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대구시장 선거와 TK신공항

  •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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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2-15 07:49  |  발행일 2025-12-15
김진욱 논설위원

김진욱 논설위원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구시가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을 위한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 지원이 한 푼도 반영되지 않은 채 통과됐을 때, 대구 국회의원들의 반응은 의외였다. 주호영 국회부의장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은 침묵했다. 주 부의장만 자신의 SNS를 통해 '대구 군공항 예산 0원, 대통령의 약속은 부도 수표인가'라는 제목하에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지원을 약속해놓고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공자기금이 단돈 1원도 지원되지 않는다는 것은 2030년 신공항 개항 목표가 물 건너갔을 뿐 아니라 사업 자체가 더 힘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대구 국회의원들이 조용한 것은 공자기금으로 신공항을 건립하는 것에 내심 반대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했다. 대규모 공자기금을 빌리는 것은 대구시의 재정부담만 키운다는 우려도 있었다. 실제로 대구시장 출마설이 나도는 인사는 내년도 예산안에 공자기금이 빠진 직후, 자신의 SNS에 '공자기금으로 신공항을 짓는다면 대구시는 영원히 빚더미에 빠진다'는 요지의 글을 올렸다가 며칠후 삭제했다.


공자기금으로 TK신공항을 건립하겠다는 것은 현 대구시의 공식 입장이다. 당초 추진했던 기부 대 양여 방식(민간기업이 먼저 자기 자본으로 이전할 곳에 군사공항을 짓고 난 뒤, 군사공항 후적지를 개발해 얻은 수익으로 선투자한 비용과 이익을 회수하는 방식)으로는 안 되다 보니 제시한 대안이다. 기부 대 양여 방식 이전에는 민간공항은 그대로 두고, 군사공항만 다른 곳으로 옮기라는 요구가 있었다. 하지만 기피시설인 군사공항만 받을 지역이 없으니, 민간공항과 함께 옮기기로 하고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추진된 것이다.


최근 들어 주호영 부의장은 정부 재정사업으로 하라고 주장한다. 공자기금 방식과는 다르다. 주 부의장은 차기 대구시장 출마 예상자 중 한 사람이다. 대구시장 선거에 나설 경우, 그의 주장은 공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


3선 도전 의사를 분명히 밝힌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경북도도 통합신공항 건설에 공동사업자로 참여해 대구시의 재정부담을 덜어주겠다'고 제안한 것도 신공항 사업방식의 변수가 되고 있다. 이 지사의 제안은 '정부 지원 외에 대구시, 경북도가 각자 지방채를 발행해 마련한 자금을 싼 이자로 LH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신공항을 짓자'는 것이다. 대구시에 공자기금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확고하다는 것을 경북도가 확인한 후 제안한 것이다. 이 지사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대구시장 예비후보가 있다면 선거때 이슈가 될 것이다. 이미 어느 대구시장 출마 예상자가 이 지사의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는 이런 정황들 때문에 대구시장 선거를 거치면서 공자기금 방식은 존폐의 기로에 설 것으로 본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대구사회의 진지한 공론화다. 단기적 선거전략이 아니라 지속가능하고 현실적인 재원 확보 방안인지, 후보 토론회를 통해 유권자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새로운 방식으로 추진된다면 다른 지역의 불편한 시선도 극복해야 한다. 군사공항만 이전에서 시작해 기부 대 양여, 공자기금, 재정사업 그리고 또다른 방식에 대한 정부 지원을 요구한다면 대구를 비아냥거리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그걸 감내해야 한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은 지역의 미래발전을 위해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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