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권 광역철도 대경선 열차가 정차역을 통과하는 모습. 영남일보DB
14일 대구권 광역철도 '대경선'(구미~대구~경산)이 개통 1년을 맞았다. 누적 이용객 512만명(12월14일 기준 하루 평균 1만3천900명)을 돌파하며, 대구권 교통의 핵심축으로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경부선 여유 용량과 역사를 활용해 단기간에 대구권 교통을 하나로 묶는 성과를 거둔 셈이다. 특히 광역철도 신설 대비 약 2조2천300억원의 예산절감 효과를 거둔 '저비용·고효율' 모델로 주목받는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다. 해결해야 할 과제는 결코 녹록지 않다. 만성 혼잡(1편성 2량)으로 '입석 광역철도'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정시성 결여, 역세권 개발 불균형 등 구조적 문제가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 현재 월 40만~47만명에 이르는 이용자를 장기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는지도 강한 의문이 든다. 내년 2월 북삼역 개통과 2029년 원대역 신설을 앞둔 만큼, 대경선이 '확장기'로 넘어가는 중요한 시점에 놓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2월 개통한 대경선 구미행 열차가 승객들로 붐비고 있다. 영남일보DB
◆'입석 광역철도' 오명과 증편 난제
대경선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만성 혼잡' 문제다. 14일 기준 대경선 누적 이용객은 약 512만명. 지난 10월 말 기준 447만7천여명을 기록한 이후 한 달 반만에 수십만명이 늘었다. 올 1월 1만2천명 수준이던 하루 평균 이용객 수도 5월엔 1만5천명 수준까지 늘어났다. 12월14일 기준으론 1만3천907명을 기록 중이다. 역별로 보면 당초 예상대로 동대구(2천887명)·대구(2천771명)·구미(2천464명) 등 대도심과 산업단지를 잇는 거점 역의 이용량이 특히 높았다.
하지만 대경선은 개통 직후부터 '지옥철'을 방불케할 정도로 혼잡도가 심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용객 수 증가에도 평일 98회, 2량 편성, 정원 296명(좌석 78, 입석 218) 체계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대경선이 가장 혼잡했던 시점은 아이러니하게도 막 개통이 된 지난해 12월25일이다. 하루 이용객 2만1천401명을 기록해 사실상 2량 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상한선을 넘어섰다. 상황이 이렇자 출근시간대 구미·사곡·왜관 방면 열차는 입석률이 절대적이다. 차량 내 밀집도가 도시철도를 웃도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차량 증편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코레일은 기본계획상 대경선 하루 예상 수요(4만6천982명) 대비 혼잡률 150% 도달 시, 즉 7만명 이상 이용해야 증편 검토가 가능하다는 기조를 유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비용 운영 모델을 유지하는 대신 구조적 불편을 감내하는 상태가 계속 이어지는 양상이다.
정시성 문제 해결도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제다. 대경선은 경부선 기존 선로를 여객열차와 공유해 운행한다. 사고나 장애 발생 시 열차 지연이 즉각적으로 나타날 수 있어 정시 의존도가 높은 통근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14일 개통한 대구권 광역철도 대경선의 역별 일평균 이용객 현황. <대구시 제공>
◆이용객 증가와 지역 상생 효과
대경선은 개통과 동시에 대구경북 생활권을 연결하는 이동수단으로 각광받았다. 실제 경제효과도 나타났다. 종착지(구미역)인 구미지역 소비는 258억원(6.6%) 증가했다. 특히 외지인 소비 증가율(6.34%)이 시민 역외소비 증가율(2.23%)의 3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소비 유출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외부소비를 흡수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실제 입증했다.
대구 도심상권 역시 대경선 효과를 보고 있다. 대구역은 구미·경산 등지에서 쇼핑과 문화생활을 위해 유입되는 승객이 가장 많이 내린다. 이에 대구역과 연계된 롯데백화점 대구점의 경우 구미·경산 고객이 각각 48%, 43%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용 증가=지역 혜택'이란 공식이 성립되지 않은 곳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서대구역이다. 서대구역은 하루 평균 이용객이 867명으로, 동대구·대구역의 3분의 1수준에 머무른다. 도시철도와의 직접 환승이 불가능하고, 기대했던 역세권 개발사업이 더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역세권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며 상권 유입이 서서히 이뤄지는 사곡·경산 등과 비교하면, 서대구역 일대는 '광역철도 수혜'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민원 중 하나인 '서대구역과 다른 역사 간 정차역 부족' 문제도 시급히 해결할 사안이다. 서대구~왜관 23㎞ 구간은 대경선 최장 무정차 구간이다. 약목·신동·사월 등 다수 지역에서 정차 요구가 제기되고 있지만, 코레일은 경제성 부족을 근거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기존선 활용이 비용 절감을 가져왔지만, 동시에 '정차 여력 부족'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경일대 우용한 교수(철도운전시스템학부)는 "정차역 신설은 주민 요구보다 수요가 기준이어야 한다. 동시에 역세권 주변 개발효과도 고려 대상이다. 이런 측면에서 서대구역 활성화 부진은 수요예측 대비 역세권 개발이 따라오지 못한 것이 큰 요인이라고 풀이된다. 지자체가 서대구 사례를 극복할 방안을 고심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구권 광역철도 대경선 예상 노선도. 영남일보DB
◆2단계 사업 추진 전망과 과제
대경선은 내년 2월 북삼역 개통, 2029년 원대역 신설이 예정돼 있다. 이는 칠곡과 대구 북부권의 잠재된 이용 수요를 본격적으로 끌어올릴 기회다. 북삼역 개통 시 북삼·왜관·구미 사이 단절된 생활권 흐름도 하나의 축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구미~김천 2단계 사업이 골칫거리다. 사전타당성조사에서 비용 대비 편익(B/C) 비율이 예타 신청 기준(0.7)보다 낮게 측정돼 경제성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여겨진다. 향후 추진 방향이 불투명한 상황에 대경선이 경산~대구~구미 수준의 반쪽 통합 생활축에 그칠지, 경산~대구~구미~김천 광역권으로 확장될지는 2단계 추진 여부에 달려 있다.
우용한 교수는 "대경선 2단계의 경제성이 낮게 나온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사업 추진 동력이 약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업은 이미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들어 있다. 향후 예비타당성조사까지는 반드시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현재 관심 사안은 오히려 동대구에서 분기해 청도쪽으로 연결하는 안 또는 경산에서 청도까지 연장하는 안이다. 경북도에서 현재 정부가 수립 중인 5차 국가철도계획에 이를 반영하려 애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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