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26년 대구 유통업 부활로 도시 재생의 전기 마련하길

  •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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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2-26 06:00  |  발행일 2025-12-25

대구는 역대 산업구조에서 백화점 유통업이 강세였다. 섬유, 건설에다 향토 자본의 지역 백화점은 전국적으로도 유명세를 탔다. 수도권 대기업 백화점이 진입하지 못한 유일한 도시가 대구였다. 대구백화점과 동아백화점이 버틴 탓이다. 동아백화점의 경우 서울로 진출하기도 했다. 그런 대구의 유통업 구조에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위기 속에 기회 창출의 희망이 교차하고 있다.


전통 유통산업의 위기는 대구만의 업보는 아니다. 쿠팡의 회원 정보 유출로 나라가 떠들썩한 데서도 보듯 온라인 쇼핑은 21세기 소비생활의 패턴이 됐다. 매장 전시를 통한 예전 방식의 유통 판매는 힘을 잃고 있다. 여기다 서울 대기업 백화점이 진출하면서 향토 백화점은 큰 타격을 받았다. 대구는 2011년 현대백화점의 대구 반월당 진출에 이어 2016년 신세계백화점이 동대구역에 거대한 소비 공간을 창출했다. 기존의 롯데 백화점까지 수도권 업체 3각 구도가 형성됐다.


대구 향토 백화점의 쇠락은 업계 재편을 넘어 도시 재생의 문제까지 파생시켰다. 대구의 중심 상권인 동성로에 위치한 대구백화점 본점은 폐쇄된 지 4년이 흘렀지만 매수자를 찾지 못한 채 빈 건물로 방치되고 있다. 업력(業歷) 81년의 국내 마지막 향토 백화점 폐쇄는 동성로 상권은 물론 도시 전체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구시가 단순한 지역기업의 쇠락으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보다 거시적 관점에서 해결 방안을 함께 강구해야 하는 이유다.


물론 비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 유통업체가 대구 내외곽에 잇따라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신세계사이먼은 동구 안심뉴타운에 2028년까지 프리미엄아울렛을 건립키로 했다. 안심뉴타운은 오랫동안 빈 부지로 방치돼, 한 차원 높은 개발이 절실한 곳이다. 한때 이케아가 들어오기로 했지만 취소됐다. 롯데쇼핑의 경우 수성구 노른자위 땅인 알파시티에 역시 프리미엄 유통시설인 타임빌라스를 2027년 개점 목표로 공사 중이다. 대구 도심은 아니지만 경산 지식산업지구에는 현대 프리미엄아울렛도 들어선다.


대구는 생산성이 수십 년째 전국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소비, 교육, 의료, 문화 인프라가 받쳐주기에 도시 저력을 유지하고 있다. 핵심축인 소비마저 무너진다면 도시의 방향을 상실할 수 있다. 대구백화점 폐쇄의 동성로에서 보듯 유통시설은 여전히 도시민의 중요한 생활공간이다. 경기 부활을 넘어 도시 전체 디자인과 이미지 구축에도 역할이 크다. 2026년에는 향토자본과 수도권 대기업이 함께 어울어진 대구 유통산업 대변신을 향한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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