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리는 대구 유원지 1]“낙동강 위의 시간, 다시 흐르다…대구 화원유원지의 귀환”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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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1-09 17:12  |  발행일 2025-11-09
세월이 남긴 흔적, 다시 피어난 생명
상화대에서 바라본 천년의 풍경
피서지에서 문화지로, 진화하는 유원지
지난 6일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지점에 자리한 대구 달성군 화원유원지 전경. 강을 따라 이어진 데크길과 사문진주막촌, 상화대, 수목이 어우러진 숲이 한눈에 들어온다. 1970~80년대 대구 시민의 대표적 피서지였던 이곳은 현재 생태·문화공간으로 재정비되며 낙동강권 관광벨트의 중심 거점으로 거듭나고 있다.이윤호 기자 yoonhohi@yeongnam.com

지난 6일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지점에 자리한 대구 달성군 화원유원지 전경. 강을 따라 이어진 데크길과 사문진주막촌, 상화대, 수목이 어우러진 숲이 한눈에 들어온다. 1970~80년대 대구 시민의 대표적 피서지였던 이곳은 현재 생태·문화공간으로 재정비되며 '낙동강권 관광벨트'의 중심 거점으로 거듭나고 있다.이윤호 기자 yoonhohi@yeongnam.com

유원지는 강과 숲,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는 곳이다. 한때 동네 어르신들의 무료함을 달래주는 공간, 일부 불륜남녀의 비밀스런 만남 장소 정도로 인식돼왔다. 학생과 유아들의 소풍 장소 '0순위'로도 많이 거론됐다. 대구의 유원지들도 그 인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유원지들이 조금씩 변모하고 있다. 가족 단위, 젊은이,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다. 맛집 등 다양한 먹거리와 즐길거리도 풍성해졌다. 주변 분위기가 몰라보게 밝아졌다. 이용객 스펙트럼이 확실히 넓어졌다. 영남일보는 대구의 5대 유원지를 둘러보며 옛 추억과 함께 시민들이 갈구하는 자연 친화 및 공동체적 삶의 가능성을 타진해 본다.


지난 5일 취재진이 낙동강 인근으로 향했다. 도심에서 차로 20분 남짓. 도착한 곳엔 낙동강 위로 안개가 자욱하게 깔렸다. 간간히 부는 바람이 갈대숲의 정적을 흔들었다. 그 언덕 위에 달성군 화원읍 사문진로1길(성산리)의 오래된 이름 하나가 눈에 띄었다. 화원유원지다.


한때 대구 시민의 여름을 오롯이 품었던 곳이다. 강에서 내뿜는 특유의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젖은 흙 냄새가 발끝에 배이는 것 같았다.


지난 6일 화원유원지 내부의 메타세쿼이아 산책길을 걷는 시민들. 짙은 녹음이 머리 위로 터널처럼 드리워지고, 햇살은 가지 사이로 부드럽게 스며든다. 한때 피서지로 이름났던 이곳은 지금도 시민들의 산책과 휴식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이윤호 기자 yoonhohi@yeongnam.com

지난 6일 화원유원지 내부의 메타세쿼이아 산책길을 걷는 시민들. 짙은 녹음이 머리 위로 터널처럼 드리워지고, 햇살은 가지 사이로 부드럽게 스며든다. 한때 피서지로 이름났던 이곳은 지금도 시민들의 산책과 휴식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이윤호 기자 yoonhohi@yeongnam.com

수 백년된 느티나무와 버드나무 사이로 햇살이 쏟아지고, 강 건너 달성습지에선 철새의 울음이 메아리쳤다. 억새가 언덕을 뒤덮고, 발끝에서 전해오는 낙엽밟은 소리가 가을임을 실감케 했다.


화원 유원지 유래는 1928년으로 거슬러 간다. 일제강점기때 대구부가 낙동강 절벽 위에 조성한 유원지가 그 시작이다. 일제 말기까진 제법 성황을 이뤘다. 광복 이후 관리가 허술해지면서 긴 세월 방치됐다. 1970년대 초, 지역 기업 금복주가 낙동강을 내려다보는 언덕을 매입해 복원에 나섰다. 6년 공사 끝에 1978년 '화원동산'이라는 이름으로 새로 문을 열었다. 연못과 잔디광장, 동물원, 야외 수영장이 들어서며 '대구 시민의 여름 피서지'로 각광받았다. 1980년~1990년대 초반, 주말이면 버스 수십 대가 줄지어 섰고, 소풍 온 학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화원동산은 그 시절 대구에서 '휴식의 상징'과도 같았다. 1993년 금복주는 18만5천㎡ 부지를 대구시에 기부채납했다. 이후 대구시설관리공단이 운영을 맡아 1999년부턴 무료 개방으로 전환됐다. 2015년 1월 관리권이 달성군으로 이관되면서 화원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달성군은 사문진주막촌과 화원동산을 잇는 관광벨트를 조성, '낙동강권 문화 거점'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지금은 달성군시설관리공단이 관리한다. 유원지 정상에는 신라 경덕왕이 이 풍경에 반해 시를 읊었다는 전설이 깃든 상화대(賞花臺)가 있다.


화원유원지 상화대 전망대에서 한 시민이 아이를 안고 낙동강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낙동강 본류와 금호강이 한눈에 합쳐지고, 멀리 강정보와 대구 도심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포토 명소이자 휴식 공간이다.이윤호 기자 yoonhohi@yeongnam.com

화원유원지 상화대 전망대에서 한 시민이 아이를 안고 낙동강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낙동강 본류와 금호강이 한눈에 합쳐지고, 멀리 강정보와 대구 도심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포토 명소이자 휴식 공간이다.이윤호 기자 yoonhohi@yeongnam.com

팔각정에 오르면 낙동강 본류와 금호강, 대명천이 한눈에 보인다. 멀리 강정고령보가 햇빛을 반사하며 반짝인다. 강변엔 철새들이 물안개를 가르며 이동한다. 그 아래마을, 성산리에는 신라시대 성산토성이 있다. 잔을 닮은 성의 형태에서 '배성(盃城)'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인근 구라리 마을 명칭은 경덕왕이 아홉 번 들렀다는 설화에서 유래됐다. 현재 화원유원지는 '복원'단계를 지나 '진화' 수순을 밟고 있다.


군은 이 곳을 장기적 생태·문화공간으로 재편하며, 낡은 시설을 현대적 감각으로 되살리고 있다. 옛 야외수영장 터에는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의 '역사문화체험관'이 들어서고 있다. 가족 단위 방문객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복합 전시공간이다. 다음달 쯤 문을 연다.


유원지 초입엔 '워터프론트 조성사업(2만5천900㎡)'이 한창이다. 강변 프롬나드(산책로), 쉼터, 그라스원(정원)이 마련된다. 총 88억5천만원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이다. 낙동강 수변지역의 새 랜드마로 자리매길 전망이다. 가족테마파크(20만7천㎡)도 만들어진다. 약초원, 장미공원, 어린이테마공원이 함께 들어선다. 화원유원지는 경유지가 아닌 '머무는 여행지'로 변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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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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