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고통과 권태 사이의 진자운동

  • 장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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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26 06:54  |  수정 2024-04-26 17:04  |  발행일 2024-04-26 제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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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장윤아기자 baneulha@yeongnam.com
본인은 염세주의자를 싫어한다.

'대안 없는 현실주의자는 염세주의자와 다르지 않다'를 좌우명으로 삼을 정도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배울 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철학가 쇼펜하우어는 '삶은 고통과 권태 사이의 진자운동'이라고 그의 저서인 인생론에서 말한 바 있다. 짧은 인생의 기억을 돌아보면 힘들었던 순간이 지나고 소소한 혹은 큰 '성취'를 두 손에 쥐었을 때, 핑 돌던 순도 100%의 흥분은 빠르게 희석됐다. 그다음부터는 허무와 권태의 시간이다.

쇼펜하우어는 또한 '이렇게 무상하게 재빨리 지나가 버리는 삶 속에는 고정된 것이 하나도 없다. 무한한 고통도 영원한 즐거움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통도 언젠가 끝나고 즐거움도 언젠가 끝이 난다. 무엇이든 보는 대로 인식되기 마련이다. 고통과 즐거움 사이의 공백을 권태가 아니라 '평화'로 받아들이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통계청 지표누리가 발표한 '국민 삶의 만족도' 그래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삶에 대한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4점으로 2022년 6.5점에 비해 0.1점 감소하였다. 2013년부터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나, 국제비교 결과를 보면 2019~2021년 한국은 5.94점으로 OECD 평균(6.71점)보다 0.77점 낮다.

완벽하고 행복해 보이는 사람도 이 허무와 권태의 늪에 빠지면 한없이 가라앉는다. 하지만 이 공백을 평화로 받아들이며 그 과정을 즐긴다면 순간은 행복이 된다. 이 과정까지 사고가 번지지 못하던 시절에는 '나는 왜 항상 힘들지 않으면 지겨운 순간만 있는 걸까. 왜 중간은 늘 이다지도 짧은 걸까'라며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또 새로운 고통의 영역의 발견이었다. 아마 나는 그동안 너무 고되지도 지겹지도 않은 삶의 어느 지점을 찾아 헤매며 적지 않은 시간을 흘려보낸지도 모르겠다.

결국 평화와 평온은 사고의 전환이자 관점의 변화에서 오는 것이었음을 모르는 채로. '결과보다는 과정에 중심을 두자.' 이제는 진부한 명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명언을 바탕으로 과정을 즐기는 법을 훈련해야 한다. 나는 나에게서 무던함과 인내심을 엿보고 싶다. 인생이라는 여행에서 고통의 숲을 지나는 무던함과 견고함, 권태의 늪을 건너는 인내심과 용기 말이다. 이런 결심 이후에도 미래의 어느 날에는 고통스럽거나 권태로운 마음들이 나를 괴롭힐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이제껏 버텨온 과거의 나와 더 성장해 있을 미래의 나를 믿으며 맞서면 된다.

나와 우리에겐 분명히 고통과 권태, 고통과 즐거움 그 사이 어딘가에 온전히 뿌리를 내릴 힘이 있기에. 진자에서 진자로. 진동이 전해지는 동안의 시간을, 권태이자 평화를 온전히 음미하도록 하자.

장윤아기자 baneulh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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