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윤 칼럼] 균형발전 4가지 제언(上)

  • 이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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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2-26 06:00  |  수정 2025-12-25 17:32  |  발행일 2025-12-25
이재윤 논설위원

이재윤 논설위원

서울 집값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인구밀도는 글로벌 도시 중 1, 2위를 다툰다. 특히 아파트 가격은 뉴욕이나 런던보다 더 높다. 서울 아파트값 연간 상승률(2025년 12월 기준 8.1%·한국부동산원)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는 소식은 더 이상 놀랍지 않다. 합계출산율(2024년 0.58명) 역시 최악이다. 세계 최저 수준인 한국에서도 압도적으로 가장 낮다. 높은 주거비와 교육비, 치열한 경쟁에 지친 청년들의 선택이 결혼하지 않거나 애 낳지 않는 것으로 귀결하니 얼마나 슬프고 비극적인 정경(情景)인가. 지방에서 간신히 인(in)서울에 성공하고도 코딱지만한 원룸에서 미비혼(未非婚)으로 홀로 버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서울이 글로벌 도시 중 '가장 살기 비싼 곳'(2025년 세계 1위·영국 '타임 아웃')에 등극(?)한 건 하나도 이상치 않다.


서울의 문제는 서울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수도권 집중은 지방이 온당 누려야 할 기회와 행복을 앗아간다. 국가 전체의 균형성장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로막는다. 집값과 저출산 문제를 잡겠다며 역대 정부가 수백조, 수천조 원을 투입하고도 호전은커녕 되레 악화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우리는 저출산, 미비혼, 집값 폭등, 높은 교육비, 지방소멸, 인구감소, 수도권 집중, 저성장 등을 뭉뚱그려 '한국병'이라 부른다. 하나하나가 세계 최고·최악 수준이다. 막대한 예산투입과 온갖 정책에도 불구하고 백약이 무효였다면 이유는 분명하다. 약방문(藥方文) 오류다. 그릇된 진단에다 잘못된 처방전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과오를 되풀이했다.


한국병의 제1원인이 '수도권 집중'에 있다는 이재명 정부의 진단은 옳다. 역대 정부를 돌고 돌아 비로소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 동시에 한국병 치유를 위한 제1의 처방을 '국토 균형발전'에 둔 것은 당연한 귀착점이다. 어디 살더라도 행복한 삶을 영위할 기회가 공정하게 부여된다면 굳이 서울로 몰려들 이유가 하등 없다. 문제는 '균형발전'을 실현하는 방법이다. 이재명 정부도 문 앞까지 와 놓고선 막상 문을 열 핵심 고리를 찾지 못한 듯하다.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가져올 핵심 버튼을 정확히 눌러야 한다.


균형발전의 정곡(正鵠)은 어디일까. 양질의 '일자리'와 우수한 '교육'이다. 매듭을 풀 마스터키는 '대기업'과 '대학'이 쥐고 있다. 대기업과 대학을 서울에 그대로 두고는 어떤 정책도 말짱 도루묵이다. 500대 기업 본사 80%가 수도권에, 20대 대학 거의 모두가 서울에 있는 한 사람과 돈은 그곳에 몰린다. '수도권 집중'은 해방 후 60년간 유용한 국가전략이었지만, 이후 20년간 심각한 사회·정치·경제적 문제를 분출한 뒤 이제 수명을 다했다. '수도권 집중' 전략이 지난 80년간의 테제(These․명제)였다면 '균형발전'은 그것의 한계를 성찰하고 치유하는 미래용 안티테제(Antithese)다.


이재명 정부의 선의에도 불구하고 균형발전 측면에서 (1)기업의 수도권 집중을 부추기는 '에너지 고속도로' 정책은 궤도 수정이 불가피하고, (2) 실패할 게 뻔한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며, (3)수도권에 집중될 '주택공급 정책'은 국토균형발전에 되레 역주행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다만 (4)대통령 집무실 세종 이전 정책은 더 확대해 대법원, 국회 등 국가 3부(府)의 동시 지방이전을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균형발전 4가지 제언'은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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