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는 나무인가 풀인가? 교과서적으로 나무는 형성층이 있어 해마다 비대생장을 하는 식물이다. 이 형성층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나무와 풀을 구분할 수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대나무는 풀이다. 그러나 이름에 나타나듯 대나무는 나무 취급을 한다. 벼과의 상록교목으로 본다. 4~5월에 순이 돋아나는데, 두 달도 안 돼 성장을 마친다. 왕대의 경우 하루 120㎝까지 자란다. 손가락 굵기에 키도 나지막한 조릿대나, 장정의 허벅지 보다 굵은데다 수고 20m에 이르는 맹종죽이나, 이 짧은 기간에 한 번 크면 끝이다.
음식재료로 널리 쓰이는 죽순은 맹종죽의 순이다. 왕대의 순도 먹기는 하나 약간 쓰고 맹종죽의 순보다 맛이 떨어진다. 맹종죽에는 효자와 노모의 전설이 얽혀 있다. '맹종이라는 효자가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는데, 어머니가 큰 병에 걸려 백약이 무효였다. 노모는 죽기 전에 죽순을 한 번 먹어보고 싶다고 했다. 맹종은 한겨울에 있을 턱이 없는 죽순을 찾아 대나무숲을 헤메고 다니다 낙엽 속에 숨어 있는 죽순을 발견했다. 효심에 감동한 하늘이 내리신 것이다. 죽순을 먹은 노모가 기운을 차렸다.' 이후 순을 먹는 대나무를 맹종죽이라 불렀다.
APEC이 열리고 있는 경주에서 대나무로 만든 갓, 흑립이 전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27일 경주 천군복합문화공간에서 개막한 한국공예전 '미래유산' 2층 전시실에 국가무형유산 갓일 보유자인 박창영(82)과 5대째 전승자인 박형박(50) 작가의 갓 10점이 전시돼 있다. 흑립(黑笠)은 원래 말총으로 엮어 옻칠을 한 검은 갓인데, 여기에 전시된 흑립은 대나무를 실처럼 가늘게 갈라 만든 죽사(竹絲)로 엮은 갓이다.
이하수 기자·나무의사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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