸움'이라는 말이 널리 회자됐다. 최근 청도 소싸움 경기에 100차례 출전 기록을 달성한 싸움소가 나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문화재청은 최근 소싸움이 무형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는지 파악하기 위한 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민속놀이로 소싸움이 갖는 의미와 역사를 짚어보는 것은 물론 소싸움을 둘러싼 동물 학대 논란 등도 살펴본다. 앞서 소싸움은 국가무형문화재 신규 종목 지정을 위한 조사 대상에 포함됐으나 반대 여론에 부딪혀 보류됐다. 주관적 견해이지만 대한민국 소싸움은 적어도 스페인 투우처럼 잔인하지는 않다. 소를 일부러 죽이는 일은 없다는 얘기다. 역사성도 충분한 만큼 국가무형문화재가 될 자격이 있다고 여겨진다. 이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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